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서울대병원도 기준 못지킨다”
“정부 대책, 서울대병원도 기준 못지킨다”
“감염관리 시스템 인력확대 없이 불가능 … 현장은 머리가 아닌 손·발 요구 … 간호인력 기준 구체안 필요”
  • 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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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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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이대목동병원 사태에 대한 정부의 단기 대책은 지키기 어려운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제시한 대책과 원칙을 실행할 간호인력 확대가 시급하다.”(서울대학교병원 최은영 간호사)

서울대학교병원 최은영 간호사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신생아 중환자실 제도 개선 마련과 병원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신생아중환자실 내 감염관리를 개선하고 초기 사고 발생 대응체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생아 중환자실 안전관리 단기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원인불명 다수사망 사고에 대한 보고체계 개선, 신생아중환자실 감염관리 개선, 진료환경 인프라 개선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현재 간호인력으로는 이 같은 정부의 대책에 손발을 맞추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마련돼도 이를 실행할 충분한 인력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서울대학교병원 최은영 간호사

“감염관리, 간호사 충원이 실마리”

최은영 간호사는 서울대병원 간호사의 근무 환경 실태를 설명하면서 의료인력 충원이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고 감염관리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최 간호사는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보면서 ‘서울대병원에서는 어떻게 대처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이번 사태가 이대목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병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심지어 미투(me too) 운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고민을 하는 간호사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며 간호1등급이지만 간호사들은 항상 높은 업무강도로 인해 허덕이면서 일하고 있다”며 “서울대병원 36만원 신규간호사 임금을 비롯해 성심병원 간호사들의 선정적인 장기자랑은 최근에서야 언론을 통해 드러났지만, 30살이면 병원을 그만둬야 하는 현실과 간호사들의 노동강도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폐소생술(CPR)을 할 경우 심장마사지와 투약하는 의사, 상황을 기록하고 약과 산소를 준비하는 간호사 등 최소 의사 2명과 간호사 3명이 있어야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인 서울대병원도 잘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대병원도 지키고 있지 않은데 다른 병원은 어떻겠나”고 지적했다.

이윤 추구를 앞세워 환자의 안전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 간호사는 “간호사들은 환자가 퇴원도 안 한 상태에서 신규 환자를 받는 경우도 많다”며 “문제는 시술이 이뤄지면 퇴원을 안 한 상태에서 환자가 들어갈 병실이 없기 때문에 복도에 누워있는 있는 경우다. 결국 간호사 한 명당 환자 15명이 아니라 20명을 넘게 돌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스템 자체가 무균적이지 않은데 … 무균술 지켜라?”

중환자실 등 특수부서에서 무균적으로 약을 준비할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무균술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병동이나 중환자실 환경 자체가 무균적인 환경이 아니다”라며 “간호사가 이런 환경에서 무균적으로 약을 준비하라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다. 클린벤치(Clean Bench)에 손만 넣어서 약을 조제해 올라와야지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다. 시스템 자체가 무균적이지 않은 데 약을 무균적으로 준비하라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감염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간호사는 “언론에서 말하는 소위 ‘슈퍼박테리아’ 감염균 환자를 격리할 방이 없다. 방을 비워야 하는데 병원 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며 “다른 환자와 함께 두고 아무리 커튼을 친다고 해도 감염관리가 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감염관리를 하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들은 ‘손씻기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이라고 한다. 감염관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보건당국의 의약품 관리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최 간호사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소아환자에게 스모프리피드를 사용할 때 주의하면서 사용하라고 한다고 들었다. 벌레 수액키트의 경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당국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신생아중환자실 모습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현장은 머리가 아닌 손·발 요구”

정부는 의료인력 확충 전 현장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간호사는 “정부 대책이 관리 및 규제, 교육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며 “수간호사 등 간호관리자를 늘린다는 말이 있는데 현장에서는 머리가 아니라 손과 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의 교육 관련 정책 대부분은 사이버 교육으로 대체될 것으로 본다. 간호사에게 휴일에 나와서 공부하라고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환자 안전대책을 세우기 힘들다 근본적으로 인력수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호인력과 관련해 간호1등급이라도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병가를 신청한 간호사에 대한 대체 인력이 없다. 3명이 하는 일을 2명이 해야 한다.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사직률 증가로도 이어진다”며 “한 병동에 간호사가 몇 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 근무조에 간호사가 몇 명의 환자를 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은 의사 성과제도를 도입했다. 핵심 내용은 돈을 많이 벌면 돈을 많이 주겠다는 거다. 수술 건수가 늘어나면서 2층 전체를 수술장으로 만든다고 한다”며 “하지만 그만큼 인력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수술실 내 소독물품을 제대로 소독할 수 있는 사람 없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환자를 직접 돌보는 돌봄 노동자를 하찮고 허술하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을 천시하는 분위기의 조직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협 “모든 중환자실 근무조건 강화해야”

대한간호협회도 감염관리를 위해서는 간호사의 업무환경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협은 “그동안 열악한 신생아 중환자실의 의료환경을 위한 국가의 투자는 오로지 시설과 장비에만 쏟아졌고 병상증가에만 치중해 시스템 개선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신생아 중환자실은 간호 1등급의 경우 1명의 간호사가 3,4명의 환아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초극소 미숙아 출생이 증가하면서 환아의 중증도가 높아졌고 세심한 간호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이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신생아 집단 사망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병원의 중환자실 인력과 장비, 근무조건 기준을 현행보다 대폭 강화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정부가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감염관리 경영진 책임 물어야 … 간호인력 기준 구체안 필요”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원은 “의료 관련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최고경영진이 관련 교육이나 훈련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의 시스템 실패가 인정되는 의료 관련 감염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과 실무 의료진뿐 아니라 의료기관 최고경영자 개인에게도 책임을 묻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정부의 이번 단기 대책에는 간호인력 기준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며 “적어도 신생아뿐 아니라 모든 중환자실만큼은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의 인력기준 하한선을 정해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중환자실을 폐쇄하거나 병상을 축소해 운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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