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미국에서 애브비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아달리무맙)와 존슨앤존슨(J&J)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가 업계의 예상보다 바이오시밀러 잠식에 잘 견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리지네이터의 매출 실적 선방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의사들의 낮은 인식과 대체조제법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레미케이드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17억달러(약 1조9400억원)를 기록했다. 다만 감소폭은 전문가들이 애초 예상한 8.7%보다 낮았다.
휴미라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41억1800만달러(약 4조6600억원)로 시장전망치인 40억7000만달러(약 4조6100억원)를 웃돌아 특허만료와 바이오시밀러 출시에도 불구하고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는 아직 바이오시밀러 대체조제 관련 규제가 정착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의사들의 바이오시밀러의 유효성을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美 의사, 바이오시밀러 인식 제고 필요
미국 메릴랜드주(州) 프레드릭 관절염 치료센터 나단 웨이(Nathan Wei) 박사는 “일부 의사들은 바이오시밀러를 비용효과성이 뛰어난 ‘만병통치약’이라고 까지 칭하며 환영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오리지네이터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퀸타일즈IMS 페럴 트로인(Per Troein) 부사장은 “일부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네이터와 분자 단위로 모든 것이 같아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사실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네이터에서 뿐 아니라 같은 오리지네이터 사이에서도 배치 차이가 나타난다. 즉, 같은 오리지네이터라고 해도 완벽한 동일성을 얻을 수는 없다.
페럴 부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오리지네이터와 바이오시밀러의 차이점을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KPMG 전략팀 마크 기네스트로(Mark Ginestro)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생물학적 제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상당수가 오리지널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므로 바이오시밀러로 스위칭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체조제 임상, 제약사 이중고? … “시간·돈 더 들여야”
미국에서는 바이오시밀러에 관한 법령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지난 2010년 제정되면서 관련 시장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이후 FDA는 2012년 첫 지침을 내놓았고, 지난 1월에는 바이오시밀러 대체조제에 관한 초안 지침을 발표했다.
FDA의 가이드라인 초안에 따르면 대체조제가 가능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스위칭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투여 중간에 바이오시밀러로 대체해도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체조제 임상이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에게 짐이 될 수도 있으며, 투자 장벽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리니티 파트너스(Trinity Partners) 질리안 고드프리 스케이프(Jillian Godfrey Scaife)는 “스위칭 임상시험은 바이오시밀러의 허가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 제조사는 결국 임상시험에 시간과 돈을 더 들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네스트로는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들은 가이드라인 초안이 발표돼 만족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투자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노르웨이 정부는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대체조제 임상시험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성장 동력을 노르웨이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시밀러 경쟁 가열되야 할인 폭 ‘커져’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15~25%로 형성돼 있는 바이오시밀러 할인율이 앞으로 점차 증가하면서, 자가면역 치료제의 경우 할인율이 5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할인율 증가 조건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뒤따라야 하며,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오리지네이터와 바이오시밀러의 마케팅 전략 변화도 예측된다.
인벤티브헬스(inVentiv Health) 로히트 수드(Rohit Sood)는 “경쟁이 가열되지 전까지 바이오시밀러의 할인율은 30% 이상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랙베이라이프사이언스(Back Bay Life Science) 스테판 가울디(Stephan Gauldie)는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오리지네이터는 브랜드를 강조하고, 바이오시밀러는 가격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