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회초리는 소리만 요란?
식약처 회초리는 소리만 요란?
계속되는 행정처분 실효성 논란 … 연구사업은 흐지부지 … 회초리는 회초리 역할 해야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7.07.0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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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지난 2014년 한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 제조업무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식약처의 행정처분 가운데 품목허가 취소를 제외하면 가장 강도 높은 제재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제약사는 식약처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당연히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동시에 했다. 이로부터 3년이 지난 2017년 3월, 행정처분이 재개됐다. 소송이 제약사 측의 패소로 끝나면서 가처분 기간도 끝났기 때문이다.

이미 행정처분 기간의 절반 정도는 진행이 된 상태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이 제약사의 활동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인 알바이오 얘기다.

전 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해당 제조소에서 어떤 의약품도 생산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것도 무려 반년 동안.

그런데도 알바이오는 여전히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행정처분을 받는 기간에는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제조가 불가능할 터인데도 말이다. 최근에는 식약처에 자사가 개발 중인 신약의 품목허가도 신청했다.

이 회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사업의 상당 부분을 계열사로 이전했다. 주력 사업을 계열사로 넘기면서 행정처분에 대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처분의 허점을 합법적으로 ‘멋지게’(?) 공략한 셈이다.

식약처 행정처분 이대로 괜찮은가?

사실 식약처 행정처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알바이오만 영리하게 대처한 것도 아니다. 행정처분이라는 식약처의 회초리는 더는 제약사들을 위축시키지 못하는 분위기다.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들이 긴장할 때가 있는데, 이는 식약처의 회초리질이 아파서가 아니다. 자사가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공론화돼서다.

제약사들은 행정처분 자체보다 이것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 반대로 말하면, 행정처분 사실이 알려지지만 않으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얘기다.

제약사 관계자들도 판매업무정지든 제조업무정지든 식약처의 행정처분 자체로는 제약사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행정처분이 실행되기 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거다.

행정처분이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법 위반 소지를 파악한 식약처는 실제 행정처분을 내리기 전에 제조소 실사 등을 거친 후 제약사에 사전통지를 한다. 제약사는 이에 대해 소명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청문회를 열 수도 있다.

청문회에서도 제약사가 자사의 무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내리는 구조다.

그런데 제약사는 제조소 실사나 사전통지 시점에서 이미 자사가 행정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점쳐볼 수 있다. 행정처분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면, 실제 행정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 피해를 최대한 줄인다.

행정처분 기간에 공급해야 할 물량을 미리 공급하거나 공장 가동률을 높여 이 기간 생산해야 할 물량을 미리 생산하는 방식이다.

식약처가 실사를 나온 후 위반사실이 적발되고 소명기간 등을 거쳐 실제 행정처분이 있기까지 적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제약사들이 행정처분에 대비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행정처분에 따른 물량 부족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행정처분의 실효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행정처분 내용이 공개돼 회사의 이미지 손실이 있고, 같은 사유로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가중 처벌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그럴까.

▲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제조·판매업무 정지? … 미리 만들고 공급하면 그만

제약사에 대한 행정처분 내용은 식약처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대중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식약처 홈페이지를 들러 제약사의 행정처분 내용을 살펴보는 일반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언론을 통해 노출되지만 않는다면 ‘사건’을 조용히 덮을 수 있다.

언론이 관심 있게 보는 행정처분 내용은 주로 상위사에 몰린다. 그러다 보니 중·소 제약사들의 행정처분은 그리 알려지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공개된 행정처분 내용은 행정처분이 끝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된다. 언론이 기사화하지 않은 이상, 과거 특정 제약사가 어떤 행정처분을 받았는지 대중으로서는 알기가 어렵다.

가중 처벌과 관련해서도, 품목허가가 취소되지 않는 한, 제약사는 제품을 선(先)생산·공급하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식약처의 행정처분은 국회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정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열린 국정감사에서 “6개월의 품목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PPC 주사제가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을 뿐 아니라 판매가 2배 증가했다”며 식약처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정승 처장(現 한국농어촌공사장)은 “행정처분 제도가 원래 의도한 대로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행정처분 제도에 대해 점검할 것”이라고 답했다.

식약처는 얼마 안 돼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연구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법이 생긴 이래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한 번도 다시 검토한 바가 없어 연구사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만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확실하게 강력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이 연구사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다. 약사법 행정처분 기준을 다른 법률과 비교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애초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식약처의 의지는 더는 보이지 않았다. 행정처분 규정이 개정되는 시기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말 그대로 ‘용두사미’였다.

약사법 제정 이래 그대로인 행정처분 … 사탕은 사탕, 회초리는 회초리 역할 해야

올 상반기에만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는 무려 200곳이 넘는다. 공개 기간이 끝나 기록이 삭제된 곳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수가 행정처분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번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규모가 작아 행정처분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다.

간혹 등장하는 상위사도,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중·소사도 행정처분에 따른 타격은 크지 않다. 제약사들이 식약처의 회초리를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다.

현재 국내 제약산업은 과거 제네릭만 찍어내던 때와 다르다. 신약과 개량신약, 바이오의약품 등 고도화된 제품이 등장하는 시대다. 안전과 관련해서는 예전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도 식약처의 행정처분 기준은 약사법 제정 이래 크게 개정된 적이 없다.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얘기다. 제약사들은 이미 행정처분을 회피할 방법을 몸으로 체득한 상태다. 이런 상황은 장기적으로 제약업계에도 이로울 게 없다.

사탕은 사탕, 회초리는 회초리 역할을 할 때 제약업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식약처가 지금이라도 솜방망이가 아닌, 잘못한 제약사를 따끔히 혼내줄 수 있는 회초리를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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