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김은지 기자] 세계 각국이 온라인 의약품 판매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전문의약품까지도 집에서 쉽게 받아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판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으나, 정부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23일 재팬타임즈에 따르면, 아마존은 올해 일본 아마존 프라임나우 의약품배달 서비스에 ‘전문의약품’ 분류를 새로 추가했다.
이 서비스는 의사나 약사로부터 처방전이나 승인을 받은 환자가 온라인에서 약을 주문하면 약품을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고객들은 해당 웹사이트에 본인의 기본정보·증상·병력 등을 등록하면 약품을 배송 받을 수 있다.
일본 아마존은 아베 총리 행정부가 지난 2013년 온라인 약품 판매 금지법을 해제한 이후 제약시장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자사의 쇼핑몰 웹사이트를 통해 비타민, 감기약과 같은 OTC 약물을 판매해왔다.
美, 온라인 의약품 판매 일상적
미국의 경우, 이미 온라인으로 약을 사는 게 일상화돼 있다.
미국은 의약품전문편의점인 드럭스토어(drug store)에서 파는 약 1만종의 일반·전문의약품을 거의 그대로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환자는 의사나 약사로부터 받은 처방전을 스스로 또는 의사를 통해 온라인 드럭스토어 사이트에 직접 업로드하거나, 이메일·팩스 등의 수단으로 처방전을 해당 사이트에 보내면 전문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약사와 화상 상담을 통해 주문할 수도 있다.
미국은 소비자가 온라인 드럭스토어 사이트의 합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들 사이트가 처방전 없이 조제약을 판매하면 처벌하고 있다.
英 온라인 조제약국 꾸준한 성장세
영국이나 독일 등 여러 유럽 국가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여러 온라인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 중 영국은 지난 1999년부터 최초의 온라인 조제약국인 ‘Pharmacy2U’를 시작으로 다수 온라인 조제약국이 등장해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Pharmacy2U는 영국에서 의약품 온라인 판매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영국의 온라인 약국은 대부분 의사 진료실과 연결돼 있다. 의사들은 원격진료를 통해 환자와 상담하고 처방전을 발행한다. 다만, 원격진료를 통해 처방되는 의약품 종류가 한정적이어서, 원격진료로 처방받지 못하는 의약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려면 의사를 직접 찾아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세계 2위 중국, 온라인 의약품 시장 규모 7조원
세계 2위 의약품 시장인 중국은 온라인 의약품 시장이 약 7조원에 달한다.
중국의 O2O(Online To Offline)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두배달’은 지난 2015년부터 의약품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에는 약국 배송 시스템이 결합돼 환자가 바이두배달에 입점한 프렌차이즈형 약국이나 의약품 판매사이트에 제품을 주문하면 빠르면 1시간 안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중국 정부도 지난해부터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의약품을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수 있는 유통망 구축에 나섰다.
약국 접근이 어려운 시골 지역 주민들과 노인들이 필요한 의약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 값싼 의약품을 공급하겠다는 의도다.
한국 정부, 의약품 온라인 판매 절대불가론 … “위변조 막기 힘들고, 현실성 떨어져”
이처럼 세계 각국이 온라인 의약품 판매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온라인상 의약품 판매와 구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개설자(약사 또는 한약사) 및 의약품 판매업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의약품 판매업자라 하더라도 약국 또는 점포 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거래가 불가능한 이유다.
업계 일각에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행법이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국내에 온라인 의약품 거래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로 온라인 상 판매자의 부정불량, 위변조의약품의 유통채널을 막기가 힘들다 점과, 인터넷으로 주문을 할 경우 배송까지 최소 하루가 소모되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유대규 사무관은 “누구나 인터넷 상에서 인증을 받아 판매가 가능하므로 사실상 통제는 불가능 하다”며 “실제 온라인 의약품 판매를 허용하는 외국국가들도 최대 고민이 위변조의약품 통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차를 1시간 정도 타고 약국을 찾아야 하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바로 주변에 약국을 찾아볼 수 있다”며 “현재 전국적으로 약국은 약 5만개, 상비약을 파는 24시간 편의점은 약 3만개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를 감소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의약품 거래가 허용되면) 편의성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으나, 위변조의약품 등의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추진을 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현재로써는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유 사무관은 또 “아직까지 전 세계 어디에도 온라인 상 완벽한 통제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만약 차단 장치만 완벽히 존재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