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 빠진 한독 ‘빛 좋은 개살구’
암흑기 빠진 한독 ‘빛 좋은 개살구’
외형만 증가 실속은 ‘…’ 홀로서기 뒤에도 상품비중 ↑ … M&A·합작회사 성과 기대 이하 … 첫 바이오 신약은 개발 포기
  • 이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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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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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홀로서기에 나섰던 한독이 암흑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사노피와 결별한 뒤 토종 국내 제약사를 표방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섰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외형만 커지고 실속은 챙기지 못한 소위 ‘빛 좋은 개살구’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한독의 매출액(개별 기준)은 각각 3147억원, 3279억원, 3483억원, 3585억원, 3963억원으로 늘었다. 큰 폭으로 성장한 건 아니지만, 매년 꾸준한 외형성장을 해온 셈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6억원, 75억원, 103억원, 65억원, 56억원으로, 2014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외형이 매년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영업실적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2.74%, 2.28%, 2.96%, 1.82%, 1.41%로 2014년을 빼고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2년보다 무려 1.33%p나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093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22%에 불과했다. 하반기에도 실적이 이와 비슷할 경우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 한독이 지난 2012년 사노피와 결별한 뒤 토종 국내 제약사를 표방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섰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외형만 커지고 실속은 챙기지 못한 소위 ‘빛 좋은 개살구’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력품목 노후화 … 사노피 결별 후에도 도입약 의존

회사 측은 이 같은 수익성 악화의 이유로 주력 품목의 부진과 높은 상품 비중에 따른 원가 및 판관비 증가를 꼽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독의 주력 제품인 당뇨병 치료제 ‘아마릴’은 약가가 꾸준히 인하돼 매출 비중이 지난 2014년 13.95%에서 2017년 상반기 11.48%로 줄었다. 아마릴뿐 아니라 전문의약품 부문의 매출이 정부의 약가 인하로 인해 감소하는 추세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독 관계자는 “과거 사노피로부터 안정적으로 전문의약품을 도입해왔으나, 2012년 합작 관계 정리 이후 사노피의 신규 품목 도입이 제한됐다”며 “이런 가운데 최대 판매 제품군인 아마릴 군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주력 제품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도입 상품에 의존해 외형 성장을 하는 점도 수익성 저하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독이 사노피와 손을 잡고 있던 지난 2011년 이 회사의 전체 매출 대비 상품 매출 비중은 42.16%였으나, 2012년 48.30%로 급증했다. 이어 2013년 52.37%, 2014년 57.21%로 증가했다가 2015년 48.57%로 감소했으나, 2016년 49.92%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 대비 상품 매출 비중도 50.18%에 달했다.

한독은 사노피와 합작 관계가 끝난 뒤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알렉시온, 악텔리온 등 해외 제약사로부터 상품을 도입해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상대적으로 원가 부담이 높은 도입 상품의 매출 비중이 증가할수록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활로로 선택한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 인수 … 성과는 기대 이하 … 합작회사 한독테바도 ‘골골’

한독은 외형과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과감한 M&A를 시도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세계 최대 제네릭 제약사인 이스라엘의 테바와 공동 출자해 합작회사 ‘한독테바’를 세웠다. 제네릭으로 세계를 제패한 글로벌 회사와 손을 잡은 만큼 시장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금까지도 국내에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출범 4년 차인 한독테바의 지난해 매출액은 202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 영업손실은 57억원, 순손실은 43억원으로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한독테바가 출범한 다음해인 지난 2014년, 한독은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으로 유명한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를 인수했다. 당시 한독은 태평양 제약을 인수하는 데 600억원이 웃도는 돈을 쾌척(?)했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한독의 평균 영업이익이 77억원, 순이익이 59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당시 한독은 태평양제약을 사들이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M&A를 시도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인수 첫해인 2014년에는 새롭게 실적에 잡힌 케토톱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다소 증가했으나, 이후 인수 품목의 실적은 크게 늘지 않았다. 반면, 임직원의 보수 및 급여, 감가상각비, 판매수수료, 교육훈련비 등이 크게 증가해 다시 실적 악화에 빠지게 됐다.

▲ 한독은 외형과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과감히 M&A를 선택했다.

매출 순위는 상위권 … R&D 투자비중은 중하위권 … 엎어진 첫 바이오 신약 개발

한독이 이렇다 할 R&D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암흑기가 길어지는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한독은 매출액 순위 상위 20위권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40~50위권으로 중하위다.

최근 5년(2012~2016년) 동안 한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5% 안팎이다. 제약사들의 평균 R&D 비중이 6~7%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에도 못 미친다.

회사 측은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운용하고 있다. 그중 가장 기대를 받던 후보물질은 자가염증질환 치료제 ‘HL2351’였다.

HL2351은 한독이 바이오 벤처 제넥신의 지속형 기술을 적용해 자체 개발하던 첫 번째 바이오 신약이다. 지속형 항체융합기술을 적용해 1주에 한 번만 투여해도 효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져 업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4년 시작해 2015년 완료한 임상1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이 신약은 1~12mg/kg 용량 범위에서 단회 경피 투여한 결과, 양호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보였다. 약물의 노출은 용량 증가에 비례해 증가했으며, 대조약인 ‘아나킨라’(anakinra)보다 반감기가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독은 임상1상 시험 결과에 힘입어 다음 해인 2016년 CAPS(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HL2351의 유효성과 안전성, 약동·약력학적 특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2상 시험을 시작했으나, 시작 1년여 만에 돌연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이유는 환자모집 실패였다.

당시 한독 관계자는 “희귀질환이다 보니 대상 환자 수가 적었다. 환자 모집이 어려워서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했다”며 “그렇다고 HL2351의 연구가 모두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CAPS를 제외한 다른 적응증에 대한 임상시험 진행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HL2351 프로젝트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가 개발에 대한 논의 결과, HL2351의 개발을 최종 중단키로 결정했다는 게 한독의 설명이었다.

한독은 항암제 및 당뇨병 치료제 등 다른 R&D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가장 주목받던 신약 개발이 엎어진 만큼 업계의 기대감은 예전보다 못한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가운데 신약 개발 동력도 한풀 꺾인 모습”이라며 “큰 호재가 발생하거나 수익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독의 암흑기는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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