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면역항암제 급여 적용이 시행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오프라벨 처방 환자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현재 허가범위 외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하고 있던 환자들에게 “치료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폐암 외 다른 암종 환자의 면역항암제 처방이 막히는 사태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1일부터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2차 치료제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옵디보’에 대한 급여적용을 시행했다. 이번 급여화로 폐암 환자들은 연간 1억원에 이르는 약제비 부담이 연간 약 350만원에서 490만원 수준(60kg 기준, 본인부담률 5% 적용 시)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급여 등재와 동시에 시행되는 지침에 따라 현재 허가범위를 초과해 사용 중인 환자들도 다학제적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으로 옮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허가초과 사용승인을 받아 약물을 투여해야 하게 됐다는 점이다.
폐암 이외 다른 적응증으로 오프라밸 처방을 받고 있던 환자들은 지속적인 약물 처방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환자들의 우려가 현실로 … “병원이 처방 거부”
당초 급여 논의과정에서 환자들은 “그동안 다학제위원회가 설치된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은 향후 평가·감사에서의 불이익을 이유로 오프라벨 처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처방이 아예 막히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심평원은 “오프라벨 처방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다”며 “오프라벨 처방은 의사가 의학적 판단으로 치료가 지속가능한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이라고 못 박으며, 환자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심평원의 단언과는 달리 환자들의 우려는 급여 시행 일주일 만에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환자들의 주장이다. 정부가 지정한 대형병원에 다학제위원회 개최 및 허가초과를 요청하면,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환자들은 “우려했던 것처럼 병원에서 오프라벨 처방을 거부하고 있다”며 급여 시행 일주일 만에 정부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심평원은 연말까지 허가초과로 투여 중인 환자에 대해 지속투여를 인정하고, 이후 다학제적위원회가 구성된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도록 유예기간을 둬, 환자들의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했다.
면역항암카페 회원 A씨는 “심평원은 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 기존 오프라벨 환우들은 계속 처방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주사를 놔줄 수 없다고 하는가 하면 진료예약 취소를 당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에 따르면, 심평원은 ‘급여삭감’을 빌미로 면역항암제를 처방하는 데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했고, 병원 측에서는 심평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서류작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오프라벨 처방을 거부하고 있다.
A씨는 “우리는 정부가 환자를 안심시켜 높고 병원에는 오프라벨 처방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기존 오프라벨 환우들은 갈 곳을 잃고, 면역항암제 투약 주기를 놓쳐서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오프라벨 환자뿐 아니라 신규 오프라벨 처방을 원하는 환자들의 처방도 완전히 막아놨다”며 “동일한 암 질환을 가진 다른 환자들은 ‘왜 기존 투약자들만 면역항암제를 맞게 해주냐’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온적 대응 태도가 환자 불만 더 키워
현재 심평원을 향한 환자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환자들은 오는 29일 심평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2차 집회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특히 환자들의 분노는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심평원의 미온적인 민원 대응 때문에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 면역항암카페에 올라오는 환자 및 가족들의 사연을 보면, 일부 심평원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야단치려고 전화했느냐”며 전화를 끊거나, 본인의 부모라면 면역항암제 안 맞힐 것이라고 답하며 환자나 가족들을 탓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페 회원 B씨는 “민원 전화를 하면 담당자들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거나 답변 태도가 불량한 경우가 많다”며 “현재 감정적으로 격양된 상태일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담당자가 불쾌하다고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로 맞받아치면 결국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해당 카페에서는 민원 전화 시 어떤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했으며 통화한 직원이 누구인지, 답변 태도가 어땠는지까지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으며, 담당자의 파면까지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