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간절한 마음 이해해달라”
“환자들의 간절한 마음 이해해달라”
두경부암 환자 송미숙 씨 인터뷰 … “병원들이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처방 꺼려”
  •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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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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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면역항암제의 급여 등재 이후에도 안전성과 접근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그동안 허가범위 외로 면역항암제를 처방받던 암 환자들이 이번 급여 고시로 처방의료기관이 제한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고시 이후 실제로 해당 병원에서 처방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발생해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 측에 압력을 행사하면서 처방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환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지난 8월29일 집회에 참석한 송미숙씨를 만나 암환자들이 집회에 나선 이유, 환자들이 바라는 대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암 환자들은 29일 심평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2차 집회를 열고, 심평원 측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저는 두경부암 환자다. 지난 2014년에 두경부암 4기 판정을 받고 6개월 만에 암이 폐로 전이됐다. 이후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서 암이 자라는 것을 지켜만 보다가 올해 1월부터 면역항암제를 오프라벨로 투여받기 시작했다.”

-. 심평원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게 된 이유는?

“먼저 면역항암제 급여등재 전 오프라벨 처방을 받던 환자들이 기존에 처방받던 병원에서 조차 거절을 당하고 환불 조치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심평원에서는 올해 말까지 계속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분명히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우리가 병원에서 들은 바로는 기존 병원에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압력이 들어왔기 때문에 면역항암제 처방을 꺼리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 심평원은 병원들을 상대로 급여삭감이라는 큰 목줄을 잡고 있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는 처방을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평원 측에서는 분명 환자들에게 처방을 받을 수 있다고 안심시켜놨는데, 막상 급여시행 이후 병원에서는 환불을 해주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니까, 환자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럽다.

또 환자들은 올해 말까지 다학제적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하는데, 해당 병원은 의사의 성향에 따라 말이 다르다. 어떤 분은 ‘처방을 해줄 수 없다’고 하고, 다른 분은 ‘먼저 심평원에서 서류를 받아오라’는 경우도 있다. 정확하게 환자들이 어떻게 해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혼란스럽다.

환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심평원에 문의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심평원의 응대태도가 불량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항의하고,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의미로 이번 집회를 진행하게 됐다.”

-. 현재 환자들의 오프라벨 처방은 어떤 상황인가.

“우리가 활동하는 카페 내에 오프라벨 투여를 승인받았다고 글이 올라온 경우는 전혀 없다. 거절당했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병원이 오프라벨 처방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병원들이 꺼리는 이유는 심평원과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심평원 측에서 또 다른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카페 회원 중 한 명은 병원으로부터 심평원의 급여삭감을 이유로 오프라벨 처방을 거절당한 경우가 있었다. 현재 이같은 내용의 녹취파일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심평원에 이런 부분에 대해 항의하면 심평원 측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종양내과 교수들이 오프라벨 처방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오프라벨 처방을 어렵게 하는 것 같다.”

▲ 암 환자 송미숙 씨

-. 급여 고시 이전에 오프라벨 처방과 관련해 심평원과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나. 당시 심평원에서는 뭐라고 답변했나.

“환자들의 항의에 대해 처음에는 심평원이 고압적인 자세로 나왔다. 예를 들어 ‘효과가 없는데 왜 치료를 받으려고 하냐, 우리 부모님이라면 치료를 받지 않게 하겠다’는 등 환자들의 희망을 무참히 꺾어버렸다.

이후 올해 말까지 오프라벨 처방에 대해 유예기관을 주겠다는 대책을 내놔, 환자들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환자들이 직접 부딪혀보니 기존 처방받던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기고 있고, 새로 처방받고자 하는 환자들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 신규 환자에 대한 오프라벨 처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신규 환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는 상황이다. 심평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할 수 없고, 다학제적위원회를 통해 심사를 청구하고 승인을 거쳐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다학제적위원회를 여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근거 논문부터 의사와 지속적인 상담을 거쳐야만 한다. 특히 의사들이 다학제적위원회를 여는 것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신규 환자가 처방받는 것은 매우 힘들다.”

-. 오프라벨 처방 외에 심평원의 민원대응이 환자들의 분노를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가 이전에도 빈번했나.

“오히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대응 태도는 많이 나아진 상태다. 말투나 높낮이 같은 경우에는 많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환자들의 의문에는 확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고시를 통해 병원에 일임했으므로, 병원 측에 문의하라고 응대한다.”

-. 환자들이 심평원 측에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현재 예약취소와 환불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병원 측에서는 심평원의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평원 측에서 이 부분을 해명하고, 기존 병원에서 투약을 중지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현재 처방받고 있는 환자들은 투약주기가 3주를 벗어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기존 환자가 다학제적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에서 처방을 요구하면, 일단 먼저 처방하고 차후에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또 다학제적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일부 환자는 표준 항암과 면역 항암을 병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 고시로 인해 이전에 급여 등재돼 있던 표준 항암조차 비급여로 인정돼 환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그래서 우리는 면역항암제는 비급여로 맞더라도, 기존에 급여로 인정되던 표준 항암제는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규 투약제의 경우, 다학제적위원회의 절차 때문에 투여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의사와 환자가 부작용에 대해 서로 동의한 경우에 한해서는 동의서를 쓰고 무조건 처방할 수 있도록 예외적인 조항은 만들어야 한다.

현재 암 환자들은 심평원이 고시한 다학제적위원회가 설치된 71개 병원을 다 돌아다닐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거점병원을 마련해 말기 암 환자들이 의사와 심도깊게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실제로 현재 병원에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 암 환자들이 종양내과 교수와 상담하는 시간은 5분도 되지 않는다. 본인의 치료방향에 대해 의사와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면역항암제를 맞고 분명히 좋아진 환자들이 있다. 우리 암 환자들은 약물의 오남용을 우려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돈을 쓰고 싶어서 애쓰는 사람들도 아니다. 다만, 더 이상 치료약이 없고, 가족들을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만 있을 뿐이다. 정부에서 원칙과 체계만을 강조하지 말고 이런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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