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015년 8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A씨는 임파선 전이에 뇌 전이까지 되면서 감마나이프(감마광선을 이용한 첨단 치료법)를 받았다. 당시 항암치료조차 불가능해 요양병원에서 자연 치유를 시도했고, 지난해 4월 말에는 위 주변 대동맥과 간까지 모두 전이가 되면서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이후 면역항암제를 알게 되고, 전남 화순에서 서울까지 엠블런스를 타고 가서 ‘키트루다’를 맞게 됐다. 밥 대신 영양주사로 생명을 이어왔던 A씨는 1년이 지난 지금 밥도 먹을 수 있게 됐고, 이제 머리에 남은 종양만 잘 치료하면 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2. 지난해 육종암 말기 진단을 받은 B씨는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당시 의사는 쓸 수 있는 항암제도 몇 가지 없었고 치료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후 면역항암제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 약은 폐암·흑색종에만 허가돼 육종암을 앓고 있는 B씨는 처방받을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프라벨 처방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면역항암제를 맞았고, 2차 치료 후 놀랍게도 암 세포의 70%가 사라졌다. (면역항암카페 사례 中) |
[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인체 내 면역반응을 높여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가 암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와 ‘옵디보’로, 이들 제품은 간암·유방암·식도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다양한 암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하면 많은 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비소세포폐암과 흑색종에 대해서만 적응증을 획득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면역항암제의 획기적인 치료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들이 허가된 적응증을 벗어난 의약품을 처방하는 ‘오프라벨 처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프라벨 처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기도 하지만,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프라벨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헬스코리아뉴스는 면역항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김태준(52세, 닉네임 ‘맥스’) 씨를 만나 이들이 오프라벨 처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부정적 시각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면역항암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저희 딸이 육종암에 걸려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1년 전부터 면역항암제를 찾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후 치료결과가 너무 좋아서 이런 치료 경험과 방법을 다른 말기암 환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카페를 만들었다. 오는 14일이면 카페를 만든 지 딱 1년이 된다. 현재 회원 수는 1300여명이다.”
-. 이 모임에서 회원들끼리 어떤 이야기가 오가나.
“현재 환자들 사이에서 면역항암제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 약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고,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 공유하고 있다. 외국에서 나오는 임상결과나 자료를 먼저 파악해 공개하고 있다.”
-. 앞으로 면역항암카페의 활동계획은.
“첫 번째는 급여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산정특례제도를 통해 암 환자로 등록되면 자기부담금 5%만 부담하면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병이 악화돼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제가 없어지면 비급여 약제를 많이 처방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한 달 약제비용만 수 백만원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메디컬푸어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개인적인 실비보험을 준비하지 못한 가정은 좋은 약을 알고 있음에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치료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카페는 급여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올해 하반기에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면역항암제 급여등재를 이뤄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몇 명 되지 않는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나서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신약등재가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면역항암제 다른 적응증에 대해서도 급여등재가 이뤄지도록 힘쓸 계획이다. 이 약은 기전 상 다른 암종 치료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환자들과 함께 급여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 환자·보호자 입장에서 현행 건강보험 급여 등재과정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외국에 비해 너무 긴 심사기간과 처리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정부 측에서는 등재기간을 300일 정도로 보고있지만, 실제로는 600일 정도 소요된다. 약 2년의 기간 동안 어떤 회의와 검토를 하는지 모르겠으나, 너무 길다. 다른 국가의 경우 두세달 만에 처리가 되기도 한다. 이 정도는 못 따라가더라도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담당자가 좀 더 열정적으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 급여 등재가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부와 제약사 누구하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 생각은 사람을 위하는 정책·진행과정이라면 이렇게 길게 끌고갈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이 잘못돼 있다면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좀 더 빨리 처리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현재 정부나 제약사를 보면 서로 상대방 탓을 하고 있다. 제약사에서는 급여등재가 빨리 될 수 있도록 성의 있게 자료제출을 해야 하고, 정부에서는 누구 핑계 대지 말고 모두 국민들이고 가족이고, 자기 자신도 암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마음가짐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 현재 국내서 면역항암제는 폐암과 흑색종에서만 적응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다른 종류의 암에서도 오프라벨로 처방받는 경우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해달라.
“우리 카페는 오프라벨로 처방을 받는 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물어물어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환자 중 대부분은 병원으로부터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다고 내몰린 사람이다. 이런 환자들이 다행히 우리 카페에 와서 치료방법을 알게 되고, 면역항암제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분들이 많다.
-. 일각에서는 오프라벨 처방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엉뚱한 곳에서 ‘소금물 치료’나 ‘암세포를 굶어 죽이는 치료’ 등 이상하고 터무니없는 치료에 빠져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건강까지 해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보다는 오프라벨 치료이기는 하지만 검증된 치료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최근 잘못된 정보 전달로 오프라벨 치료를 불법이고 잘못된 방법이라며 치료가 막히고 있다. 지난해에만 해도 일부 대학병원에서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치료를 할 수 있었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든 대학병원에서 다 막혀버렸다. 현재는 중소 병의원에서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오프라벨 처방을 이렇게 막지는 않는다.
감시는 필요하지만, 모든 권한과 책임을 의사와 병원에 부여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나 경직돼 있고, 의사들에게 족쇄를 채워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의료 현실이 안타깝다. 의사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자유롭게 치료할 수 없도록 만드는 법과 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 일부 병원에서는 오프라벨 처방과 다른 시술을 끼워 넣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병원 특히 요양병원에서 오프라벨 처방을 미끼로 온열치료, SB주사(천연약물주사), 동맥내항암치료 등 검증되지 않은, 치료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고가의 치료를 요구·강요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
우리 카페에서는 이런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문제 되는 병원에 대해서는 회원끼리 공유해 그 곳에 가지 않는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막아내야 한다. ”
-.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가차원의 대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어떤 식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런 상황을 정부차원에서 막아달라고 하면 지금 그나마 치료하고 있는 병원까지 다 막을까봐 걱정이 된다.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최소한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사람에게는 치료의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
다만, 오프라벨 처방을 유연하게 풀어놓으면 악용하는 집단이 분명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국립암센터 등 국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통해 오프라벨 치료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돈은 개인이 부담을 하더라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곳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한다.”
-. 카페 활동으로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제 아이가 소아암 병동에서 치료를 하며 많은 아이들이 힘겨운 치료과정을 겪다가 하늘나라로 떠나는 것을 봤다. 면역항암제처럼 좋은 약이 빨리 연구되고 임상시험을 거쳐 많은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해졌으면 한다. 그래서 앞으로 좋은 약물에 대해 더 많이 홍보하고, 더 빨리 급여 등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 환자가 자기부담금 5%만 내면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비급여항목이 너무 많아 상당한 비용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부에서 비급여 약제를 급여화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하는데 빨리 부담을 덜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을 살리고, 국민을 위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으면 한다.”
어떻게 가입해야되는지요.카페 이름 및 기타 사항이 나와있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