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과의 “식사 한끼에 의사는 오리지널 처방”
미국 내과의 “식사 한끼에 의사는 오리지널 처방”
“제약사 한끼 대접에 의사들 처방약 달라져…가치있는 약은 소비자가 선택”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06.26 2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의사들은 제약업계가 자신들을 조종하는 것에 대해 면역돼있지 않으며, 제약사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니콜 반 그로닝겐(Nicole Van Groningen) 내과 임상강사(Clinical Fellow)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의사의 처방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끼 식사로도 처방약 달라져”

그로닝겐은 “환자들은 보통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이 자신의 병을 낫게 하는 데 최고의 약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제약사와 접촉하고 그들에게서 무료로 식사를 대접받은 미국 의사 중 절반은 편향적으로 약을 처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를 포함해 의사들은 제약사가 자신들을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면역돼 있지 않다. 제약사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제약사들은 미국에서 자사 제품의 판촉을 위해 240억달러(약 27조2800억원)를 의사를 포함한 전문의료인들에게 제공했다. 이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 비용의 8배에 달한다.

제약사 방문 제한한 병원, 제네릭 처방률 높아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의료계는 의사들을 상대로 과도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제약회사의 행위에 대해 반대를 했다.

지난 2006년 이후 상당수의 미국 수련병원들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방문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정책을 제정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州) 상원은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선물을 주지 못 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의사협회(JAMA) 저널에 게재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방문 및 선물을 제한하는 병원의 의사들은 그렇지 않은 병원의 의사들에 비해 오지리널보다 비용 효과적인 제네릭을 처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난해 미국 비영리 단체 프로퍼블리카(ProPublica)가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에게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그렇지 않은 의사들보다 해당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처방할 가능성이 더 컸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의사들은 제약사가 대접한 식사 한 번으로도 콜레스테롤 약을 제네릭 대신 비싼 오리지널 제품으로 처방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 약, 제약사 배불리고 환자 주머니 턴다?

그로닝겐은 “나도 레지던트 시절 같은 경험을 했다.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내 부서를 방문해 동료들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교육적인’ 저녁을 대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저녁에 소개된 약은 제네릭보다 5배 비싼 약이었다”며 “그 약은 여전히 내 진료 영역에 있어서 우선 고려해야 할 옵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와 의사가 이러한 형태로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피해는 환자들 몫”이라며 “고가 오리지널 제품은 제약회사의 매출을 올리지만,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간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처방약을 복용하는 미국인의 25%는 약을 살 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약을 꾸준히 먹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약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로닝겐은 “대부분 오리지널 제품의 유효성은 제네릭의 유효성을 크게 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만일 의사들이 제네릭보다 오리지널을 더 많이 처방하게 된다면 환자들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오리지널의 처방으로 인해 환자들이 겪는 경제적 불이익에 대해 꼬집었다.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처방으로 인해 미국인은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 전문의약품에 대한 처방액은 4000억달러(약 454조8000억원)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처방 비율은 10%에 불과하지만, 전체 지출액의 72%를 차지한다.

“제약사 방문 제한, 약가 상승 억제 첫 걸음 ”

그로닝겐은 “제약회사들은 영업사원들이 의사들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신약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지속적으로 의사들이 요구하는 지식을 충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 가치 있는 약은 의사나 환자에게 선택을 받는다”며 “예를 들면 C형 간염 치료제는 상당히 고가이지만, 마케팅이 아닌 임상시험에서 높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나타내며, 그 가치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업계에서 전문의약품의 약가 상승 문제는 의사에게까지 뿌리 뻗어 있다”며 “병원과 클리닉에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방문을 제한하도록 하는 것은 약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