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결혼한 간호사들의 임신 순서를 정해준다는 증언이 나왔다.
우원식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1일 오전 10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병원 내 갑질문화 현장증언 및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1년 동안 임신 금지” … 가족 계획 부서장과 정해
이날 대전 을지대병원 16년차 송희란 간호사는 대전 을지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임신순번제 등 모성보호법 위반 사례에 대해 증언했다.
B씨는 입사 때부터 지난 2010년 6월까지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 같은 해 7월 타부서로 발령을 통보받았다. 당시 중환자실 수간호사는 ‘너를 3교대에서 상근직으로 빼주는 특혜를 주는 것이니 타부서로 가서 완벽히 업무에 적응할 때까지 1년 동안 아이를 갖지 말아라’며 B씨의 가족계획에 관여했다.
이후 B씨는 타부서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3개월 뒤 임신을 했다. B씨는 “임신으로 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근심을 놓을 수가 없었다”며 “이후 수간호사를 만났을 때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 내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구나. 내가 너 임신소식 듣고 간호부에 얼마나 눈치가 보였는지 아니? 외래 팀장님 볼 낯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둘째 아이를 임신하려 했지만, 부서 내 묵시적인 임신순번제에 가로막혔다. 결혼하면 가족 계획을 부서장과 상의해야 했다. 먼저 임신한 후배 간호사는 ‘파트장님이 둘째를 계획하고 있는 선생님과 먼저 상의하고 시기를 결정하라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죄송해요’라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누가 누구에게 미안하단 말을 해야 하는가”라며 “을지대병원은 임산부 당직근무 시행, 전무후무한 육아휴직, 부서장이 결정해주는 임신순번제로 인해 간호사들은 병원에 대한 애사심은커녕 당장이라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 “특단의 대책 취하겠다”
간호사들의 증언을 듣고난 뒤 우원식 원내대표는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게 하고 의료용품을 사비로 사게 하는 문제를 비롯해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위반 등을 한 병원들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동안 태움문화, 임신순번제,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가 성행해도 철저하게 을의 위치에 있는 간호사는 문제 제기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며 “간호사의 76%가 이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 갑질과 가혹한 노동강도에 수많은 간호사가 일터를 떠나고 인력부족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드러난 사례에 대해서 노동부와 관계기관에 특단의 대책을 취하도록 할 것”이라며 “문제가 되는 병원의 장기파업 해소와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시급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차원에서도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안 처리와 간호인력종합대책지원 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