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보다 무서운 건 ‘혐오와 차별’ … 언론이 우릴 범죄자 만들어”
“질병보다 무서운 건 ‘혐오와 차별’ … 언론이 우릴 범죄자 만들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연 활동가 “HIV/AIDS·조현병 인식변화, 언론에 달렸다”
  • 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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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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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질병보다 그로 인한 혐오와 차별이 더 무섭다.”(HIV/AIDS·조현병 환자와 가족 인터뷰 중)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연 활동가는 2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주최한 ‘조현병과 에이즈기사로 본 언론보도의 인권 침해, 환자는 왜 범죄자가 되었는가?’ 토론회에서 HIV·AIDS·조현병 환자와 가족 총 2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며 이들이 느끼는 언론보도의 문제점과 바람에 대해 발표했다.

김 활동가는 “대중은 미디어를 통해 사회적으로 낙인된 특별한 질병을 이해하고 그와 관련된 특정한 인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당 질병과 관련한 보도기사는 질병의 의미와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질병에 대한 인식 및 고착화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며 HIV/AIDS·조현병 등 사회적으로 낙인된 질병에 대한 언론보도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연 활동가

“일반화 오류 그만 … 편견·차별 문제 다뤄야”

그는 “HIV/AIDS에 대한 언론보도의 문제점은 특정 사건에 대해 질병을 가진 집단 전체의 특성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동성애와 AIDS의 상관성을 제멋대로 규정하는 편파적 보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와 가족들은 ‘당뇨병, 심혈관계 등 다양한 질병이 많은 매체에서 소개되고 다뤄지고 있지만, AIDS에 대한 정보는 너무 없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며 “감염인에 대한 편견, 차별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에 따르면 인터뷰에서 HIV/AIDS 환자와 가족들은 정확한 언론보도를 위한 언론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단어 하나 때문에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무겁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일방적으로 어느 한 사람을 기준으로 해 악평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감염인 중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등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조현병과 에이즈기사로 본 언론보도의 인권 침해, 환자는 왜 범죄자가 되었는가?’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가족·이웃 만나서 이야기 들어라”

조현병 환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범죄 기사 작성 시 충분한 상황 파악 후 기사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범인이 처벌 수위를 낮추는 도구로 심신미약 및 정신이상을 주장하는 경우, 언론은 정확한 사실 여부 확인 없이 해당 사건을 정신질환자 범행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들은 “조현병을 무조건 내세우지 말고 직접 관여된 사실 보도만 작성했으면 좋겠다”며 “정말 그 사건이 조현병으로 인한 것인지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화의 오류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현병 환자 중 폭력성이 없는 환자도 많지만, ‘조현병이 폭력 발생의 원인’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의 기사는 폭력성을 집단 전체의 특성으로 일반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와 가족은 인터뷰에서 “살인사건 기사가 날 때마다 매번 등장하는 말이 범인이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등 사건을 정신질환자 문제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따른 환자와 가족은 “강남역 사건과 같이 어떤 특정인이 저지른 사건에 대해 왜 다른 조현병 환자를 똑같이 취급하나?”며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들도 착한 사람이 있고, 흉악한 사람들도 있다. 왜 특정 병명을 그 사건에 결부시킨다는 것은 기막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각종 사건 사고에 정신장애인으로 주목되지만, 정작 당사자의 이야기는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언론들은 기사를 쓰고 싶을 때 다양한 당사자들을 만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거기에 진짜 양념이 더 추가되지 않고 진실성 있는 기사가 나올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HIV/AIDS 및 조현병에 대한 기사제목 워드 클라우드

“‘단독’보다는 올바른 지식 전파에 힘써야”

김정연 활동가는 “언론보도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며 “‘단독’이라는 한 꼭지의 신속 보도에만 초점을 두고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 해당 질환을 보유한 사람들의 생활에 미칠 영향, 사회에 파생될 영향을 고려해 기사가 쓰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IV/AIDS 및 조현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쓰인 기사가 많아야 해당 질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리라는 것이 김 활동가의 주장이다.

그는 “질환을 주제로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한 기사는 매우 적다”며 “주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련 기사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는데, 평상시에도 관심을 두고 질병에 대한 편견감소 및 올바른 지식 전파를 위한 기사가 많이 쓰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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