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만분의 1’ 뚫는 ‘생명의 중개인’”
“우리는 ‘2만분의 1’ 뚫는 ‘생명의 중개인’”
[일요 인터뷰]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이식조정사업부 박리나 과장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09.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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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조혈모세포은행 이식조정사업부 박리나 과장(간호사)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2만분의 1’의 확률을 뚫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조혈모세포 이식조정 코디네이터들이다.

2만분의 1은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등의 혈액암 환자와 조혈모세포 기증자 간의 유전자형 일치 확률이다. 

혈액암 환자와 형제간의 조혈모세포 적합 비율은 약 4분의 1, 형제간 조혈모세포가 적합하지 않다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의 조혈모세포에 기대야 한다. 이식이 가능한 형제가 없는 이들은 처음부터 2만분의 1의 확률에 기대야 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조정 코디네이터들은 이 2만분의 1의 낮은 일치 확률에 굴하지 않고 환자의 새로운 삶을 위해 난치성 혈액암 환자에게 적합한 조혈모세포를 갖고 있는 기증자를 찾는 ‘생명의 중개인’ 역할을 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 이식조정사업부에서 이식조정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박리나 과장(간호사)을 만나 조혈모세포 이식조정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 간단한 자기소개와 하는 일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간호대 졸업 후 종합병원 소화기내과병동에서 약 2년 근무한 뒤 지난 2009년부터 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조정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흔히 골수로 알려진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사람과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벽혈병, 재생불량성빈형 등의 혈액암 환자를 연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임상 경험은 어땠나?

“소화기내과병동에서 쌓은 경험이 지금 일하는 곳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심폐소생술(CPR)을 해야 하는 응급 상황이 많은 것과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다. 처음에는 돌아기시는 환자를 보면 힘들고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상황에 익숙해져 죽음 앞에 감정이 무뎌지는 나 자신을 볼 때 가끔 충격을 받기도 했다.”

-. 조혈모세포은행에 근무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타 병원 헌혈실에서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케어하는 간호사의 모습을 봤다. 기증자의 헌신으로 백혈병 환자가 건강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기증자와 환자를 연결하는 조혈모세포 이식조정 코디네이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

-. 간호사 경력이 업무에 도움 되고 있나?

“애초에 임상 경력 없이 코디네이터로서 근무하기 힘들다. 병원 근무 경력이 있는 간호사만 채용하고 있다. 기증자와 상담하고 건강검진 관련된 업무가 많아 기본적 의료지식이 필요하다. 환자 측 의료진을 만나야 하는 데 병원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업무 진행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임상경력은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간혹 혈관을 찾기 어려운 여성들은 중심정맥관을 이용해 채혈하기도 하는 데 이와 관련된 지혈, 소독 등의 처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 코디네이터 업무 중 가장 힘들 점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검사에서 환자와 일치한 결과가 나온 일부 기증자가 연락을 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증을 기다린 환자는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

기증을 못 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미리 하면 환자는 바로 다른 기증자를 찾거나 다른 치료법을 찾을 텐데 종종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이런 일이 생기면 ‘지금 내가 코디네이션을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보기도 한다.”

-. 기억에 남는 기증자와 환자는?

“어떤 기증자는 자신의 상대가 소아암환자인 것을 알고 직접 신발을 사서 의료진을 통해 소아암환자에게 전달했다. 이후 소아암환자가 건강해져 외래를 방문하자 부모가 신발을 신은 사진을 기증자에게 찍어 보여준 일이 기억난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생명을 주려는 기증자와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이어주는 역할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 조혈모세포 기증이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있는데.

“조혈모세포는 어머니 세포로 불리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 기증자의 조혈모세포는 기증 후 2~3주 이내 원상회복된다. 혈액세포 생산능력에 지장이 없다. 여러 번도 가능하다.”

-.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조혈모세포 기증은 예전에 일반인들에게 부정적인 어감으로 다가오는 ‘골수기증’이라고 불렸다. 일반인들은 과거 TV 등의 매체에서 기증자의 골반뼈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 장면에 익숙해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조혈모세포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덧붙이자면 조혈모세포 채취 방법에는 말초혈조혈모세포(PBSC:Peripheral Blood Stem Cell)와 골수(BM:Bone Marrow) 채취 등이 있다.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 방법은 보통 헌혈의 집에서 하는 성분 헌혈방식과 같다. 채취에는 3~4시간이 걸린다. 골수 채취는 기증자의 골반(엉덩이) 뼈에서 조혈모세포를 얻는 것이다.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 방법이 지난 2000년 초반 국내 도입된 이후 현재 95%를 차지하고 있다. 골수 채취는 8년 전에도 연간 5~6건에 불과했다. 올해는 아직 없다. 결론적으로 성분 헌혈과 같은 방식인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 방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조혈모세포 채취 방법은 환자의 치료방향에 따라 다르며, 기증자의 선택이 우선된다.”

-. 국내 조혈모세포 기증자들은 어떤 분들인지?

“20~50대까지 다양하다. 20, 30대가 60%를 차지한다. 기증은 연간 300건 정도로 아직 부족하다. 군부대, 대학, 기업 등에서 캠페인이나 이벤트 등을 열어 적극적으로 기증자를 모집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인터넷으로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 과거보다 기증 서약자가 증가하고 있다.”

-. 조혈모세포 이식조정 코디네이터에 도전하고 싶은 간호사나 간호학생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코디네이터는 의료 지식뿐 아니라 업무에 대한 사명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증자와 환자의 삶을 존중하고 안전과 건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많은 병원 의료진과 기증자를 만나기 때문에 높은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많은 간호사들이 우리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약했으면 좋겠다. 병원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간호사가 능력을 발휘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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