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인력난·지역불균형’
피할 수 없는 ‘인력난·지역불균형’
[창간기획-호스피스완화의료 ‘백년지대계’②] 간호사 ‘수도권’ 쏠림 가속화 … 지방 호스피스병동 ‘기능 마비’ 우려
  • 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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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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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환자와 같은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통증 완화와 심리적 안정을 제공해 생애를 평온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사회의 고령화 심화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인식 개선 뿐 아니라 부모부양에 대해 급격히 변하는 인식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편중된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와 지방의 의료인력 부족도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의 정착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이에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국민 인식과 지역불균형 문제를 짚어보고, 전문가들을 만나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당면한 과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① “늘어나는 호스피스 기관, 인식 변화 발맞춰야”
② 피할 수 없는 ‘인력난·지역불균형’
③ “호스피스완화의료, 질병 관리체계 포함돼야”
    └[인터뷰]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 장윤정 센터장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올바른 정착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간호사 인력난과 수도권·지방 불균형 문제가 꼽힌다. 이같은 문제들은 저수가와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에 시달리는 한국 의료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와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간호사 ‘수도권·대형병원’ 쏠림 현상 … 지방 호스피스병동 ‘기능 마비’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충남 공주의료원은 지난 2016년 10월 신축이전하면서 12병상 규모의 호스피스 병동을 설치하고 각종 의료 장비와 의료 용품을 배치했다. 하지만 현재 간호인력 부족으로 병동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간호인력 부족은 이 병원 호스피스 병동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충남 지역 공립병원들은 간호사 정원의 절반만을 채운 상태로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간호사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지방 병원들의 인력난을 부채질 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호스피스 병동의 운영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호스피스병동 간호사 54.2% “떠나고 싶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호스피스완호의료 병동형 간호간병서비스 인력배치 모형개발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간호사 중 사직 또는 타 병동 전환 의사가 있는 사람은 54.2%로 집계됐다.

사직 사유 중 ‘정신적 혹은 영적 소진이 심함’(17.6%)을 제외하면 ‘야간 및 밤 근무가 힘들어서’(13.8%), ‘정규 근무 외 추가적인 시간 소요가 많음’(10.1%), ‘낮은 임금수준(9.3%), ’높은 노동강도‘(7.3%) 등 열악한 근로환경 및 처우 문제가 40% 이상을 차지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간호사들의 1인당 평균 담당환자 수는 9.8명에 달한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간호사의 경우 “담당환자 수가 12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20.8%로 타 요양기관 종별에 비해 담당환자 수가 많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 간호사가 인지한 간호사 1인당 담당환자 수 (단위: 명, %, 최소값-최대값) <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이같은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의 간호사 배치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호주 완화의료병동의 경우 빅토리아 주(州)는 오전 근무 병동관리자를 제외하고 간호간병인력 1명당 환자는 4명, 오후 근무는 5명, 밤 근무는 8명이다. 사우스웨일즈 주의 경우 오전 근무는 간호간병인력 1명당 환자 4명, 오후 근무는 환자 4명, 밤 근무는 환자 7명으로 집계됐다.

▲ 호주의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간호간병 인력배치 <출처: Royal College of nursing. Mandatory Nurse Staffing Levels. 2012. https://my.rcn.org.uk/__data/assets/pdf_file/0009/439578/03.12_Mandatory_nurse_staffing_levels_v2_FINAL.pdf>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라정란 팀장은 “간호인력 부족은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전체의 문제인 것 같다”며 “간호사 모집을 못해 개원에 차질이 생긴 지방 병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 수도권·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지방 병원의 열악한 임상환경에 있다”며 “대형병원에서도 높은 업무량과 노동강도 때문에 경력 간호사 이직률도 높아지고 있다. 저수가 구조가 간호 인력의 부족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완화의료도우미 1:3, 안전 문제 있어”

완화의료도우미 제도의 인력부족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말기 암 환자에게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도우미 제도를 채택한 병원의 환자는 하루 개인 간병비의 8만원의 5%인 4000원만 내면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호스피스완화의료도우미 1명이 환자 3명을 돌보기 때문에 환자 안전에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합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관리자 A씨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필요한 인력이 다르고 낙상 가능성도 높아 도우미 1명이 환자 3명을 돌보는 것은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종합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관리자 A씨는 “도우미 제도가 도입돼 환자와 가족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준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안전을 우려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라고 하는 병원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현재 지정 기관 절반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도우미 제도를 도입 하지 않고 있다. ‘간병수가가 낮아서’라는 이유가 가장 큰 원인이다.

▲ 완화의료도우미 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 <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건보공단 관계자는 “완화의료도우미 제도 도입 전후 간호인력의 간호간병서비스 변화 인식 결과에 따르면 의료진은 간병서비스의 전반적 수준, 간병서비스에 대한 환자보호자 만족도, 간병서비스에 대한 의료인 만족도 면에서 서비스질이 높아졌다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어 “완화의료도우미 제도는 보호자의 간병부담을 덜어주고, 간호간병서비스의 질을 높여주는 제도로 적극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간병수가에 대한 재정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쏠림 ‘현재 진행형’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된 의료서비스 불균형 문제도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역별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 현황(2017년 10월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호스피스 기관수는 15개(18.5%), 병상수는 264개(20%)로 집계됐다. 경기도의 경우 기관수 18개(22.2%), 병상수 295개(22.3)였다. 이 두 지역의 호스피스 기관수와 병상수가 전국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충청남도의 기관수는 1개(1.2%), 병상수는 10개(0.8%)로 수도권과 큰 차이를 보였다. 울산은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기관수 1개(1.2%), 병상수 12개(0.9%)를 기록했다.

▲ 지역별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 현황 (2017년 10월 기준) <출처:보건복지부>

수도권 종합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관계자 B씨는 “서울 빅5병원에서 치료 받은 암 환자들은 서울 3차병원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서비스를 받고 임종까지 하게 되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지정 의료기관 80여개는 서울·경기에 집중돼 있다”며 “서울에서 진료를 받고 고향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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