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난해’ 연명의료결정법 … “입법 취지 무색”
‘복잡·난해’ 연명의료결정법 … “입법 취지 무색”
서울대의대 허대석 교수 “임종기·말기 통일 필요 … 벌칙 조항·공인인증서 등 없애야”
  • 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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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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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연명의료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임상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의대 허대석 교수는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과 대한의사협회가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한 달, 제도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 서울대의대 허대석 교수

“연명의료결정법, 임종기·말기 통일해야”

허대석 교수는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법은 다른 나라와 달리 임종기와 말기를 억지로 나눠 혼란을 주고 있다”며 “의사들은 임종기와 말기를 판단하는 데 이견이 있다”며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를 작성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미국, 독일, 호주, 영국, 대만, 일본 등은 연명의료 결정 항목을 말기로만 구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임종기·말기로 나눴다.

▲ 국가별 연명의료 결정 항목 <출처:서울대의대 허대석 교수>

“윤리위원회 없는 병원, 연명의료결정 힘들어”

윤리위원회가 없는 병원에서는 연명의료결정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과 결정, 이행은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데, 소규모 의료기관은 윤리위원회가 없어 환자는 연명의료결정을 할 때 구급차를 타고 윤리위원회가 있는 병원으로 가서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참고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의 제14조(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등) 1항에 따르면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및 그 이행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의료기관에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복잡한 절차 … 공인인증서 작업할 시간 없다”

연명의료정보 처리 시스템의 복잡성도 풀어야 할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같은 병원 내에서도 연명의료결정 관련 서류 작성자와 이행자가 따로 등록해야 한다. 자동 인증이 아니라 등록된 사람만 할 수 있다”며 “심폐소생술(CPR) 콜을 받은 상황에서 언제 컴퓨터에 앉아서 병원 인증서, 의사 개인 공인인증서, 환자 정보를 넣는 작업을 하겠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적정사용(DUR) 시스템은 병원 공인인증서와 의사 개인 공인인증서가 필요없고 보안검증과 개인 정보 연계 책임도 중앙 전산망에 있다”며 “연명의료결정은 순식간에 진행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환자의 처지를 생각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 <출처:서울대의대 허대석 교수>

“한국, 환자 자기결정권에 집착 … 외국, 벌칙 조항 없어”

허 교수는 “대만은 지난 2000년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람에게는 심폐소생술 금지(DNR) 정보를 담은 전자카드를 지급해 응급상황에서 환자 정보를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법의 복잡한 내용은 A4 용지 40장이 넘는데, 일본은 A4 용지 2장에 이해하기 쉽게 담았다”며 “말기와 임종기 구분하지 않고 가족이 환자 의사를 추정하기 어려운 경우 환자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의료 케어팀과 가족이 상의해서 결정하도록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 없는 경우는 의료 케어 팀이 결정하고 가족의 범위는 친족관계만을 뜻하지 않고 보다 넓은 범위의 사람을 포함했다. 기록은 의무기록으로 하고 벌칙 조항도 없다”며 “보편적 가치를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가 대해 판단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반면 한국은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된 가족전원의 동의가 필요하고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족의 범위는 가족관계증명서에 표시된 가족에 두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집중하고 있다. 전산등록이 필요하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조항도 있다”고 말했다.

▲ 일본과 한국의 연명의료결정법 <출처:서울대의대 허대석 교수>

이행서 받는 목적은?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의 개선점으로 시행규칙에 들어있는 가족관계증명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 연명의료중단등 결정 이행서와 말기암·임종기의 통합, 유보와 관련된 문제, 전산화 등을 꼽았다.

그는 “관련 법에는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라고 하지 않는데, 어느새 시행규칙에 들어왔다”며 “이행보고서는 안락사를 채택한 나라에서 한다. 이행서를 받아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수사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연명의료결정법 관련 개선이 필요한 부분 <출처:서울대의대 허대석 교수>

한편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의학적 판단이 선행된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를 시행할지 중단할지를 환자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그 결정을 법적으로 보호해 환자의 자기 결정을 존중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2월28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 규정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낮춰지는 등 의료계의 지적 사항 일부가 개선됐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서 발생한 부작용이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사의 업무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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