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뇌전증치료제 韓서 쓴맛… 결국 철수
세계 1위 뇌전증치료제 韓서 쓴맛… 결국 철수
UCB제약 ‘빔팻’ 허가 취하 … 제네릭에 매출 역전 … 연이은 시장 철수 … 실적부진에 ERP까지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8.06.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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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미국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 뇌전증 치료제인 UCB의 ‘빔팻’(라코사미드)이 한국 시장에서 쓴맛을 봤다. 이미 매출은 제네릭에 역전당했다. 회사 측은 결국 한국 시장에서 빔팻을 철수하기로 했다.

▲ 한국UCB제약 뇌전증 치료제 ‘빔팻’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UCB제약은 최근 빔팻정 4개 용량과 빔팻시럽의 시판허가를 모두 자진 취하했다.

회사 측은 이번 품목 허가 취하가 국내시장 철수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UCB제약 관계자는 7일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 시장에서 빔팻을 철수하기로 했고, 향후 재진입 등과 관련해서는 계획된 바가 없다”며 그 이유로는 “아무래도 매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빔팻은 뇌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를 점차 막아 뉴런의 자극을 억제하는 뇌전증 치료제다. 16세 이상의 간질 환자에서 2차성 전신발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부분발작 치료의 부가(보조)요법으로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단독요법으로도 승인받았다.

기존 뇌전증 치료제 대비 시럽 및 주사제 등 제형이 다양하고 이차성 전신발작 동반과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여타 약물에 대한 상호작용이 적어 전 세계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2010년 시판허가를 받고 출시됐다. 당시 빔팻은 의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기존 1·2세대의 치료제와 다른 작용기전으로 발작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기존에 복용하던 약물의 종류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다.

비급여 약물로 연 매출이 9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향후 보험급여까지 적용되면 시장 크기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UCB 측이 빔팻의 급여등재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UCB, 국내 약가 미수용 … 제네릭이 먼저 등재 … 매출 부진으로 이어져

UCB제약과 정부는 빔팻의 약가를 두고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UCB 측이 정부가 제시한 약가를 받아들이지 않은 탓에 번번이 비급여 결정이 났다.

수년 동안 약가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재심사 기간이 만료됐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제네릭을 출시하고 저렴한 약가로 정부와 협상을 끝내고 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보통 항경련제(AEDs, Antiepileptic Drugs)와 같은 중추신경계(CNS, Central nervous system) 약물이나 항암제는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히 높다. 생명과 직결될 수 있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 처방 변경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빔팻의 경우는 달랐다. 급여목록에 등재된 제네릭이 등장하자마자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뺏기기 시작했다. 가격 부담으로 빔팻을 처방받지 못하던 환자들이 제네릭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비급여인 탓에 지지부진하던 빔팻의 매출은 얼마 안가 고꾸라졌다. 반면 제네릭의 매출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업계에 따르면 빔팻의 퍼스트 제네릭인 SK케미칼 ‘빔스크정’는 지난해 3분기까지 4억50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보험급여 등재 약 7개월 만에 시장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이 기간 빔팻의 매출은 2억2000만원 정도로 빔스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빔스크뿐 아니라 후발 주자인 환인제약의 ‘네오팻’ 한국콜마의 ‘빔코사’ 등도 빠르게 매출을 늘리고 있다.

▲ SK케미칼 ‘빔스크정’

UCB제약 ‘퍼스티맙’도 韓 시장 철수 … 계속되는 잔혹사 … ERP까지 단행

UCB제약이 자사 제품을 국내 시장에서 철수시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TNF-알파 억제 계열 약제인 ‘퍼스티맙’도 국내에서 허가받은 지 약 3년 반 만에 시판을 포기했다.

퍼스티맙의 국내 판매는 오츠카제약이 맡고 있었으나, 처방실적은 전무했고 판권은 다시 UCB제약으로 돌아갔다. 이후 회사 측은 허가를 자진 취하하고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퍼스티맙의 시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상당했다.

UCB제약은 주력 품목의 매출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 회사의 1위 품목인 ‘케프라정’의 지난해 매출(아이큐비아 기준)은 전년보다 10% 감소해 318억원에 그쳤다. 2위 품목인 ‘씨잘’도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여기에 혈우병 사업부도 해체했다. ‘엘록테이트’, ‘알프로릭스혈우병’ 등 혈우병 치료제의 판권을 사노피에 뺏긴 탓이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한국UCB제약은 최근 ERP(희망퇴직프로그램)까지 가동했다.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지만, 업계는 영업·마케팅 담당 직원 등이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ERP 진행 사유와 관련해 공식 답변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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