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사가 키운 R&D 불꽃, 중소사로 번졌다
상위사가 키운 R&D 불꽃, 중소사로 번졌다
[창간기획-韓 제약 R&D 현주소③] 전체 투자비용 중 상위사가 절반 이상 … 중소사, 투자 비중은 상위사 못지않아
  • 이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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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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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 산업이 큰 변화기를 맞고 있다. 시장 환경과 정책 변화 속에서 제약업계는 고부가가치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분위기다.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수 제약사가 제네릭 위주 사업 구조를 탈피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요층은 한정돼 있는데 제약사는 많아졌다. 약가는 인하되고 마케팅은 과거보다 위축됐다. 제네릭만 가지고는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얘기다. R&D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제 R&D는 제약사들이 앞으로 다가올 제약 산업 지각변동을 대비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가르는 척도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생존의 문제라고도 말한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국내 제약업계 R&D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현직 연구자들의 입을 통해 국내 제약 R&D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 걸음마 뗀 국내 제약 R&D … 아직 갈 길 멀다
② ‘비상’ 걸린 내수시장 … R&D, 선택 아닌 숙명
③ 상위사가 키운 R&D 불꽃, 중소사로 번졌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한국의 제약 내수 시장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특히 제네릭 시장은 과거보다 낮은 약가에도 불구하고 다수 제약사들이 소위 ‘제로섬 게임’을 펼치는 형국이다. 이런 시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제품 차별화와 신약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제약사가 늘기 시작했다.

R&D 투자는 주로 상위사들이 앞장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사 110곳의 지난 2016년 R&D 투자비용은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셀트리온(2639억원), 한미약품(1625억원), 녹십자(1170억원), 대웅제약(1164억원), 종근당(1021억원), 유한양행(864억원), 동아ST(726억원), LG생명과학(現LG화학 538억원), SK케미칼(489억원), CJ헬스케어(475억원) 등 매출액 상위 제약사 10곳의 R&D 비용은 1조711억원에 달했다.

상장 제약사 110곳의 전체 R&D 투자비용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들 상위 제약사가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제약사들보다 ‘덩치’가 큰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R&D에 쏟아부으며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R&D 투자비용 증가세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한미약품, 녹십자,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대웅제약, 종근당 등 국내 주요 상위 제약사 6곳의 R&D 투자비용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각각 전년대비 17.8%, 17%나 증가했다.

2016년에 들어서면서 증가세가 5.9%로 낮아졌으며, 2017년에는 R&D 투자비용 증가세가 3.6%에 그쳤으나, 여전히 큰 금액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 상위 제약사와 비교할 때 중소 제약사들의 R&D 투자비용은 절대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일부 중소 제약사들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이 상위사를 웃돈다.

최근에는 중소 제약사들의 R&D 투자비용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동안 제네릭 내수 시장에만 의존하던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 의하면 유나이티드제약, 동국제약, 경동제약, 삼진제약, 광동제약, 환인제약, 대원제약 등 주요 중소 제약사 7곳의 지난해 R&D 투자비용은 총 974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들 제약사의 R&D 비용 증가세는 지난 2014년 무려 18.0%에 이르렀다. 2015년에는 6.0%로 증가세가 다소 주춤했으나, 2016년 8.2%, 2017년에 10.7%로 다시 높아졌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하태기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위 제약사의 R&D 투자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경제성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 R&D 비용 증가를 빡빡하게 관리한 결과”라며 “2017년에 충분히 조정을 보인 만큼 2018년에는 R&D 비용 증가 폭이 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 제약사 R&D 비중 높은 곳 상위사 이상 … 선택과 집중

상위 제약사와 비교할 때 중소 제약사들의 R&D 투자비용은 절대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일부 중소 제약사들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이 상위사를 웃돈다. 부광약품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6년 부광약품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8.36%였다. 전년(14.08%)보다 4.28%p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R&D 투자 비중이 22.1%에 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신약후보 물질인 ‘MLR-1023’(당뇨병치료제)와 ‘JM-010’(중추신경계치료제) 개발에 R&D 투자비 대부분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MLR-1023은 LYN-키나아제 액티베이터(kinase activator)라는 명칭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전기 임상2상 시험을 완료하고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결과를 발표, 현재 기술수출을 모색하고 있다. JM-010은 파킨슨환자가 파킨슨치료제(레보도파) 처방에 따른 부작용을 치료하는 신약후보 물질로, 미국과 유럽에서 후기 임상2상 시험 진행을 앞두고 있다.

▲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

보툴리눔톡신 제제로 급성장한 메디톡스도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R&D에 투자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지난 2016년 매출액(1333억원) 대비 R&D 투자(186억원) 비중은 13.99%로 전년(7.34%)보다 6.65%p 증가했다.

올해 초 회사 측이 공개한 신약 파이프라인 현황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기존 주력 품목이었던 보툴리눔톡신 제제 외에도 황반변성 치료제 ‘MT912’, 당뇨병성 망막증 치료제 ‘MT914’, 제1형 당뇨병 치료제 ‘MT925’, 면역질환 치료제 ‘MT927’ 및 ‘MT932’, 흑색종 치료제 ‘MT933’,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MT971’, 고형암 치료제 ‘MT981’ 등 바이오신약과 지방분해 주사제 ‘MT921’, 골관절염 치료제 ‘MT941’ 등 합성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대표

개량신약 시장에서 강자로 꼽히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도 R&D 투자 비중이 13.24%에 이른다.

이 회사는 그동안 서방형 개량신약을 개발해 경쟁 제네릭 및 오리지널 제품과 차별성을 확보,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 그 결과 2010년 소염진통제 ‘클란자CR정’을 시작으로 항혈전제 ‘실로스탄CR정’, 위장관 운동 기능 개선제 ‘가스티인CR정’ 등 현재까지 개량 신약 6개를 출시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제품 2개를 선보이면서 신약 효과에 따라 매출도 늘었다. 이들 제품은 오리지널 약품을 위협하는 판매량을 자랑하며 회사 전체 매출의 30%를 넘겼다. 유나이티드제약은 2021년까지 개량 신약 30개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사는 자사의 서방형 기술을 십분 활용해 펩타이드 서방형 주사제 바이오의약품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연구가 상당히 진행돼 완성단계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 중소 제약사들이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절대 금액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자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상위사로부터 시작된 R&D 불꽃이 중소 제약사로 옮겨붙기 시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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