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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기쁨조가 아니다”성심병원 논란 따라 타 병원 사례도 수면 위로 … “간호사 자존감 가져야”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11.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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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한 대학병원 행사에서 간호사들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춘 것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일고 있다. 간호계에서는 해당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계에서 오래 전부터 있었던 잘못된 ‘관행’으로, 이번 기회에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심병원 논란 ‘일파만파’

최근 한림대 성심병원이 장기자랑에서 신규 간호사들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게 하고 유사 성행위로도 보이는 춤을 추게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페이스북의 간호사 커뮤니티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따르면 각 병동에서 신장이나 체중 등을 기준으로 차출된 신규 간호사들은 장기자랑을 위해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3~5시간 동안 춤 연습을 했다.

수간호사들이 수시로 연습상황을 점검하고 의상도 골라줬으며 한 달 동안 시간외근무수당을 받기는커녕 오프(휴일)에도 춤 연습은 계속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신규간호사들이 장기자랑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출처:유튜브>

간호계 “‘인권센터’ 만들겠다”

▲ 대한간호협회 본관

성심병원 논란이 커짐에 따라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전문이라는 소명의식으로 적절한 보상체계마저 없이 높은 근무 강도와 빈번한 초과근무, 교대근무 등을 견뎌온 간호사들을 부적절한 장기자랑 같은 병원 행사에 강제 동원해 온 것은 여성 전문직에 대한 비하이자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는 문제가 된 의료기관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중한 처벌에 나서야 한다”며 “의료기관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 마련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간협은 이번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책으로 간호사인권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협 관계자는 “병원 내 태움문화, 임신순번제, 성희롱 등 인권침해 등을 막고 간호사가 건강한 근무환경 속에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간호사인권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MOU를 체결한 뒤 ▲민원 접수, 조사, 조정, 권고, 소송지원 등의 조사·구제 업무 ▲간호계 인권의식 향상 교육, 인권 관련 실태조사, 간호사 조직문화 개선 사업 ▲인권토론회 개최, 대외협력 및 홍보사업 등의 업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권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전문상담원을 둬 안전하고 전문적인 상담 및 피해 예방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심병원뿐 아니라 타 병원서도 유사 사례 있어

성심병원과 같은 사례는 간호계가 안고 수많은 문제 가운데 하나로 오랫동안 쉬쉬하며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병원과 간호부의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관계는 이런 상황을 고착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A 종합병원에 근무했던 30대 중반 간호사 B씨는 “대학병원 간호사의 장기자랑은 관례적이고 강제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병원 윗분들 앞에서 재롱부리듯 춤을 추면서 ‘내가 근무 외 시간을 할애하면서 뭘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간호사들은 불이익을 받을까 어디에도 말을 못한다”며 “중간관리자들은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랫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C 종합병원에 8년 동안 일하고 육아문제로 퇴직한 30대 초반 간호사 D씨는 “간호사를 밑으로 보는 문화가 아니면 이런 장기자랑을 강요할 수 없다”며 “일에 지친 다음 날 오프에도 나와서 춤연습 하다 보면 내가 아이돌인지 간호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 연차들도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위에서 시키니 어쩔수 없다’고 말하면 분위기에 압도돼 싫어도 하게 된다.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는 인식도 있다”며 “춤 연습할 시간에 차라리 쉬거나 내실 있는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여권·인권 못 따라가는 병원 문화 어쩌나?

이번 사례가 논란이 된 것은 여권과 인권 등을 강조하는 사회의식은 성장해 가는데 보수적인 병원 내 의식이 아직까지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한 간호단체 관계자는 “지방 병원의 노동조합 이사장 취임식에서도 간호사들이 옷을 야하게 입고 춤을 춘 영상을 봤다”며 “간호사들이 아이돌의 섹시댄스를 추는 장면은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장기자랑은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잘못됐다”며 “병원 윗분들이 (장기자랑을) 좋아하면 보통 간호부는 힘이 없어서 그런지 평간호사들에게 장기자랑을 강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권이 신장하고 시대가 변해 사회 곳곳에서 인권존중을 외치고 있지만, 병원 문화는 아직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며 “각 병원의 간호부와 중간관리자들은 간호사 전체를 옹호하는 행동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 자존감 가져야”

이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간호사들이 전문적인 집단으로서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에서 소위 ‘갑’ 위치에 있는 병원장과 교수급 의사들 앞에서 위축되지 않고 할 말은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근까지 종합병원 내과에서 근무했던 한 남자 간호사는 “낯뜨거운 복장을 하고 강제로 장기자랑에 참여한 간호사들이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봤다”며 “강요하는 간호관리자나 아무소리 못하고 받아들이는 평간호사나 의료인의 자존감을 바닥에 놓은 것과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의료인인 간호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당한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조합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번과 같은 사태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현 기자  admin@hk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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