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내수시장 … R&D, 선택 아닌 숙명
‘비상’ 걸린 내수시장 … R&D, 선택 아닌 숙명
[창간기획-韓 제약 R&D 현주소②] 계속되는 약가인하 위험 … 경쟁은 심화 … “R&D 없인 도태”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03.0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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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 산업이 큰 변화기를 맞고 있다. 시장 환경과 정책 변화 속에서 제약업계는 고부가가치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분위기다.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수 제약사가 제네릭 위주 사업 구조를 탈피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요층은 한정돼 있는데 제약사는 많아졌다. 약가는 인하되고 마케팅은 과거보다 위축됐다. 제네릭만 가지고는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얘기다. R&D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제 R&D는 제약사들이 앞으로 다가올 제약 산업 지각변동을 대비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가르는 척도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생존의 문제라고도 말한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국내 제약업계 R&D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현직 연구자들의 입을 통해 국내 제약 R&D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 걸음마 뗀 국내 제약 R&D … 아직 갈 길 멀다
② ‘비상’ 걸린 내수시장 … R&D, 선택 아닌 숙명

[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국내 제약업계의 R&D 투자가 늘어나게 된 단초는 아이러니하게도 제약사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다.

과거 국내 제약사들은 정부의 보호 아래 제네릭의 충분한 약가를 보장받으면서 특별한 R&D 없이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2012년 4월 일괄 약가인하를 단행하면서 제약 산업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당시 정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의 가격을 평균 14%나 낮췄다. 이후 제약사들의 원외처방 실적은 정체기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도 일괄 약가인하의 충격이 다 가시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이후에도 정부는 여러 유형의 약가 사후관리 제도를 운용하면서 의약품 가격을 통제했다. 대표적인 것이 사용량-약가 연동제다.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약가 협상 과정에서 예상한 사용량보다 실제 사용량이 많거나, 전년보다 보험 청구량이 일정 비중 이상 증가하면 약가를 낮추는 제도다. 쉽게 말해 많이 팔리면 가격을 깎는 제도다.

장사를 잘해도 약가가 매년 인하되므로 제약사 입장에서는 제품 판매가 매년 늘어도 일정 부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경제적 이익지출보고 의무화 등 리베이트 규제 정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과거에 비해 영업과 마케팅이 크게 위축됐다. 이런 가운데 여러 제약사가 같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하는 ‘공동생동’의 품목 수 제한이 풀린 이후 다수 제약사가 공동생동을 통해 제네릭을 출시해 경쟁자가 크게 늘었다.

약가는 낮아지고 경쟁은 심화했다. 제네릭 위주의 내수 시장은 결국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제약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이를 위해 R&D에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 약가는 낮아지고 경쟁은 심화했다. 제네릭 위주의 내수 시장은 결국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제약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이를 위해 R&D에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추가 약가인하 가능성 대두 … R&D 중요성 갈수록 커진다

이처럼 국내 제약 산업 환경은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다시 한번 약가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문재인 정권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정책인 일명 ‘문케어’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약가에 손을 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권미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보건복지부에 ‘문재인케어 실현을 위한 5대 재정 절감 패키지 정책’을 제안했다. 권 의원이 재정절감이 가능한 분야로 제시한 분야는 ▲의약품 ▲치료재료 ▲본인부담상한제 ▲사무장병원 ▲장기요양전달체계 등이다.

특히 의약품과 관련해 권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의약품 분야의 지출 누적증가율이 19.14%에 이르는 등 급격하게 증가하고, 고가약 처방이 확대되는 등 재정절감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복제약 약가 인하 등을 통해 10~25%까지 약가인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약품비 지출에서 향후 5년간 최소 5조5000억원에서 13조8000억원 가량의 재정 절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약가 인하를 통해 매년 무려 1조1000억원~2조7600억원의 재정을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상위 제약사의 1년 매출액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정부는 문케어 재정확충을 위한 수단으로 약가 인하를 결정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권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어 업계는 불안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 정부가 다시 한번 약가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문재인 정권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정책인 일명 ‘문케어’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약가에 손을 댈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사례에 비춰봐도 향후 대규모 약가 인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2018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총액은 지난해(추경예산 제외)보다 0.3% 증가한 97조7128억엔(한화 950조7357억7272만원)이다.

눈여겨볼 점은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공적자금 가운데 의사의 인건비 및 간호 보수에 대한 지원은 소폭 인상했지만, 약가는 인하했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기존 의료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옆 나라 이야기지만 국내 제약업계도 안심할 수 없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인구절벽 상황을 맞은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여서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생산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소비하는 고령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곳간은 점점 줄어들고 정부는 어느 순간 재정 확충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상대적 약자인 제약사를 쪼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건보 재정에 빨간 불이 켜지면 약가 인하 문제가 분명히 대두될 것”이라며 “앞으로 내수 시장은 더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빨리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는 차별성이 있어야 하고, 해외 시장에서는 신약이 있어야 유리하다”며 “결국 답은 R&D다. 이제 R&D는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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