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중심에는 환자가 있다”
“R&D 중심에는 환자가 있다”
[창간기획-韓 제약 R&D 현주소④] 보령제약 명제혁 중앙연구소장 인터뷰 …“R&D는 회사의 전략이자 의지 … 요즘 신약 트렌드는 항암제 … R&D도 소명감 필요 … 역량 있는 인력 구성 어려워”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03.0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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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 산업이 큰 변화기를 맞고 있다. 시장 환경과 정책 변화 속에서 제약업계는 고부가가치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분위기다.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수 제약사가 제네릭 위주 사업 구조를 탈피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요층은 한정돼 있는데 제약사는 많아졌다. 약가는 인하되고 마케팅은 과거보다 위축됐다. 제네릭만 가지고는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얘기다. R&D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제 R&D는 제약사들이 앞으로 다가올 제약 산업 지각변동을 대비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가르는 척도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생존의 문제라고도 말한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국내 제약업계 R&D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현직 연구자들의 입을 통해 국내 제약 R&D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 걸음마 뗀 국내 제약 R&D … 아직 갈 길 멀다
② ‘비상’ 걸린 내수시장 … R&D, 선택 아닌 숙명
③ 상위사가 키운 R&D 불꽃, 중소사로 번졌다
④ “R&D 중심에는 환자가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서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일찌감치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르며 국산 신약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치료제로 꼽힌다. 이 회사는 카나브와 카나브 복합제를 활용해 글로벌 이머징 마켓 진출에도 성공했다. 누적 수출액은 이미 5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제는 새로운 신약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본지는 보령제약의 명제혁 중앙연구소장을 만나 국내 제약업계의 ‘핫 이슈’인 R&D의 현황과 나갈 길에 대해 물어봤다.

▲ 명제혁 보령제약 연구소장

-. 우선 보령제약의 R&D 성과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보령제약의 신약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게 카나브다. 국내에서 신약 허가를 받은 후에 다국적 기업사에서 나온 많은 약과 경쟁을 했다. 출시한 이후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고혈압약은 의사들로부터 약효를 인정받아야 한다. 카나브는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약효를 증명했다. 시장뿐 아니라 의사들의 호응도 좋았다. 그 결과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에서 이겨서 국내 시장에서 ‘넘버1’ 약물로 도약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매출을 달성했다.

국내 신약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낸 것은 카나브가 유일할 것이다. 보령제약은 신약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주기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것이 강점이다.

카나브가 보령제약 신약 개발 역사의 초기 단계라고 하면,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항암제, 당뇨치료제, 대사질환 치료제 등 혁신 신약들을 개발하고 있다.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자회사도 운영 중이다.

카나브와 카나브 복합제를 중심으로 한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그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 R&D에 대한 회사의 지원은 어떤가.

“충분하다. 통상 R&D 투자가 충분한지 아닌지를 얘기할 때 ‘매출액 대비 얼마를 사용했느냐’를 따지는데 개인적으로 R&D는 전략적 투자라고 생각한다. 지금 있는 과제들을 어떻게 시장에서 써먹을 것이냐에 따라 투자의 규모나 시기 등이 바뀐다.

보령제약의 경우 현재까지는 카나브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고,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가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그에 대한 투자 계획도 있다. 회사에서 새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해 충분히 의사 결정을 했고, 이에 대해 가치가 있다고 동의했으므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 신약이 성공하려면 데이터가 중요해 보인다. 그런데 돈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사들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회사의 의지다. 허가 후 투자는 회사가 가진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하나의 전략이다. 이미 허가받은 신약에 대해 추가 투자를 할 것인가, 또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회사가 인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회사의 전략적 결정이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투자를 하는 것 아닌가.

다국적 제약사를 보면 안다. 다국적 제약사는 개발 및 허가 후 임상뿐 아니라 전주기 단계마다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가치가 있다는 판단과 자신감이 있다면 국내 제약사라고 해서 몇천억원을 못 쓸 이유가 없다. 아직 경험이 없어서 투자를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치창출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당연히 할 것으로 본다.”

-. 최근 정부나 제약시장 모두에서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무작정 신약 개발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는 제약사가 상당하다. 

