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벨 막다가 초가삼간 다 태울라”
“오프라벨 막다가 초가삼간 다 태울라”
면역항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김태준 씨 인터뷰
  • 김다정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06.04 15:41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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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2015년 8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A씨는 임파선 전이에 뇌 전이까지 되면서 감마나이프(감마광선을 이용한 첨단 치료법)를 받았다. 당시 항암치료조차 불가능해 요양병원에서 자연 치유를 시도했고, 지난해 4월 말에는 위 주변 대동맥과 간까지 모두 전이가 되면서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이후 면역항암제를 알게 되고, 전남 화순에서 서울까지 엠블런스를 타고 가서 ‘키트루다’를 맞게 됐다. 밥 대신 영양주사로 생명을 이어왔던 A씨는 1년이 지난 지금 밥도 먹을 수 있게 됐고, 이제 머리에 남은 종양만 잘 치료하면 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2. 지난해 육종암 말기 진단을 받은 B씨는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당시 의사는 쓸 수 있는 항암제도 몇 가지 없었고 치료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후 면역항암제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 약은 폐암·흑색종에만 허가돼 육종암을 앓고 있는 B씨는 처방받을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프라벨 처방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면역항암제를 맞았고, 2차 치료 후 놀랍게도 암 세포의 70%가 사라졌다.

(면역항암카페 사례 中)

[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인체 내 면역반응을 높여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가 암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와 ‘옵디보’로, 이들 제품은 간암·유방암·식도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다양한 암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하면 많은 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비소세포폐암과 흑색종에 대해서만 적응증을 획득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면역항암제의 획기적인 치료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들이 허가된 적응증을 벗어난 의약품을 처방하는 ‘오프라벨 처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프라벨 처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기도 하지만,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프라벨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헬스코리아뉴스는 면역항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김태준(52세, 닉네임 ‘맥스’) 씨를 만나 이들이 오프라벨 처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부정적 시각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면역항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김태준 씨

-. 면역항암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저희 딸이 육종암에 걸려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1년 전부터 면역항암제를 찾아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후 치료결과가 너무 좋아서 이런 치료 경험과 방법을 다른 말기암 환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카페를 만들었다. 오는 14일이면 카페를 만든 지 딱 1년이 된다. 현재 회원 수는 1300여명이다.”

-. 이 모임에서 회원들끼리 어떤 이야기가 오가나.

“현재 환자들 사이에서 면역항암제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 약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고,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 공유하고 있다. 외국에서 나오는 임상결과나 자료를 먼저 파악해 공개하고 있다.”

-. 앞으로 면역항암카페의 활동계획은.

“첫 번째는 급여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산정특례제도를 통해 암 환자로 등록되면 자기부담금 5%만 부담하면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병이 악화돼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제가 없어지면 비급여 약제를 많이 처방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한 달 약제비용만 수 백만원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메디컬푸어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개인적인 실비보험을 준비하지 못한 가정은 좋은 약을 알고 있음에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치료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카페는 급여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올해 하반기에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면역항암제 급여등재를 이뤄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몇 명 되지 않는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나서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신약등재가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면역항암제 다른 적응증에 대해서도 급여등재가 이뤄지도록 힘쓸 계획이다. 이 약은 기전 상 다른 암종 치료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환자들과 함께 급여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 환자·보호자 입장에서 현행 건강보험 급여 등재과정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외국에 비해 너무 긴 심사기간과 처리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정부 측에서는 등재기간을 300일 정도로 보고있지만, 실제로는 600일 정도 소요된다. 약 2년의 기간 동안 어떤 회의와 검토를 하는지 모르겠으나, 너무 길다. 다른 국가의 경우 두세달 만에 처리가 되기도 한다. 이 정도는 못 따라가더라도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담당자가 좀 더 열정적으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 급여 등재가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부와 제약사 누구하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 생각은 사람을 위하는 정책·진행과정이라면 이렇게 길게 끌고갈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이 잘못돼 있다면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좀 더 빨리 처리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현재 정부나 제약사를 보면 서로 상대방 탓을 하고 있다. 제약사에서는 급여등재가 빨리 될 수 있도록 성의 있게 자료제출을 해야 하고, 정부에서는 누구 핑계 대지 말고 모두 국민들이고 가족이고, 자기 자신도 암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마음가짐부터 다시 잡아야 한다.”

▲ 면역항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김태준 씨

-. 현재 국내서 면역항암제는 폐암과 흑색종에서만 적응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다른 종류의 암에서도 오프라벨로 처방받는 경우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해달라.

“우리 카페는 오프라벨로 처방을 받는 환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물어물어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환자 중 대부분은 병원으로부터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다고 내몰린 사람이다. 이런 환자들이 다행히 우리 카페에 와서 치료방법을 알게 되고, 면역항암제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분들이 많다.

-. 일각에서는 오프라벨 처방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엉뚱한 곳에서 ‘소금물 치료’나 ‘암세포를 굶어 죽이는 치료’ 등 이상하고 터무니없는 치료에 빠져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건강까지 해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보다는 오프라벨 치료이기는 하지만 검증된 치료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최근 잘못된 정보 전달로 오프라벨 치료를 불법이고 잘못된 방법이라며 치료가 막히고 있다. 지난해에만 해도 일부 대학병원에서 면역항암제 오프라벨 치료를 할 수 있었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든 대학병원에서 다 막혀버렸다. 현재는 중소 병의원에서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오프라벨 처방을 이렇게 막지는 않는다.

