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연말에도 환자 간호로 바쁜 간호사들은 추워할 틈이 없다. 특히 심신 모두 힘들어 하는 화상환자들과 함께 하는 화상센터 간호사들은 “이 환자들의 흉터는 마음의 상처로 남는다. 환자와 보호자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것이 치료의 열쇠”라며 들뜬 연말 분위기에도 눈과 마음이 환자 곁을 떠날줄 모른다. 본지는 연말을 맞아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수병원과 베스티안서울병원 간호사들의 삶과 간호업무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① ‘한강수병원’ 천미선 간호사 “꽁꽁 언 화상 환자 마음 녹이는 것은 ‘소통’” |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화상전문병원 간호사들의 공통 과제이자 사명은 화상 환자와 가족들의 심리적인 고통까지 감싸주는 것으로 보인다.
베스티안서울병원 간호사들은 “환자 마음의 상처까지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의 사회경제적 여건 등 주변 환경까지 고려해 간호하는 ‘전인간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보호자·간병인 없는 병동’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전희자 수간호사는 환자의 치료가 단순히 신체의 치료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전 수간호사는 “20년 이상 경력의 수간호사에게도 환자와 라포(rapport, 친밀한 관계) 형성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며 “환자와 동행하는 의료인이 되고 싶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는 “신규 때는 전문적인 케어로 환자를 빨리 회복시켜 퇴원하는 데 집중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상에서 산전수전 겪은 수간호사지만 배움은 계속된다.
전 수간호사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해 사람들의 내면을 읽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간호사 스테이션에 있는 그에게 신년 인사를 부탁하니 “우리 간호사들이 분명히 힘든 부분이 있을 텐데 일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며 “신년에는 간호사들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기 바란다. 어려움을 같이 공유하고 서로 배우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도 쾌유의 말을 전한다”며 배웅 인사를 건넸다.
1층 외래로 내려갔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분주한 모습에서 병원의 활발함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 외래 간호사들이 친밀하고 온화한 미소로 환자와 보호자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문유진 외래책임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문 책임간호사는 기억도 나지 않는 없는 생후 10개월 때 입은 화상이 남아있었다. 간호대에 입학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다시 돌아본 계기가 화상 전문병원 입사까지 이어졌다.
그만큼 환자들과 공감대 형성에 쉽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문 간호사는 “입사 초 한 중년 남성이 화상 통증으로 울고 낙심하고 있었다. 다른 환자들보다 상처가 작아 덜 아플것으로 생각해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환자의 주관적 통증을 머릿속으로만 이해하고 마음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점을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며 “당시 환자의 주관적 통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화상은 환자의 몸에서 흔적을 남긴다. 화상을 입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보호자의 마음도 보듬어 줘야 한다. 아이들이 다친 순간 부모들도 다친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병원 밖을 나오면서 우리사회가 환자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곁에서 고통을 어루만지는 간호사들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기를 마음 속으로 빌며 연말 모든 간호사들이 바쁜 중에 잠시라도 마음의 휴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래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