“R&D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회사의 전략적 결정이다. 시장에서 신약을 해야 한다고 해서 회사들이 모두 신약을 할 필요는 없다. 회사가 어떻게 차별화해서 국내나 해외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제네릭만 개발해서 글로벌 회사가 된 곳도 있다. 결국 회사가 결정할 문제다. 그 시장에 가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아직 역량이 부족한데 시장의 요구나 대외적 시선 때문에 무조건 신약개발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보령제약 중앙연구소

-. 보령제약을 비롯한 많은 국내 제약사가 항암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왜인가?

“요즘 항생제 개발은 많이 안 하는 추세다. 대사질환 쪽에서도 당뇨나 고혈압도 많이 줄었다. 정신과 질환 중에서는 CNS 분야에서 개발을 많이 하다가 요즘은 잘 안 한다. 새로운 타깃을 찾기 어렵거나 기존 치료제로 조절이나 유지가 가능해서다. 이 밖에도 이유는 다양하다.

항암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약물들이 내성이나 부작용 등 다양한 한계를 가지고 있어서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많은 환자가 새로운 약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과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치료하지 못했던 암을 공략할 수 있게 된 것도 항암제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면역항암제가 대표적이다. 환자의 삶을 도울 수 있는 획기적인 약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 보령제약이 개발 중인 항암제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우선 PI3K(phosphoinositide 3-kinase)와 DNA·DK를 동시에 타깃으로 하는 퍼스트-인 클래스(First-in Class)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두 단백질은 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타깃이다. 목표 질환은 혈액암이고, 기존의 약이 잘 안 듣는 환자들이 대상이다. 동물실험에서 굉장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이 신약을 개발해 해외로 나가려고 한다.

지난해 EBV 양성 NK/T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 IND 승인을 받은 보령바이젠셀의 입양면역치료제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Epstein Barr-virus: 이하 EBV) 특이적인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lymphocytes; 이하 CTLs)’는 임상2상을 준비하고 있고, 후속 파이프라인인 다중 항원에 특이적인 CTLs는 임상1상 IND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다중 항원에 특이적인 CTLs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개발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임상1상 IND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다.”

-. R&D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의 제약시장 규모는 글로벌 시장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이 시장에 나가려면 새로운 약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R&D가 필요하다.

5년, 10년 후에 회사가 어떤 모습으로 있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해서 생존을 할 것인지,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하려면 회사가 R&D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한다. R&D를 게을리하면 도태될 수 있다.

실제 옆 나라 일본 제약업계의 변천사를 보면 매우 많은 제약사가 도태됐다. 비단 일본뿐 아니라 어느 나라 제약시장이나 마찬가지다. 회사마다 전략이 다르기는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개척하고 거기에서 위상을 얻지 못하는 회사가 생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 R&D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을 꼽는다면.

“환자다. 약 개발하는 사람들은 환자와 직접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병원에 있거나 통원하는 환자들의 사정을 잘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환자의 수요를 보는 것이 아니다. 환자들은 질병으로 인해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 큰 질환의 경우 가족이 파탄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R&D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환자의 고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약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질병에 걸려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제약업에 있는 사람은 소명감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약을 개발하는 이유는 사실 하나다. 시장에서 돈이 돼서가 아니라 환자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제네릭을 개발하든, 개량신약이나 신약을 개발하든 환자들의 병을 고치기 위한 일이다.

시장을 보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반영되는 곳이다. 시장이 있으니 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있으니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특정 의약품의 시장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환자가 그 약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환자들이 정말 필요한 약을 만들다 보면 시장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R&D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신약 개발 역량과 적극성이 있는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을 만드는 게 제일 어렵다고 생각한다. 신약 개발은 불확실성이 있다. 남들이 한 것을 배워서 하는 일이 아니다.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어느 회사나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다. 인적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 국내 제약업계의 R&D가 가야 할 방향성을 짚는다면.

“제약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인류 건강을 위한 것이다. 그것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약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은 글로벌 시장이다. 외국 가서 돈 더 벌자는 것이 아니고 해외에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R&D가 바탕이 돼야 한다. 많은 환자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약을 만든다는 마음을 가지고 R&D 관계자들이 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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