[헬스코리아뉴스] 1만4000년 살아온 남자의 이야기가 나오는 독특한 저예산 SF다. 테드 창 이후 종교학도 SF의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기대하기 어렵고 한 편의 연극 같은 느낌이 든다. 프랑스 희곡 같다.
이 영화는 무신론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가 부질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신앙을 가졌던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믿음을 버린다면 그걸 진짜 신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예수의 가르침은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살을 붙였어도 그것은 커다란 것은 분명하다.
그 영향을 끼친 존재와 영향을 받은 존재가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고 현 시대에 살아간다는 설정이 참 재미있었다.
외딴 집,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단조로운 화면을 보며, 나는 한 명의 인간(맨)이 하나의 세계(어스)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안의 신화가 깨지면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신화가 깨지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가장 못 견디는 사람은 막상 남의 정신건강문제를 돕는 사람이었다.
감독이 의도한 핵심은 그것이 아니었지만,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프로이트에 대해서도, 그리고 부성을 극복하며 성장한 인간에 대해서도 전지적인 시점으로 관망하는 듯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알이 깨지고 아프락서스에게로 날아가는 것을 못 견디는 인간, 그 인간의 삶은 이제 죽음과 다름없다.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자기 자식은 돌보지 못하는 남자의 운명도 많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