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갑질 타파, 경력 간호사 이탈부터 막아야”
“병원갑질 타파, 경력 간호사 이탈부터 막아야”
을지병원 노조 “이직 막고 제대로 된 간호인력 확충해야”
  • 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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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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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병원 내 갑질과 인권유린 문제 해결을 위해 간호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성심병원·을지병원 간호사들에게서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보건의료산업의 좋은 일자리 의미와 그 실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을지병원 노동조합원은 병원의 간호인력 부족 실태를 공개하며 성심병원의 직장갑질사건과 을지병원의 파업사태의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0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보건의료산업의 좋은 일자리 의미와 그 실현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임산부도 야간·휴일 근무해라”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김광근 지부장은 “사측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병동에 최소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며 인력부족으로 인한 높은 업무 강도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간호사들은 환자 이송, 검체 이송 등의 업무 외 영역도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환자를 직접 돌보는 시간이 줄고 업무량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력부족으로 나이트 근무(야간 근무)를 4~5일 연속으로 하고, 나이트가 끝나면 오프(휴일) 이브닝(오후)으로 이어지는 근무도 한다”며 “임산부에게 야간, 휴일에도 일하라고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김광근 지부장

3교대 중 ‘장기자랑·화상회의’ … “업무 강도만 높아져”

최근 논란이 된 체육대회 장기자랑 등과 같이 적게는 5번 많게는 7번의 행사와 교육이 진행돼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점도 꼬집었다.

김 지부장은 “화상회의의 경우 부서별로 경쟁이 심하다 보니 (회의 자료를)한두 달 넘게 준비해야 한다”며 “화상회의를 준비하는 간호사는 한달 내내 데이(오전) 근무만 하므로 다른 3교대 근무를 하는 다른 간호사들에게 업무 가중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강도가 높으니 경력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다. 경력 간호사가 부족하면 신규간호사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간다”고 말했다.

“이직 막고 제대로된 간호인력 확충해야”

을지대병원 김윤경 간호사는 “병원은 신규 인력을 채워 넣기만 하지 말고,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처우 개선을 통해 제대로 된 간호인력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며 병원 내 간호인력 부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간호사는 “간호사가 밥을 못 먹고 마신다는 문제는 이미 언론에서 많이 나온 문제”라며 “큰 원인은 퇴사하는 경력간호사가 많고 신규간호사가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규간호사는 아직 업무 숙지가 미흡한데, 신규간호사를 교육해야 하는 경력직 간호사의 업무량이 늘어나, 식사와 화장실 가는 시간도 부족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을지대병원 김윤경 간호사

“일한 지 얼마 됐다고 휴가?”

간호관리자 선에서 연차, 병가 등 휴가 신청을 통제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간호사는 “1~2년차 간호사가 휴가를 신청하면 중간관리자 간호사는 ‘너는 일한 지 얼마나 됐다고 휴가 가냐?’며 많은 사람이 있는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무안을 준다”며 “4년차 이상도 휴가 신청에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자들은 ‘간호사는 봉사정신으로 일해야 한다’고 말하며, 몸이 아파도 병가 신청은 어렵다. 체온 39도가 넘는 급성 임파선염, 뒤꿈치 골절이 있는 간호사가 병가를 신청했지만, ‘너 빠지면 일할 사람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부에 8시간 적었더니 … ”근무 미숙“ … 4시간 수정”

김 간호사는 시간외수당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전까지는 시간외수당에 대한 명확한 기준 자체가 없었다”며 “노조 결성 이후 시간외수당 장부를 만들어졌지만, 주임 간호사의 허락받고 장부 작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간호사가 작성한 장부 내용을 근무 미숙자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장부에 8시간을 기재했지만, 실제 급여명세서에는 시간외수당이 4시간에 해당하는 월급이 나왔다. 장부를 확인했더니 적어둔 8시간을 수정 테이프로 지우고 4시간으로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간호사는 “노조 설립 이후 자체협약을 체결해 개인당 나이트(야간)근무가 한달에 10개에서 7개로 줄었다. 이에 그만큼의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와 관련해 파트장과 면담하니 ‘인력충원은 불가능하다. 너의 (인력충원에 대한) 관점과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간호관리자가 인력충원 문제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자세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업무 가중으로 경력자는 이직하고 신규간호사가 그 자리를 채운다. 그 신규간호사도 얼마 안 되는 경력을 채우고 나간다”며 “이 악순환의 고리는 단순히 숫자만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간호인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병원의 노력과 정부의 제도적 보완으로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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