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는 건강보험료는 비싼 것일까
내가 내는 건강보험료는 비싼 것일까
[남산의 공씨의 진료실 萬談 ⑥]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혜택 받아 … 의료계 희생도 생각해야
  • 공건영
  • admin@hkn24.com
  • 승인 2017.07.10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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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하루 이틀 더 입원하면 안 돼요? 집에 가도 살펴줄 사람도 없고요”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고 퇴원했는데 이 병원에서 입원해서 수술 후 치료를 더 받으면 안되나요? 집에 가면 돌봐줄 사람도 없어요”

“검사를 좀 받고 싶어 왔는데 왜 보험이 안 되죠? 나도 보험료 꼬박꼬박 냈는데?”

“입원해서 치료받으면 안 되나요? 왔다 갔다 하기 힘들고 불편한데요”

환자를 만나다 보면 위의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질문에 딱 한 가지 대답을 하면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 대답은 다음과 같다.

“네. 일반으로 보험처리 없이 본인 돈으로 시행하시면 언제든지 됩니다”

더 이상 아무 말이 없다. 그냥 퇴원하겠다고 하고, 그냥 집으로 가며, 말없이 검사받고, 외래에서 통원치료 받는다. 왜 안되냐면서 화는 낸다.

의료보험을 적용받는 범위가 내가 원하는 만큼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보험료 낸 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더 혜택을 안 준다고 야단들이다.

▲ 환자들 중 건강보험이 적용 안된다고 하면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의료보험을 적용받는 범위가 내가 원하는 만큼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그런데 보험료가 천원만 올라도 언론에서는 의료보험료가 많이 올랐다고 난리기사를 쓰고, 직장인들은 자신들만 손해라고 울분을 토한다. 어떤 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보험료 꼬박꼬박 내고 병원 한 번도 안 갔다. 나만 손해다. 보험료 내기 싫다”

보험료는 더 내기 싫으면서 더 많은 부분의 보험혜택은 받고 싶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나?

자 여기 30세의 결혼한 청년이 있다. 혼자 외벌이를 하며 30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하여 65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자.

그 기간 동안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올해기준으로 세전 월 800만원의 직장근로자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는 26만원이다. 계산이 복잡하지만, 이 남자가 직장생활 시작부터 끝까지 보험료를 20만원 냈다고 가정하자. 보험료를 낸 기간은 35년, 즉, 420개월이다.

그럼 그동안 낸 총 보험료는 8400만원이다. 그사이에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모두 제왕절개를 했다. 제왕절개 건당 총 포괄수가 금액이 200만원 정도니까 아이 둘 낳으면서 400만원 썼다고 하자. 8000만원 남았다. 아이 둘이 모두 30세부터 자신의 건강보험료를 낸다고 가정해도, 65세까지의 보험료는 아이들의 의료비까지 포함한다.

과연 이 4인 가족이 출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건강하게 병원을 가지 않았을까? 이 가장이 건강하게 지냈는데도 불구하고 만일 55세에 급성심근경색이 와서 심혈관에 스텐트 2개를 넣는 시술을 대학병원에서 받으면 그 비용만 현재수준으로 1500만원이다. (미국에서의 비용은 10배, 1억5000만원이다)

이후 관리를 위해 진료를 받는 걸 합하면 급성 심근경색으로만 얼추 2000만원은 쓰는 셈이 된다. 이제 6000만원 남았다.

배우자도 심근경색에 걸리면? 아이들이 큰 사고라도 났다면? 잔병으로 계속 병원에 다녔다면? 남은 6000만원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까? 이 가정도 65세 이후에 병원 가는 것은 포함하지 않았다. 만일 이후에 큰 병이라도 걸린다면?

여기까지만 생각해봐도 월 20만원의 35년 납입액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 많이 남아 있는 거 같다고? 위의 상황은 현재 책정된 저수가의 상황을 전제해서 이야기한 것이다. 심근경색 스텐트 시술 1500만원이라는 엄청 싼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 월 20만원의 건강보험 납입액은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 혜택을 더 받으려 할 게 아니라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의료보험은 아무리 보험혜택을 받아도 보험료가 오르지도 않는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미국의 제왕절개는 5000만원이다. 미국 의료비의 10%의 가격인 500만원만 받는다는 가정으로 계산만 해도 앞서 가정한 인물이 낸 보험료로는 이미 손실로 돌아서리라 예측할 수 있다. 개별 외래진료비 및 검사료, 시술료, 처방료 등을 미국의 10분의 1로만 잡아 계산하면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 재정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만일 위의 계산이 말이 안 되고 저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료보험 포기하고 월 20만원씩 복리저축 들고 그 통장에서 평생 병원비 쓰면 된다. 가능하리라 예측되는가?

실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월 20만원의 의료보험료를 낼까? 모든 국민이 세전 월 800만원의 순소득자일까? 실제 자신의 보험료를 계산해 보자. 그리고 그 돈만큼만 병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자신 있나?

결국, 내가 낸 보험료 보다 더 많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건강하게 사는 어느 누군가가 부담한 보험료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병원에서 의료보험 적용을 받았다면, 최소한 남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혜택을 더 받으려 할 게 아니라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자동차 보험료는 보험처리 즉시 보험료가 올라가지만, 의료보험은 아무리 보험혜택을 받아도 보험료가 오르지도 않는다.

보험료를 많이 낸다고 투덜거릴 필요도 없다. 건강한 내가 병든 다른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의 보험료 부담은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고 선행의, 기부의 모습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얼마 내지도 않고 당당하게 보험적용을 많이 받으려 하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도와주고 싶지는 않겠지?

자신이 부담하는 월보험료보다 자신과 가족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 생각하면 남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부담하는 월 보험료에 비하여, 자신과 가족이 혜택을 별로 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기부한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대한민국의 의료보험체계는 민간자본을 기본으로 하는 의료계에 국가가 강제하는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인식해 주었으면 한다.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의료기술을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공급을 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미국의료비의 10분의 1 정도만으로 비용이 오르기만 해도, 현재의 의료보험 체계는 근간이 흔들릴 것이다.

▲ 보험적용을 더 받고 싶으면 그만큼 비용을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한다. 더 나은 의료기술과 처치, 대우를 원한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

보험적용을 더 받고 싶으면 그만큼 비용을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한다. 더 나은 의료기술과 처치, 대우를 원한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 적정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부담비용 이상의 혜택을 원하는 건, 남의 것을 뺏어 가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뭐 있나?

“의료보험료 꼬박꼬박 냈는데, 왜 검사받고 싶어도 보험적용을 안 해줘요?”

“네. 어떤 사람이 이상증상도, 병도 없는데 그냥 검사받고 싶다고 당신보고 비용 좀 내어 달라면, 당신은 비용을 내어 줄 용의가 있습니까?”

“미쳤어요? 왜 그걸 줘요? 치료비도 아닌데?”

“네. 그래서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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