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수현 기자] 그동안 상당수 산부인과 의사들을 범법자로 만들어 온 낙태죄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이 열리기 때문이다.
낙태죄는 한국사회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된 담론이다. 특히 작년엔 청와대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와 자연 유산 유도약 합법화 청원이 올라와 23만명이상이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며 뜨거운 사회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형법상 낙태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현행법상 낙태가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적 환경을 통한 음성화된 시술이 결과적으로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이 같은 지적은 낙태 관련 현행규정 때문이다. 낙태 관련 현행 규정은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 따라 태아의 발달단계와 무관하게 낙태행위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 및 처벌하되 ‘모자보건법’에 위법성 조각 사유를 둬 예외적으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만16세이상 44세 이하의 가임기 여성 중 성관계 경험자를 대상으로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명시된 낙태 처벌 및 허용기준이 적절한지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1.3%가 ‘그렇지 않다(전혀 적절하지 않다+별로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29.2%는 ‘보통이다’, 9.6%가 ‘그렇다(대체로 적절하다+매우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6명은 현행 낙태 관련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보고서 중 외국 사례를 보면, 프랑스의 경우 임신 12주의 기간 안에는 곤궁한 상황에 부닥쳐있는 임부가 의사에게 임신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독일은 22주 미만의 시기에 임부가 의사와 상의해 임신중단을 할 수 있고, 영국은 임신 24주 이내에서 임부나 임부의 가족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훼손 위험이 있으면 임신중단이 가능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행 형법상 낙태에 대한 형법 269조 1항에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부녀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등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낙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은 꽤 발생하기 때문에 위와 같이 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불법 낙태가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낙태 관련 현실과 법의 괴리를 줄이고 실효적 대응방안을 모색해 향후 개선 방향으로 임신 12주의 범위에서는 임부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다만, 일부 여성단체들은 12주수 제한은 여전히 또 다른 제약과 처벌의 여지를 남겨둔다는 점에서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이번 보고서 역시 완전한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대변인은 “낙태 처벌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라며 “다만 향후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의) 관련 논의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