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항생제 ‘시벡스트로주’ 급여 삭제 … 이대로 괜찮은가
슈퍼 항생제 ‘시벡스트로주’ 급여 삭제 … 이대로 괜찮은가
급여 등재 후 보험 청구 없어 … 낮은 약가 탓에 제품 미출시… “정제도 급여 삭제 전망 … 저평가 안타까워”
  • 안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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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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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안상준 기자] 한국의 25번째 신약이자 슈퍼 항생제로 불리는 동아ST의 ‘시벡스트로주‘(테디졸리드)가 결국 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됐다. 세계 각국이 항생제 내성균을 잡기 위해 슈퍼 항생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우리나라는 슈퍼 항생제를 개발하고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1일부터 시벡스트로주를 급여 목록에서 삭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일부개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급여 등재 이후 장기간 보험 청구가 발생하지 않은 탓이다.

동아ST 관계자는 “급여 등재를 한 뒤 2년 동안 청구 실적이 없어 급여 목록에서 삭제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벡스트로는 주사제뿐 아니라 정제도 있다. 보험 등재가 상대적으로 늦어 아직 급여 목록에 남아있지만, 회사 측이 국내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정제 역시 급여 목록에서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당분간 시벡스트로를 발매할 계획은 없는 상태”라며 “(시간이 지나면) 정제의 급여도 삭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벡스트로는 국내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시판허가를 받았다. 지난 2014년 6월 국내개발 신약으로는 두 번째로 FDA 허가를 받았고, 2015년 3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유럽 판매허가 승인을 획득해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4월 주사제, 2016년 9월 정제를 각각 허가받았으며, 주사제는 2016년 1월, 정제는 2016년 12월 각각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그러나 약가가 지나치게 낮은 탓에 시판허가로부터 3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제품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시벡스트로의 보험 약가는 주사제가 12만8230원, 정제가 10만7000원이다. 동아ST는 급여 협상 과정에서부터 정부와 시벡스트로의 적정 약가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친 바 있다. 1년 안팎의 협상기간을 거쳐 약가를 받았으나, 회사 측은 이에 만족하지 못해 사실상 국내 출시를 포기한 상태다.

슈퍼 박테리아 항생제는 원가 자체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개발비와 생산비용 등을 감안하면 해당 가격으로 약을 팔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한국의 25번째 신약이자 슈퍼 항생제로 불리는 동아ST의 ‘시벡스트로주‘(테디졸리드)가 결국 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됐다. 세계 각국이 항생제 내성균을 잡기 위해 슈퍼 항생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우리나라는 슈퍼 항생제를 개발하고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 항생제 필요성 급증 … 시벡스트로 美 약가, 韓의 3배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200만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고 그중 2만3000여명이 사망한다. 유럽에서도 2만5000여명이 사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총 70만명가량이 매년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돼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50년에는 사망자가 매년 10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슈퍼 항생제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는 이유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시벡스트로의 1회 투여 비용을 약 350달러(한화 약 38만원)로 책정했다. 국내 약가의 3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줄어드는 항생제 개발 기업 … “제약사들, 항생제 개발 않고 도입 궁리만 … 시벡스트로 저평가 안타까워”

20~3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제약사들은 2~3개의 항생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항생제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제약사의 대부분은 항생제 파이프라인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약가가 낮은 탓에 항생제는 소위 ‘손해보는 장사’라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신약 개발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좀처럼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최한 ‘GARDP(글로벌 항생제 연구개발 비영리 국제단체) 초청 항생제 내성 국제 공조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의 항생제 개발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해 발표한 동아ST의 임원빈 연구실장은 “항생제 내성균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항생제 신규 개발은 쉽지 않다”며 “국내사뿐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도 좋은 항생제 파이프라인이 나오면 라이선스 인 하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실장은 “우리나라에서 보험약가를 받은 가격으로 출시할 경우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동아ST도) 아직은 (시벡스트로를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슈퍼 박테리아 항생제가 국내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최한 ‘GARDP 초청 항생제 내성 국제 공조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의 항생제 개발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해 발표한 동아에스티 임원빈 연구실장은 “항생제 내성균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항생제 신규 개발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 항생제 개발해도 ‘코리아 패싱’ 조짐

슈퍼 박테리아 항생제를 개발하는 국내 제약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레고켐바이오는 박테리아가 항생제를 철분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내성을 극복한 세파 계열 그람음성 슈퍼 박테리아 항생제 ‘LCB10-0200’를 개발하고 있다.

전임상 결과 단독투여만으로도 기존 약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녹농균과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 감염에 효과를 보였다. 베타락타마제 분해효소 억제제와 병용 투여하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까지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자사가 개발 중인 그람양성군 슈퍼 박테리아 항생제(CG400549)의 기술이전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이 약은 슈퍼 박테리아인 메치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을 치료하는 항생제로 미국에서 임상 2a상을 마친 상태다.

인트론바이오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슈퍼 박테리아를 파괴하는 새로운 방식의 슈퍼 박테리아 항생제 ‘N-Rephasin SAL200’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임상1b상 계획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문제는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중 상당수가 국내가 아닌 해외 출시를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상도 대부분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시벡스트로처럼 국내에서 출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항생제 내성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슈퍼 박테리아 항생제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투자가 미약한 편”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이 선뜻 개발에 뛰어들만한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슈퍼 박테리아 항생제는 앞으로도 국내용으로 개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GARDP에 참석한 제약바이오협회 허경화 국제담당 부회장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항생제 개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산업계와 정부가 어떻게 협업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가 한국에서도 좀 더 실질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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