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최근 네이처셀이 치매 줄기세포 치료제 ‘아스트로스템’을 일본에서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일본은 줄기세포 등 재생의료 상용화 문턱이 낮지만, 국내는 규제가 심해 상용화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일본 제도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네이처셀의 주장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업계에는 상당하다.
많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이 일본은 지난 2014년 11월부터 ‘재생의료 등의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再生医療等の安全性の確保等に関する法律)을 시행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생의료안전성확보법’(再生医療等安全性確保法)과 ‘의약품의료기기법’(医薬品医療機器等法, 구 약사법) 등 2개 법안이다.
日, 10년 이상 줄기세포 임상 적용 … 노벨상까지 탔지만 제품개발은 미비 … 개선책 요구 표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6년 ‘차세대 줄기세포 기반제제 평가 연구사업단’(가톨릭대학교 오일환 교수)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협의체의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한 ‘줄기세포치료제 국외 규제 정보집’에 따르면, 일본은 자유진료 등의 경로를 통해,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교해 10여년 이상 줄기세포를 임상에 적용해 왔다.
이를 토대로 노벨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졌으나 줄기세포치료제 산업이나 제품개발의 측면에서는 국제적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자, 일본 내부에서는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해서 표출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안전성을 더 높은 수준으로 담보하고 산업계를 활성화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2014년에 ‘재생의료 등의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유효성의 가능성만 입증한 상태에서 조건 및 기한부 승인을 허가할 수 있도록 기존의 약사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에 이른다.
의약품의료기기법, 정식 의약품 시판승인까지 기간 단축
의약품의료기기법은 그동안 재생의료 제품의 승인을 더 빨리 받을 수 있게 했다. 적은 증례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되면 특정 조건이나 기한을 정한 후 시판 승인을 하도록 해 상용화 기간을 줄인 것이 골자다.
실제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 등 다수 언론은 “재생의료 제품의 상용화까지 기존에는 5~8년이 걸렸으나, 의약품의료기기법 시행으로 이 기간이 3~4년으로 단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법안은 정식 의약품 시판 승인과 관련된 의약품의료기기법이 아닌 재생의료안전성확보법이다. 네이처셀 아스트로스템의 치료목적 승인에 적용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재생의료안전성확보법, 재생의료 자유진료 제동 … 심사제로 변경 … 안전성 확보 목적
이 법안에 관해 설명하려면 우선 이 법 시행 전 일본 의료계에 성행했던 ‘자유진료’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유진료는 후생노동성이 승인하지 않은 치료나 약물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진행하는 진료를 말한다. 환자와 의료기관이 동의해 이뤄지는 것이므로 약사법이 아닌 의료법과 의사법을 따른다. 진료 내용이나 비용에 대해서는 병원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즉,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재생의료 제품이더라도 의사의 권한 아래 사용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치료 관광여행’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치료 후 외국인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표면화되기도 했지만, 국가가 충분히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배경으로 만들어진 것이 재생의료안전성확보법이다. 이 법은 민간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지방으로부터 채취해 배양한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의료행위를 국가가 인정하는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지방후생국에 신청토록 의무화했다. 자유진료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첫 규제였다.
이를 어기고 재생의료를 실시하거나 허위 신청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벌칙이 가해진다. 취급하는 세포의 종류나 투여법 등에 따라 3단계로 규제하고 지방세포를 이용한 가슴 성형수술도 대상에 포함했다.
식약처가 발간한 줄기세포치료제 국외 규제 정보집에 실린 재생의료 제공 계획 승인 흐름도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재생의료 제공 계획서’를 제출하면 위험도에 따라 특정인정재생의료등위원회 또는 인정재생의료등위원회를 거쳐 후생노동성에 계획서가 접수된다. 이후 후생과학심의회에서 약 90일 동안 심의를 거친 후 재생의료 제공 계획 실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제조시설에 대한 기준은 ‘임상치험’(의약품 승인에 필요한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에 요구되는 임상시험)에 적용하는 GMP 수준보다 다소 낮다. 고위험군에 대해 선택적으로 적용되기는 하지만, 제조시설에 대한 PMDA(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의 조사권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유진료보다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재생의료안전성확보법은 민간병원에서 자유진료 형태으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던 재생의료 시술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네이처셀의 전신이라고 불릴 수 있는 알앤엘바이오(현 알바이오)는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일본에서 자사의 줄기세포 시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지난 2009년 일본에 일본 교토에 세포치료병원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 대표(현 네이처셀 대표)는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적정 시설을 갖춘 병원 내에서 환자 자신의 세포를 채취, 배양해 치료하는 게 합법화돼 있다"면서 "일본 교토와 한국 부산(양산), 중국 베이징, 독일 베를린 등을 잇는 세포치료병원 네트워크를 2010년 말까지 완성할 방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처셀이 현재 재생의료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는 기존부터 해오던 사업”이라며 “바뀐 점이라면 자유진료에 따라 규제 없이 재생의료 시술을 하던 것을 정부의 일정한 관리를 받고 시술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부모 치매걸리면 젤 먼저 일본갈 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