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보건 당국이 황반변성치료제인 ‘루센티스’(라니비주맙, 노바티스)와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 바이엘)의 급여 기준 가운데 횟수 제한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는 해당 약제의 투여 횟수가 14회를 넘어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급여범위가 확대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환자들은 오히려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새로운 급여제한 항목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조삼모사’식 행정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최근 루센티스와 아일리아의 급여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고시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그동안 신생혈관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들이 해당 약제를 사용할 경우, 최대 14회까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장기 투여가 필요한 약물인데도 급여가 적용되는 횟수의 제한이 있어 “횟수 제한을 없애달라”는 환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복지부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이번 개정안에서 이 같은 횟수 제한 항목을 삭제했다. 문제는 횟수 제한을 없애는 대신 ‘5번째 투여할 때부터는 교정시력이 0.1을 넘지 않으면 급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급여제한 조건을 새로 추가했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복지부가 해당 질환과 약의 특성을 모른 채 개정안을 내놓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이대로 개정안을 시행하면 기존 환자들 중 상당수는 급여범위가 더 축소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한다.
황반변성 환우회 조인찬 대표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에 추가된 새로운 급여제한 항목에 대해 100% 불만”이라며 “잔존시력을 어떻게든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교정시력) 0.1 이하는 급여를 제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엄청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조인찬 대표는 “황반변성이 진행되면 치료를 받더라도 시력을 잃게 돼 있다. 루센티스와 아일리아는 황반변성을 치료한다기보다는 질환의 진행 속도는 늦추는 방법”이라며 “황반변성이 무서운 이유는 치료가 안 되고 실명까지 가기 때문이다. 1년 안에 실명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5년이나 7년 동안 실명을 늦출 수 있게 하는 게 루센티스와 아일리아”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정시력) 0.1 이하는 보험을 안 해준다는 것은 황반변성과 해당 약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복지부가 교정시력 0.1 이하인 환자는 더 이상 손을 쓰지 않고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대표는 “특히,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14번 투여까지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이 시력에 따라 5회도 적용받지 못하도록 하는 이상한 개정안”이라며 “정말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황반변성 환자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왔던 조인찬 대표는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조인찬 대표는 “지난 수년 동안 그리고 최근에는 지난 4월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황반변성 환자들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강력하게 전달했다”며 “이런 활동에 힘입어 개정안이 나왔는데 실망스럽다. 이제 더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망막분지정맥폐쇄성(Branch Retinal Vein Occlusion, BRVO) 황반부종과 병적근시로 인한 맥락막 신생혈관 형성에 대한 급여기준을 신설했다. 다만, 이들 질환에 대해서는 한쪽 눈 당 5회 이내 투여에 대해서만 급여를 인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