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일과 삶의 균형 찾았다”
“호주에서 일과 삶의 균형 찾았다”
[일요 인터뷰] 호주 퀸엘리자베스Ⅱ기념병원 근무 김경은 간호사 인터뷰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11.19 0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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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올해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국가 중 2위를 기록했다. 일에 치여 지칠대로 지치진 젊은이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간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갑질, 낮은 처우, 구시대 유물인 군대문화, 태움문화 등으로 의료인의 자존감에 금이 가려 한다.

그렇다면 외국의 간호사는 어떨까.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나를 인정해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며 호주 브리즈번으로 떠나 퀸엘리자베스Ⅱ기념병원(Queen Elizabeth Ⅱ Jubilee Hospital, QEⅡ)에서 근무하는 김경은 간호사(사진)를 통해 호주에 정착하게 된 계기와 호주의 근무환경과 우리나라의 근무환경의 차이를 알아보았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2016년 6월부터 호주 브리즈번 공립병원 중 하나인 퀸엘리자베스Ⅱ기념병원에서 캐주얼 간호사(casual)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육아를 해야 하는 간호사들이나 여러 부서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고 싶은 간호사들이 선호하는 부서다.”

-. 호주에 가기 전 한국에서의 삶은.

“중견기업, 대기업에서 근무한 후 영어강사로 일했다. 끊임없는 야근으로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초과근무를 해도 금전적인 보상이 없었고, 이를 당연시하는 문화에 염증을 느꼈다. 근무자를 배려하는 환경이 아니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싶었다.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직장 환경을 갈망했다.”

-. 호주 이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나름대로 업계에서 대한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과 개인의 삶을 뒤로하고 일에 시달리는 학원 원장과 새벽 2~3시까지 공부에 치여 사는 학생들을 보니 한국에서 더는 가족을 일구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 호주에서 간호학을 선택한 이유는.

“내가 가진 자금으로 단기간에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나라가 호주였고, 호주에서 간호사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 김경은 간호사는 한국 의료진의 폭언과 폭력 노출에 대해 “한국도 호주 공립병원의 무관용의 원칙 처럼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국에서 배우지 않은 간호학을 배우기 쉽지 않았을 텐데.

“새로운 학문을 배우는 두려움보다 유학을 가지 못해 한국에서 주저앉아 버릴 상황이 더 무서웠다. 졸업과 취업, 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기회를 망설이다 포기하면 내 인생에 다른 길은 없다고 판단했다.”

-. 학교생활은 어땠나? 호주 대학의 수업 분위기는.

“한국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수많은 영어시험을 봤지만, 영어는 여전히 어려웠다. 간호대는 과락이 빈번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공부하면서도 압박감을 항상 느꼈다. 호주 수업방식은 자기 주도적으로 못하면 점수를 못 받는 시스템이다.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이 자기 의견을 말할 때 적극적이다. 교수는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 병원 취업 과정은.

“졸업 후 여러 병원에 매일 두통의 이메일을 모집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보냈다. 2013년 뉴사우스웨일스주(New South Wales)의 뉴그랫 널스 프로그램(New Graduate Nurse Program, GNP)에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은 신규간호사들이 병원으로부터 일과 공부에 대해 지원을 받는 과정으로 1년 동안 운영된다. GNP 시작 첫 6개월은 굉장히 바쁜 외과 병동에서 일하면서 간호업무와 시간 관리 방법 등을 배웠고, 나머지 6개월은 재활병동에서 근무했다.”

-. 프리셉터와의 관계는?

“간호사들은 신규간호사를 교육하는 것을 환자를 돌보는 것처럼 의무라고 생각한다. 병원 문화 자체가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강제적으로 ‘이거 해라 저거 해라’하지 않는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일을 한다.”

-. 간호사와 의사가 수평적으로 일한다고 들었다.

“수평적인 것은 물론이고 지시하는 문화가 없다. 간호사가 의사를 포함해 다른 의료진의 오더나 처치가 부당하고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병원 문화다.”

-. 호주 병원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업무강도와 근무시간을 고려해 비율이 달라진다. 현재 공립병원의 경우 샤워 등 환자 위생관리가 포함된 오전 근무에는 1:4, 오후 근무는 1:5~6, 야간근무는 1:7 정도다. 간호사 1인당 환자 비율이 낮지만, 위생관리 등을 포함한 전인간호를 한다. 간호사는 환자와 함께 일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 그러려면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전제돼야 한다.”

▲ 호주 브리즈번 퀸엘리자베스Ⅱ기념병원의 김경은 간호사

-. 한국은 보호자 없는 병동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부 환자나 보호자들이 의료진에게 무리한 요구하고 폭언과 폭력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호주에서 간호사와 환자의 관계는 어떤가?

“호주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의료진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 의료진은 담당 환자가 폭력, 폭언, 인종차별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 자신의 담당 환자를 바꿔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문제의 환자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병원 밖으로 퇴출당할 수 있다.

실제로 소화기 쪽을 수술받은 중년 여성 환자가 의료진의 처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폭언을 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강제 퇴원 됐고 해당 병원에 다시 못 오게 됐다. 한국도 의료진을 폭언과 폭력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란다.”

-.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한국 간호사들이 많다. 호주는 어떤가?

“호주에서는 간호사로서 유동적인 근무표를 짤 수 있다. 본인은 캐주얼(casual) 간호사로 일하면서 원하는 때에 일을 하고 있다. 캐주얼 간호사들은 고정적인 근무계약을 하는 파트타임(2주에 4~9일 일하는 형태)와 풀타임(2주에 10일 일하는 형태)보다는 자신의 스케쥴에 맞게 유연하게 원하는 때 근무하고 근무를 취소할 수 있다.

캐주얼 간호사가 원할 때 근무를 취소하는 것처럼 병원이나 시설측에서도 인력이 필요하지 않으면 근무를 취소할 수 있다. 이렇게 캐주얼 간호사로 일하면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다. 본인은 현재 일주일에 이틀 일한다. 병원측과 협의해 적은 시간을 일하는 파트타임도 할 수 있다. 체력이 되고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육아를 하면서도 경력을 유지해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 영어 공부의 비결은?

“학원에서 아무리 공부해도 배운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자습시간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하루에 적어도 2시간 이상 자신의 영어 실력을 똑바로 보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 해외 간호사가 목표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주변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생각하며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공부에 지쳐서 포기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체력관리도 중요하다. 이민 정보는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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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바 2017-11-20 21:55:50
너무 가고싶네요. 호주
중간에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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