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아닌 인간을 보는 의료가 ‘호스피스’”
“질병 아닌 인간을 보는 의료가 ‘호스피스’”
[창간기획-호스피스완화의료 ‘백년지대계’③]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 장윤정 센터장 인터뷰 “질병 관리분류체계에 들어가야”
  • 권현 기자
  • 승인 2018.03.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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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환자와 같은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통증 완화와 심리적 안정을 제공해 생애를 평온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사회의 고령화 심화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인식 개선 뿐 아니라 부모부양에 대해 급격히 변하는 인식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편중된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와 지방의 의료인력 부족도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의 정착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이에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국민 인식과 지역불균형 문제를 짚어보고, 전문가들을 만나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당면한 과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① “늘어나는 호스피스 기관, 인식 변화 발맞춰야”
② 피할 수 없는 ‘인력난·지역불균형’
③ “질병 아닌 인간을 보는 의료가 ‘호스피스’”
    └[인터뷰]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 장윤정 센터장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4년 완화의료를 ‘만성질환 진단 단계부터 연속성을 갖고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개념으로 공표했다. 전문적인 완화의료팀에게 의뢰하기 전 모든 의료기관의 의료진이 기본적으로 완화의료를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장 장윤정 부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질병이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생애말기돌봄의 개념”이라며 “이제는 진료의 연속성 개념으로 질병 관리분류체계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 장윤정 센터장

-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기존 의료의 차이점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기존 의료의 차이는 암 크기를 줄이는 데 집중하는 것보다 환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불편한 것은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다. 즉 인간을 바라보느냐 질환을 바라보느냐는 차이다.”

-. 환자의 연명에 집중하는 의료집착에 대한 생각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의 크기를 줄이려는 암 중심의 치료는 의료비용 부담 문제를 떠나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대신 완화의료를 통해 통증 등 증상관리를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완화의료는 내가 기대하는 삶의 질 수준과 실제 수행 정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환자는 일주일 전만해도 골프를 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았는데 어느날 급격히 몸 상태가 악화되자 사회와 단절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변한 모습을 기억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과 자신의 실제 건강 상태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완화의료의 개념은 가족 지지, 증상관리, 관계의 연속성 유지,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적응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가족에게 항상 1%의 희망을 꿈꾸지만,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고 교육하고 변화에 대한 부분을 임종 때까지 의료진이 도와주는 것이다.“

-. 호스피스완화의료의 개념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WHO가 제시하는 완화의료의 개념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진단 이후 미리 완화의료에 대해 교육하고 준비하는 차원인 ‘모두를 위한 완화의료’(palliative care for everyone)로 전환되고 있다.

앞으로는 모든 의료진이 기본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태도, 접근 방식의 강화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려운 부분은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팀에게 의뢰해 연계할 수 있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제공단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한국의 임종 문화와 정서에 얼마나 스며들지 궁금하다.

“영국의 경우 말기질환자 중 호스피스병동에서 사망하는 비율은 5.8%다. 호스피스병동이 임종하는 장소가 아닌 것이다. 많은 환자가 증상관리 후 집에서 가족과 남은 생을 보낸다.

한국은 사회구조가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부모부양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1998년에는 ‘가족 책임’이라는 답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나 노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답이 더 많다. 부모부양이 더 이상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아직 한국을 가족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또 한국은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독거노인도 증가하고 있다. 사회문제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 호스피스완호의료 제도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 장윤정 센터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질병이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생애말기돌봄의 개념”이라며 “이제는 진료의 연속성 개념으로 질병 관리분류체계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형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필요하지 않겠나.

“일단 예방, 검진, 진단, 치료, 합병증 관리 등의 질환 관리체계 안에 완화의료가 들어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완화의료가 들어가 있는 질병 관리체계는 암밖에 없다. 모든 보건의료지표는 사망률 감소와 비용효율을 좇고 있다. 심리·사회적 지지와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만의 경우 자문형 호스피스완화의료 영역을 늘리면서 아시아에서 완화의료 분야 1위를 차지했다. 나라마다 다른 자원과 환자 분포, 의료특성 등에 따라 기존 의료를 보장하면서 완화의료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완화의료 서비스의 형태를 다양화해 연속적으로 환자를 볼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해야 한다.“

-.호스피스병동 간호사의 이직 사유 중에 ‘정신적 혹은 영적 소진’이 있다. 의료진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하나.

“기관 차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요법과 심리상담을 하면 그 비용은 국고에서 보조해준다. 의료진은 임종을 맞는 환자들을 보기 때문에 정신적, 영적 소진 관리가 필요하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가족 임종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죽어가는 환자를 볼 때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지역불균형을 극복할 방안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나라와 지역의 사회보건 역량에 따라 그 수준이 달라진다. 지역 편차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지만, 어떻게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상의 목표를 세우기 전에 우리나라 사람이면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같은 수준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표준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지정이 시작됐다. 기본적으로 기관 확대 전략은 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지역적 분포를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의료진 사이 팀워크와 주변 민간자원을 활용하는 등 정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난 2010년부터 조사한 고인의 서비스 만족도를 살펴보면 의료기관의 규모를 떠나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의 시행 초기에 모든 의료기관의 역량이 중간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는 데 3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장비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 체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 가정형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시범사업 중이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21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가정형 시범사업의 이용현황분석에 따르면 가정형과 입원형 병행이 30~40%를 차지했다. 병원을 떠나 집에서도 연속적인 서비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의료진이 가정을 방문한다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미가 크다. 가정에서 서비스를 받은 것은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선택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어디서든 받을 수 있는 완화의료’(palliative care for everywhere)를 실현할 수 있다. 다만 환자를 돌볼 가족이 상주해야 하는 점과 독거노인 증가 문제 등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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