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서울아산병원이 故 박선욱 간호사의 사망 뒤에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며 병원 내부에서 직접 변화를 도모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선욱 간호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태움(괴롭힘)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하다가 근무 6개월만인 지난 16일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났다.
병원계에 따르면 박선욱 간호사와 같은 달에 발령을 받은 달동기 간호사들은 최근 병원에 대자보를 통해 태움 등 문화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동료 간호사들의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대한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달동기란 같은 달에 발령을 받은 간호사들이 서로를 부르는 말이다.
박선욱 간호사의 2017년 9월 입사동료임을 밝힌 A간호사는 이같은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A간호사는 대자보를 통해 “어느 날, 6개월 동안 함께 교육받고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동료간호사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저희 곁을 떠나갔다. 글에 적혀 있는 동료간호사를 죽음까지 몰고 갈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삶은 저희가 살고 있는 삶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의 원인이 단편적으로는 신규간호사에 대한 높은 연차의 간호사의 태움으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간호사 근로환경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간호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 수가 많아 업무 부담이 높으며,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므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간호사와 함께 일하는 경력간호사들은 업무 부담이 증가하며, 신규간호사는 독립 후 실수에 대해 혹독한 훈육을 받고 장기간 근무를 하게 된다”며 “개인의 성격적 문제나 직장 내 분위기로 인한 태움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지만, 그 마저도 신규간호사에 대한 혹독한 훈육이 만연한 구조 속에 가려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에 대해 병원 측은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이 A간호사의 주장이다.
A간호사는 박선욱 간호사의 사망과 관련 “우리나라 최대 의료기관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간호현실을 저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서울아산병원은 사건이 발생한지 14일이 지나도록 어떠한 대책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실질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또 “정작 사건의 진원지인 우리 병원에서는 어떠한 뚜렷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우리 병원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진정한 변화는 외부의 힘으로만 일으킬 수 없다. 이제는 불편한 침묵을 깨고 우리가 움직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서울아산병원의 간호혁신 및 개선활동은 주로 간호부 주도의 활동을 각 부서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근로환경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는 부서마다 특성이 다르고, 업무도 다르고, 형성된 조직문화도 달라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변화를 도모하기 어렵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각 부서의, 다양한 연차의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간호부에서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