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현정석 기자] 최근 드럭스토어가 건강기능식품의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제약회사들에 판매 다각화의 호기로 꼽히고 있다. 드럭스토어가 ‘헬스&뷰티(H&B) 스토어’로 전환하면서 화장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에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25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드럭스토어 업계는 총매출 중 약 60%에 달하는 화장품 비율을 낮추고 식품 매출 비중을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드럭스토어는 1인 가구들이 본인을 위한 투자가 늘면서 뷰티뿐 아니라 헬스에도 신경 쓴다는 점에 착안, 건강기능식품의 비중을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대규모 마트의 경우 정부의 규제를 받지만 점주가 주인인 편의점과 달리 직접 운영하는 드럭스토어는 규제를 덜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다이어트용 식품까지 확대될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드럭스토어 시장의 매출액은 2009년 1500억원에서 올해 1조8000억원, 2020년에는 2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오린아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약사법으로 인해 미국식 드럭스토어보다는 뷰티와 건강기능식품을 강화한 H&B 스토어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제약회사들은 약국판매망만 강해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에서 출시한 대부분의 치약은 대기업 벽을 넘지 못하고 할인마트나 편의점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소매점 형태의 드럭스토어는 다른 데서 보기 힘든 제품 등을 파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어 제약회사들과 윈윈할 수 있는 형태다.
이미 드럭스토어에 눈을 돌린 제약사들이 적지 않다. 건기식은 아니지만 동국제약의 화장품 ‘마데카크림’이나 치약 ‘인사덴트’, 보령수앤수의 압박스타킹 ‘슬림워크’, 유한양행의 화장품 ‘바이오-오일’과 이너뷰티 제품 ‘아쿠아 플러스 이엑스’ 등이 드럭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다.
2017년 상반기 기준 국내·외 약 600개 브랜드의 85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제품군이 입점해 있는 것도 제약업계로서는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할 수는 있겠지만 이같은 형태가 인지도에 강점이 있는 제약사들에게 유리할 뿐 아니라, ‘제약업종’이라는 이미지가 건강과 미용에 집중하는 매장에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드럭스토어가 아직 큰 시장을 형성하진 못했지만 최근 트렌드에 따라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도 판매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제약사들에게는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올리브영 등 주요 4개 사 모두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의 화장품 업계 관계자 A씨는 드럭스토어는 외국인 손님을 통한 매출 신장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장품 한류 초창기에는 중국인 손님이 1억원 어치 이상 사간다고 해 30%까지 할인해 판 적도 있다”며 “중국인의 특성과 시장상황을 고려해 적극 공략하면 중소기업도 드럭스토어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관계자 B씨는 “건강기능식품도 H사의 숙취음료가 중국 시장에서 대박난 것처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회사의 제품은 하루에 명동에서만 요우커들이 1000병 이상 사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브랜드가 건강과 뷰티를 지향하고 있기에 건강식품 강화로 브랜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드럭스토어는 원래 일반의약품을 기본으로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음료 등 웰빙과 뷰티 상품을 집중 판매하는 매장이다. 1999년 CJ의 올리브영이 최초로 매장을 연 뒤 2004년 코오롱의 W-store,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舊 GS왓슨스), 2013년 롯데그룹의 롭스(LOHB’s)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