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어릴 적부터 흥부/놀부, 콩쥐/팥쥐, 신데렐라/계모 등의 선악구도와 권선징악에 익숙해서 그런지 아무튼 착한 놈들끼리 싸우는 것이 대부분인 이 영화가 뭔가 불편하기는 했다.
콜 버그(Kohlberg)의 도덕발달이론(Moral development)에 따르면 성인은 관습 이후 수준(post-conventional stage)으로서 보편적 윤리 법칙(universial ethical principle)이 형성되고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도 그 옛날의 결과 중심의 도덕관이 완전히 걷혀지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먼저 내 탓을 해 보았다.
겉보기에는 정말 이해 안 되는 사람도 자신은 그 상황에서 가장 옳다고 믿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허구헌 날 술을 마시거나, 다른 사람을 욕하거나 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을 통해 전부 이해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걸 알고 있어도,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며 살아야 하지만, 그 이해는 결국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완벽하게 이해해야할 필요가 없을 때도 있고 화를 낼 수도 있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잘 헤아려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게 전부 다 헤아리다가는 오히려 피곤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네 입장은 알겠는데 그래도 내가 더 옳으니까, 일단 내 주먹을 받아” 이게 이 영화의 주제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 정당한가에 대한 반복적인 질문. 이 세상의 어벤져스 같은 미국이라는 나라는 진심으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런 질문에 대해 완벽하지 않지만 해답을 구하려는, 혹은 구하려는 척 하는 헐리우드의 노력.
사실 아이언맨이 세냐, 캡틴아메리카가 이기냐 보다도 향후 4~8년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에 맞닥뜨린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졌다.
나도 마블 영화를 어쨌든 보는 게 이제는 의무감처럼 된 것 같다. 내 주변 분들과 환자분들은 재미있다고 한 사람 절반, 별로라는 사람 절반이다. 하지만 영화가 궁극적으로 뭘 말하려는지 애매했다고들 입을 모아 말한다.
12세 관람가지만 내 기준에는 너무 잔인한 장면도 나오고, 중학생 입장에서 이런 어두움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목과 달리 아이언맨의 존재감이 훨씬 컸던 것 같고, 불쌍한 옛 친구에게는 그렇게 관대한데 일하다 만난 동료의 마음은 이해해주지 못하는 캡틴아메리카에게 공감이 안 갔다.
하지만! 마블에서 제일 좋아하는 영웅인 우리 모범생 스파이더맨을 이런 식으로 해석한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나는 토비 맥과이어의 수줍은 듯한 스파이더맨이 제일 좋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