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앙숙’? 아니면 ‘단짝’?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앙숙’? 아니면 ‘단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임호영 교수 인터뷰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09.13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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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존 항암제가 암을 억제하고, 생명을 연장시키는것과 달리 완치에 가까운 치료 상태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훨씬 적어서다. 암환자들은 아직 적응증을 인가받지 못한 상태여도 고액 부담을 감수하며 비급여로 약물을 처방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존 항암제, 특히 표적항암제는 아예 시장에서 퇴출될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동시에 처방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4회에 걸쳐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위상 변화와 협약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편집자 주]

①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꺾다
② 제약사들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콜라보’ 시도중
③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앙숙’? 아니면 ‘단짝’? (삼성서울병원 임호영 교수 인터뷰)
④ ‘환자 선택’ 받는 면역항암제 … 표적항암제 자리는? (BMS제약 이승훈 전무 인터뷰)

[헬스코리아 뉴스 / 권현 기자] 2000년대를 호령하던 표적항암제가 면역항암제라는 적수를 만났다. 표적항암제가 등장할 당시 일각에서 ‘화학항암제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화학항암제는 여전히 암치료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면역항암제가 득세하게 되면 표적항암제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

헬스코리아뉴스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가 경쟁 속에서 상생할지 각자도생할지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임호영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상생할 것 … 새로운 간암 치료 옵션 기대”

임호영 교수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병용요법이 암 치료에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표적항암제의 치료적 한계가 계속 지적된다.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임호영 교수

“과거에는 암의 발생 원인을 모르다가, 이후 유전학과 분자생물학 등이 발전하면서 정상세포가 무수한 유전자의 변이를 통해 암세포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유전자 변이를 차단하는 약제가 표적항암제다. 암은 굉장히 잘 변이된다. 모든 변이를 커버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는 아직 없다는 점이 한계다. 특정 약제에 내성이 있는 ‘1차 저항내성’을 갖고 있는 환자 치료에도 어려움이 있다.

표적항암제는 단순하게 일부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한다. 이로 인해 내성이 생긴다. 기껏 표적으로 정한 유전자를 공격하지만, 이 유전자는 샛길을 마련해 항암제의 공격을 피하고, 돌연변이를 만들어 2차 내성을 일으킨다.

예를 들면 간암 1차 치료제에서 넥사바로 효과를 보는 기간은 불과 2~3개월이다. 이후 내성문제가 발생하고 효과가 지속적이지 못하다. 표적항암제의 항혈관생성 억제기전은 출혈성 이상반응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암은 다른 질병과 달리 수많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상대해야 한다. 아직 표적치료제로는 한계가 있다.”

-. 면역항암제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표적항암제보다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 특히 간암치료에서 굉장히 유용한 약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넥사바의 치료 반응률은 불과 2~3%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간암에서 대략 20%에 가까운 반응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의 큰 단점은 간암환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대부분 간암환자는 B형, C형 간염이 있다. 기존 항암제로 치료 시 간염이 갑자기 활성화된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이 부분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된다.”

-. 면역항암제가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앞으로 표적항암제의 위치는?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는 공존하게 될 것이다. 표적항암제가 출시될 당시 화학요법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다.

표적항암제보다 화학요법에서 더 좋은 효과를 보는 암종도 많다. 표적항암제와 화학 병용요법도 많이 쓰이고 있다. 위암 치료에서 표적항암제 ‘허셉틴’(트라스투주맙)과 화학요법이 같이 쓰이고 있듯이 말이다. 앞으로는 항암화학요법,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조합이 오랫동안 쓰일 가능성이 높다.”

-. 실제 임상에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은 어떤가?

“환자들은 이미 표적항암제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면역항암제가 폐암에서 좋은 효과를 보여 환자들의 기대가 굉장히 높다.

상당수 환자는 면역항암제에 대해 면역을 높여 몸을 보호하면서 부작용 없이 암을 치료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기전을 환자에게 설명할 때는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을 회피하는 기전이 있는데, 면역항암제가 이를 차단, 우리 몸의 면역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는 환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과 같아 큰 무리는 없다.”

-. 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도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표적항암제 임상시험이 환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조직검사와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반면 면역항암제 중 옵디보의 경우 PD-L1 발현율과 무관하게 임상이 진행되므로 조직검사가 불필요해 많은 환자가 선호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에 환자가 몰려, 표적항암제 임상연구가 지지부진한 경우도 발생한다.”

-. PD-L1 발현율과 치료 효과의 상관관계는?

“폐암 등 일부 암에서 치료효과는 PD-L1 발현율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PD-L1 발현율이 낮아도 반응률이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 PD-L1 발현율과 치료효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간암의 경우 임상연구에서 PD-L1 발현율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PD-L1 발현율이 모든 암종에 관여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현재 옵디보의 간암 적응증 임상시험의 경우 PD-L1 발현율 유무와 상관없이 진행 중이다.”

-. 어떤 병용요법이 높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발휘할 것으로 보는가?

“개인적으로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서로 다른 기전으로 암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다른 병용요법보다 더 높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면역항암제+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이상반응이 겹친다. 반면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는 이상반응의 중복을 피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 될 수 있다.

참고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 병용요법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1~2년 이내 연구결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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