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증 無 산소포화도 측정기, 병원에서 사용”
[단독] “인증 無 산소포화도 측정기, 병원에서 사용”
분실·고장 보고하자 “알아서 해라” … 인터넷서 3~4만원대 구입 … “환자 안전 무시”
  • 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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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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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의료용으로 사용 불가능한 가정용·저가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17일 헬스코리아뉴스는 근로기준법과 적정임금 지급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 중인 A종합병원 간호사 B씨로부터 “근무 중인 병동에 있는 산소포화도 측정기 중 일부는 인터넷에서 산 3만~4만원대 가정용 산소포화도 측정기”라는 증언을 확인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환자의 혈액 속 산소농도를 측정하는 의료기기다. 손가락에 끼워 넣으면 모니터에 산소농도와 맥박수가 측정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심부전증 등의 호흡기질환 및 심장질환자와 호흡기능 이상으로 기관 삽관을 한 환자에게 흔히 쓰인다.

문제는 이 병원에서 사용 중이라는 이 가격대의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의료기기 품목허가번호가 없는, 즉 진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기기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본지 확인 결과 B씨가 구입했다고 증언한 3만~4만원 대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실제로 인터넷 홈쇼핑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이 가격대 제품들 중 의료기기 품목허가번호가 있는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 인터넷 홈쇼핑에서 살 수 있는 3만~4만원대 산소포화도 측정기. 의료기기 품목허가번호는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 기기들은 여러차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B 간호사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기관지 삽관 중인 호흡기계 질환자에게 많이 쓰인다. 응급상황에 즉각 대처하는데 필요한 의료기기”이라며 “다만 기존 병동의 산소포화도 측정기보다 수치가 2~3% 떨어지고 어떤 경우 피크(100%)를 칠 때도 있다. 수치가 낮게 나올 때 더 정확한 검사인 동맥혈가스검사를 하면 정상이 나온 경우가 몇 차례 된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의 기존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검수와 인증절차를 받아 정식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정용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중환자가 있는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하지만 당장 필요하기 때문에 가정용이라도 쓰느게 낫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으면, 이동식 심전도 모니터 측정기를 일일이 끌고 다니며 측정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인력을 충원을 요청하지만, 거부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병원 물품 구입 비용 간호사 부담 강요가 원인

이처럼 의료기기로 사용하면 안되는 산소포화도를 측정기를 구매해서 사용하게 된 이유는 중간관리직이 고가인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망가지거나 분실될 경우 간호사들에게 비용 부담을 강요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B씨는 “90만~100만원대인 기존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수리가 필요하거나 분실돼도 간호관리자들은 ‘너희가 잃어버렸으니까 너희가 알아서해’, ‘알아서 충당하자’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인터넷에서 저렴한 제품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이런 상황에서 환자 안전에 더 나은 방법을 찾은 게 이 방법(가정용 산소포화도 측정기 구입) ”이라며 “병원은 구입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알고 있음에도 후속 조치가 없는 것은 환자 안전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소포화도를 측정기 사례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 없지만 이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정기적으로 걷은 병동회비로 물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은 노조 측과 병원 양쪽 모두 인정한 바 있다.

최근 근로기준법과 적정임금 지급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 중인 A종합병원 노조 측은 파업 중 “병원이 부담해야 할 물품 비용을 직원 개인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며 “체온계, 포셉, 수술용 가위, 드레싱 용품 등의 의료용품부터 파쇄기, 선풍기, 정수기 렌탈료 등을 간호사들이 정기적으로 걷은 병동회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사측도 이에 사측은 언론을 통해 “의료물품은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관리부주의에 의한 분실로 극히 일부가 병동회비로 구입한 사례가 있었다”며 “3년 동안 100여만 원 상당의 의료물품을 부서공동비용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휴대폰을 의료기기용으로 사용하는 꼴 … 간호사 사비 사용은 병원 문제”

가정용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일선 병원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다른 병원 중환자실 팀장 C씨는 “간호사가 사비를 털어 물품을 구입하게 하는 것은 병원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사용하려면 의사의 오더(처방)가 있어야 한다.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없다면 의사의 처방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모 종합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한 D씨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환자의 호흡장애(dyspnea)를 보고 이후 필요한 경우 동맥혈가스분석(ABGA)으로 산염기 균형과 산소공급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한다”며 “중환자가 있는 병원에서 의료기기로 인증받지 않은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은 핸드폰에 있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쓰는 것과 같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간호사가 사비로 물품을 충당하는 상황에 대해 “간호관리자는 물품 청구 사유에 ‘분실’이라고 적어서 제출하면 자신이 손해 입을 것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자기 선에서 해결하기 위해 평소 모은 지각비, 병동회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평간호사가 지각비, 병동회비가 그리 큰 금액이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순응하는 편”이라며 “일부 간호사들은 부정한 대우에 대해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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