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급여화 되면 비급여 환자들은 치료 중단?
면역항암제 급여화 되면 비급여 환자들은 치료 중단?
심평원 ‘급여 적용기준 세부사항’ 의견조회에 비급여 암환자들 ‘화들짝’ … 복지부 “신규 환자들은 병원·심평원 심사 받아야”
  • 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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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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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동근 기자] 면역항암제 비급여 처방에 대한 관문을 좁히는 내용이 담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견조회 때문에 암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7월26일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공고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를 시작했다. 의견조회 기간은 8월7일까지며, 의견조회를 마친 뒤에는 이달 중순경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법 적용 여부가 확정된다.

의견조회안은 비소세포폐암에 면역항암제인 ‘nivolumab’(옵디보), ‘pembrolizumab’(키트루다)를 2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면역항암제의 급여 적용을 기다리던 환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가 된 것은 함께 포함된 ‘면역관문억제제 급여 관련 일반원칙 추가’ 내용이다. 제목만 보면 급여약물에 대한 것만 다루는 듯하지만, 급여 대상 약물을 비급여로 처방받는 경우에 대한 것도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비급여 처방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

▲ 지난 7월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배포한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공고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 내용 중 ‘면역관문억제제 급여 관련 일반원칙 추가’ 내용. 의견조회 중인 법이 시행되면 사실상 비급여 처방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

면역항암제 처방 일반기준이 문제…비급여 처방도 영향 받아

이 안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처방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응급센터 이상의 기관, ‘암관리법’에 따른 암센터,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사업에 의한 요양기관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기관 중 상근하는 혈액종양내과, 감염 또는 내분비내과, 병리과 전문의가 각 1인 이상인 곳에서만 가능하다.

즉, 최소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조건을 갖춘 곳에서만 면역항암제가 처방이 가능해진다. 또 요양급여 실시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심평원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병원 내 윤리위원회(IRB)를 거쳐야만 처방할 수 있다.

심평원은 개정 사유로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는 드물게 심각한 면역매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투여기간 제한 없이 지속 사용할 수 있는 등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어 관련 협의체 회의, 전문가 및 협회의 의견수렴을 통해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급여가 적용되는 환자들의 경우 이같은 과정이 IRB(병원내 심사기관)와 심평원의 승인 기간(60~90일)이 걸리는 부담은 있지만, 그래도 급여가 적용됨으로써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법 통과되면 면역항암제 잘 맞던 환자들도 약 끊어야 해”

하지만 문제는 비급여로 자신이 약값을 전액 부담하거나, 민간실비보험을 통해 면역항암제 처방을 받아야 되는 환자들이다. 이 환자들 중에는 아직 국내에서 적응증 신청이 안 된 말기암환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면역항암제를 맞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말기암환자들은 주로 종합병원 등에서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중소형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면역항암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처방 기준이 까다로워지면 이들은 더이상 면역항암제를 처방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비급여로 처방을 받는 환자들 중에는 면역항암제 처방을 받아 치료 효과를 본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급여기준안이 통과되면 효과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약을 끊고 종합병원에서 심평원 승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는 면역항암제 비급여 처방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상당수의 종합병원들은 IRB에 비급여 처방을 올려 심평원에서 심사를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미 종합병원에서 면역항암제 처방을 거절당한 환자들은 종합병원에서 다시 면역항암제를 처방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큰 상태다.

▲ 인터넷 면역항암카페에 올라오는 환자들의 반응. 반대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암환자들 “의사들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억울한 생각도 들어”

▲ 면역항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김태준 씨

면역항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김태준 씨는 “심평원에 확인해 보니 정부안이 급여화를 통해서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건 맞지만 일부 조항 때문에 치료받는 분들의 치료 기회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면역항암제를 시험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효과를 보고, 생명을 연장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개정안은) 막는 것이고, 자비로 약을 처방받는 것도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 내용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외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구잡이 비급여 처방은 우리도 반대하지만 이건 아닌 같다”며 “환우들은 ‘암센터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 하는것 아니냐’는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이같은 문제는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복지부는 면역항암제를 처방받는 환자들 중 현재 효과를 보고 있지만 개정안 때문에 약을 끊어야 하는 환자들에 대한 구제안 정도만 고려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치료 중단에 대한 대책은 고심 중…신규 환자들은 병원 심사 받아야”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 환자들로부터) 민원이 계속 오고 있다”며 “현재 면역항암제를 쓰는 이들이 이 제도 때문에 치료가 중단되는 건 안될 것으로 본다.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새로 면역항암제를 처방받으려는 환자들과 관련해서는 “그들은 (병원과 심평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면역항암제 관련 내용의 적용 시기에 대해서는 “보통 건정심에서 통과되면 다음달 1일부터 법이 적용되지만 이 법 시행을 기다리는 폐암 환자들을 고려해 바로 적용하려고 빠르게 진행중인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비급여 처방을 받는 환자들의 반대 움직임은 갈수록 바빠지고 있다. 법이 적용됨과 동시에 중소형 병·의원에서 면역항암제 처방이 불가능해지면 비급여 환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김태준 씨는 “현재 대응방안 중 최악의 수단으로 행정소송까지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게 가고 싶지는 않다. (이번 개정으로 혜택을 보는) 폐암 환우들에게 며칠이라도 늦어지는 것은 막으려 한다.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선에서 우리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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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 2017-08-08 21:12:00
오프라벨 그대로 처방받을수있게
해주세요...
마지막 희망입니다

0000 2017-08-03 15:34:48
적응증이 계속 날것은 자명한 일인데... 급여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비용 지불하면서 맞는 것인데 이 희망까지 앗아갑니까? 일본은 부작용 몰라서 옵디보랑 키트루다를 풀어놓은게 아닐텐데요... 가격 낮아지길 기다렸더니 일본으로 가라고 등 떠미는 격입니다. 약은 똑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못쓰고 일본에서는 쓰고 약사러 일본까지 가야하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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