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선택 받는’ 면역항암제 … 표적항암제 자리는?
‘환자 선택 받는’ 면역항암제 … 표적항암제 자리는?
한국BMS제약 이승훈 전무 인터뷰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09.14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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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 항암제가 암을 억제하고, 생명을 연장시키는것과 달리 완치에 가까운 치료 상태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훨씬 적어서다. 암환자들은 아직 적응증을 인가받지 못한 상태여도 고액 부담을 감수하며 비급여로 약물을 처방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존 항암제, 특히 표적항암제는 아예 시장에서 퇴출될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동시에 처방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4회에 걸쳐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위상 변화와 협약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편집자 주]

①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꺾다
② 제약사들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콜라보’ 시도중
③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앙숙’? 아니면 ‘단짝’? (삼성서울병원 임호영 교수 인터뷰)
④ ‘환자 선택’ 받는 면역항암제 … 표적항암제 자리는? (BMS제약 이승훈 전무 인터뷰)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암은 온몸으로 전이되는데,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심신이 지쳐가요.”(흑색종 환자 A씨)

화학항암제의 부작용과 내성문제에 시달린 뒤 면역항암제에 마지막 희망을 건 암 환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아직 20~30%에 불과하다. 나머지 환자들은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제약사와 의과학자들은 ‘병용요법’ 카드를 꺼냈다. 각기 다른 기전의 항암제를 함께 사용해 치료 범위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BMS·오노약품공업은 자사의 면역항암제 ‘옵디보’(니볼루맙), ‘여보이’(이필리무맙)와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 집중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2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비뇨생식기암 심포지엄(Genitourinary Cancers Symposium)에서 옵디보+여보이+카보메틱스 병용요법이 임상시험 결과 발표했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과 화이자의 항암제 ‘수텐트’(수니티닙)와의 비교 임상시험 결과를 선보였다.

이들은 미국 바이오공학사 넥타테라퓨틱스(Nektar Therapeutics)와 에이펙시젠(Apexigen), 엑셀리시스(Exelixis), 프랑스 제약사 트랜스진(Transgene) 등과도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면역항암제와 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병용요법이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한국BMS제약 이승훈 전무에게서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병용요법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항암제 공존할 것 … 각자 역할 있다”

이 전무는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화학항암제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며 항암제들의 공존에 무게를 뒀다. 그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십도 중요하다”며 제약사들의 상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 한국BMS제약 이승훈 전무

-.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표적항암제는 기존의 화학항암제보다 무진행생존율(PFS)을 비교적 크게 개선하지만, 표적이 되지 않은 암세포의 증식을 막을 수 없는 내제적 한계가 있다.

면역항암제는 모든 환자에게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반응을 보이고 나면 그 반응이 지속되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단독으로 사용 시 환자의 20~30% 정도에서만 반응이 나타난다. 나머지 약 70% 환자는 질병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면역항암제와 화학항암제, 표적항암제, 다른 기전의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병용요법 연구들은 반응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면역항암제를 근간(bcakbone)으로 다른 약제를 어떤 방식으로 조합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 병용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성이다. 화학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이상반응은 만만치 않다. 면역항암제는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보다 이상반응이 훨씬 개선됐지만,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옵디보와 표적항암제와의 병용요법은 아직 초기단계로, 어떤 암종에서 어떤 표적항암제와 병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힘들다. 다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서 안전성 문제가 크게 없어서 대규모 연구가 고려되고 있다.”

-. 면역항암제의 임상시험 실패 소식이 종종 나오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면역항암제 연구 결과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 모든 임상시험 결과가 일괄적으로 좋게 나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임상시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다음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환자군을 선정할 때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 면역항암제의 여러 기전 중 항PD-1 제제를 ‘주류’로 볼 수 있나.

“사실 CTLA-4 기전의 면역항암제가 가장 먼저 개발됐다. 하지만 흑색종 등에서 PD-1을 억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현재 PD-1이나 PD-L1을 억제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PD-1 제제를 근간으로 다른 약제를 병용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PD-L1 발현율과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PD-L1이 좋은 바이오마커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PD-L1과 치료 효과의 상관관계는 암종마다 매우 다르다. 폐암의 경우 PD-L1 발현율의 경향성을 어느 정도 보이지만, 신장암의 경우 연관성이 없으며, 오히려 PD-L1이 발현되지 않을 때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나기도 했다.

폐암은 PD-L1 발현율이 어느 정도 높게 나타나므로 PD-L1을 바이오마커로 볼 것인지 논의가 많이 진행됐다. 사실 PD-L1 발현율 자체도 암종마다 차이가 있다. 간암의 경우, PD-L1이 발현되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25% 미만이고, PD-L1이 발현된다고 하더라도 발현율이 아주 낮게 나타난다.”

-. 다음으로 승인될 적응증 가운데 간암도 있다. 임상시험 현황은.

“간암에는 소라페닙, 렌바티닙, 레고라페닙 등의 표적항암제가 쓰이지만, 효과가 아주 좋다고 할 수 없다. 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 효과가 좋지 않으므로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한 상황이다.

간암에 대한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은 다른 적응증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됐다. 현재는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2상 임상시험에서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의 유효성을 확인한 상황이다.”

-. 면역항암제 사용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은?

“더 이상의 치료옵션이 없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SNS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고 있다. 환자들이 많은 배경지식과 정보를 갖고 진료실을 찾거나 회사에 문의하는 것을 보면, 면역항암제 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을 느낀다.”

-.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표적항암제나 화학항암제의 역할 변화가 예상되는지?

“면역항암제가 많이 쓰인다고 해서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가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순서대로 쓰는 게 효과적인지 찾는 일이 중요해질 것 같다. 암종과 환자의 개별적인 특성이 많이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을 동시에 병용할지, 순차적으로 쓸 것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모든 환자가 같은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 앞으로 예상되는 암 치료 트렌드는?

“앞으로는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이나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와 같은 개념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마커를 기준으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특정 약물이 특정 암 종에서 ‘표준치료’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유전자 돌연변이나 바이오마커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제약사들도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파트너십도 고려하나.

“이전에는 라이센싱을 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외부에서 좋은 약제를 도입했다. 현재는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추세다.

병용요법 연구에 좋은 파트너가 있다면 기회는 충분하다. 궁극적으로는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을 올리는 것이 과제다. 병용요법을 통해 반응률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파트너십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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