감시는 필요하지만, 모든 권한과 책임을 의사와 병원에 부여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나 경직돼 있고, 의사들에게 족쇄를 채워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의료 현실이 안타깝다. 의사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자유롭게 치료할 수 없도록 만드는 법과 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 일부 병원에서는 오프라벨 처방과 다른 시술을 끼워 넣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병원 특히 요양병원에서 오프라벨 처방을 미끼로 온열치료, SB주사(천연약물주사), 동맥내항암치료 등 검증되지 않은, 치료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고가의 치료를 요구·강요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

우리 카페에서는 이런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문제 되는 병원에 대해서는 회원끼리 공유해 그 곳에 가지 않는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막아내야 한다. ”

-.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가차원의 대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어떤 식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런 상황을 정부차원에서 막아달라고 하면 지금 그나마 치료하고 있는 병원까지 다 막을까봐 걱정이 된다.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최소한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사람에게는 치료의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

다만, 오프라벨 처방을 유연하게 풀어놓으면 악용하는 집단이 분명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국립암센터 등 국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통해 오프라벨 치료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돈은 개인이 부담을 하더라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곳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한다.”

-. 카페 활동으로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제 아이가 소아암 병동에서 치료를 하며 많은 아이들이 힘겨운 치료과정을 겪다가 하늘나라로 떠나는 것을 봤다. 면역항암제처럼 좋은 약이 빨리 연구되고 임상시험을 거쳐 많은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해졌으면 한다. 그래서 앞으로 좋은 약물에 대해 더 많이 홍보하고, 더 빨리 급여 등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 환자가 자기부담금 5%만 내면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비급여항목이 너무 많아 상당한 비용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부에서 비급여 약제를 급여화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하는데 빨리 부담을 덜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을 살리고, 국민을 위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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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합성 2017-07-16 11:57:19
난소암,재발 전이되어 1년째 계속 투병중입니다.면역항암제 오프라벨 관련된 내용도알고싶고 여러 치료법에 대해 알고싶어서카페에 가압하려합니다.
어떻게 가입해야되는지요.카페 이름 및 기타 사항이 나와있지 않네요.

하마 2017-06-05 23:08:47
인터뷰 해주신 맥스님과 기사화 해주신 기자분께 감사드립니다. 먼역항암제의 효능은 이제 어느 정도 검증 되었으니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많은 암환자에게 사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고가의 면역항암제를 암환자가 비용부담없이 쓸수 있도록 제발 급여화 해주시기를 촉구합니다.

사랑으로끝까지 2017-06-05 15:44:38
이런 기사를 써주신 기자님과 맥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남일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고보니
정말 막막합니다.
평범한 삶을 위한 마지막 희망인 면역항암제...
빠른 급여화되길 소망합니다

카를로스 2017-06-05 15:23:11
암환우와 가족을 위해 열심히 하시는 운영자님
화이팅 입니다

캐럿 2017-06-05 15:13:18
결혼후 남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살줄알았는데..
암진단받고 어두운절망속에서 면역항암제를 알게되었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치료받을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더불어 많은분들이 알수있도록 글 써주신 기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솔로몬1 2017-06-05 13:15:14
암환우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은 하루하루 버티어내고 있는 환자를 보면서 속이 타들어갑니다 치료할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기회는 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이루어질것이라 믿으며 신념을 가지고 인터뷰. 해주신 면역카페운영자 김태준님께 감사드리며 응원을 보탭니다

현덕9 2017-06-05 13:04:52
암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희망이 되길 기도 합니다.
맥스님과 면역카페 운영자분들 기자님에게 감사 말씀 드립니다.

재윤 2017-06-05 12:12:19
희귀암으로 투병하는 환우들은 이중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신약은 효과는 좋은데 급여가 안되는것은 물론이고 고가라서 경제적 고통도 함께 겪어야하며 일부 암은 처방조차 안되므로 치료시기를 놓쳐 아까운 생

박카스 2017-06-05 10:59:25
흑색종은 최근 매년 환자가 늘고있는 추세이며 내자신 내가족이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 전이가 빠른 아주 무서운 피부암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면역치료제가 유일한 희망이네요. 아무쪼록 정부기관과 제약회사에서 애사심을 가지고 빠른 급여화를 부탁드립니다.

2017-06-05 10:13:48
희망이 없다고 말하기 보단 희망의 길을 만들기 위해 먼저 앞서 주신 맥스님 이하 많은 회원님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시나브로 우리들의 울림은 전달되어지고 있으며 그 속에서 기자님들의 관심과 기사화가 아픈 이들에겐 큰 힘이 되어 줍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2017-06-05 10:00:21
흑생종=>흑색종으로 교정해주세요. ㅠㅠ아이들이 죽어간다는 대목 눈물나요. 아이들이 아프지않고 나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재윤이 2017-06-05 09:56:49
혈스코리아와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면역항암 카페지기 맥스님 고생 많으셨어요
하루속히 급여화가 되어 한 생명이라도 구할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합니다

sky 2017-06-05 09:53:26
기사 잘 잘봤습니다
우리환우들이 면역항암제로 체계적 치료받을수있도록 유연한 정책을 펼쳐주세요 또한 타암종에도점진적 급여화를 서둘러 주시길 바랍니다

김종환 2017-06-05 09:42:07
의사가 약이 없다는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합니다 이러기전에 필요한 약을 처방해주는 의사분이 나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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