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이제 ‘케미컬시밀러’라 불러야 하나
제네릭, 이제 ‘케미컬시밀러’라 불러야 하나
‘글리벡’ 과징금처분 논란 … 중증질환치료제, 급여정지 면죄부? … 33개 품목 과징금, 글리벡 한해 매출로 ‘퉁’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04.2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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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노바티스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42개 품목 가운데 단 9개 품목만 급여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의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허점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제네릭에 대한 동등성 논란까지 유발하면서 “앞으로 제네릭 의약품이 아니라 ‘케미컬 시밀러’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제네릭 의약품이라는 의미를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지 않고 유사한 화학의약품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의 노바티스 리베이트 품목 급여정지·과징금 처분과 관련해 쟁점이 되는 부분들을 자세히 짚어봤다.

▲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노바티스 사옥. <출처 : 연합뉴스>

중증질환치료제, 급여제한 면죄부?

대체약제가 존재하는 데도 복지부가 과징금 처분을 내린 제품은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필름코팅정’(아매티닙메신산염), 뇌전증 치료제 ‘트리렙탈필름코팅정’(옥스카르바제핀), 면역억제제 ‘산디문뉴오랄’(사이클로스포린), 고지혈증 치료제 ‘레스콜캡슐’(플루바스타틴나트륨) 등 4개 제품 10개 품목(용량·제형별)이다.

이 중 대체약이 노바티스의 자회사인 산도스 제품이라 급여정지 제재효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한 레스콜캡슐을 제외한 글리벡필름코팅정, 트레렙탈, 산디문뉴오랄 등 3개 제품은 대체약제를 사용할 경우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급여정지 대상에서 빠졌다.

복지부가 급여정지 제외 사유로 ‘요양급여 정지 대상 약제의 환자군이 약물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 규정대로라면 부작용에 민감한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중증질환치료제는 앞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더라도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성분이 다른 치료제로 처방을 전환할 경우, 내성이나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동등성을 인정한 제네릭이 다수 있는데도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제네릭의약품, 이제 ‘케미컬시밀러’라 불러야 하나?

식약처에 따르면, 글리벡필름코팅정과 트리렙탈필름코팅정은 제네릭이 시판되고 있다. 이들 제네릭은 식약처가 오리지널과 주성분, 효능·효과, 안전성 등이 동일하다고 인정해준 제품으로, 복제약 또는 카피약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동일성분 간이라도 적응 과정에서의 부작용 등 우려가 있다는 (의료임상)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급여대상에서 제외했다. 식약처가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인정한 제네릭을 써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엇박자를 낸 것이다.

▲ 한국노바티스사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식약처가 효능과 안전을 입증해 허가를 내주었음에도 복지부는 제네릭의 동등성을 의심, 국내 의약품 허가 당국의 권위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이 존재하더라도 오리지널 의약품은 요양급여 정지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복지부가 보장해줌으로써 대다수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이럴 거면 차라리 제네릭 대신 케미컬시밀러라 부르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참고로 산디문뉴오랄은 국내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동일성분 개량신약인 종근당의 ‘사이폴-엔’, 한미약품의 ‘임프란타’ 등이 있다.

‘레스콜캡슐’ 급여정지, 자회사 혜택될 수 있어 … 복지부는 점쟁이?

복지부가 레스콜캡슐을 급여정지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레스콜캡슐의 유일한 대체약제 수입사가 노바티스 자회사로, 급여정지를 하면 오히려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과징금 처분 이유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레스콜캡슐의 지난해 처방액은 63억원이다. 화이자의 ‘리피토’,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 MSD의 ‘바이토린’, 종근당의 ‘리피로우’, 유한양행의 ‘아토르바’ 등 처방액이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지혈증치료제에 비하면 인기가 높은 편이 아니다.

동일성분 약제로 노바티스 자회사인 산도스의 ‘자이렙캡슐’이 있지만, 쟁쟁한 치료제들이 많은 상황에서 레스콜캡슐의 급여정지로 자이렙캡슐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6개월 급여정지보다 싸게 먹힌 과징금 처분

이처럼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다수 품목이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되면서 회사 측은 피해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노바티스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42개 품목 가운데 대체약이 없거나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33개 품목에 대해 5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금액인 25억9000만원을 42개 품목으로 나눠 1개 품목당 6166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책정한 금액이다.

현행 기준으로는 부당금액이 5500만원 이상 7500만원 미만이면 1차 위반 시 6개월의 급여정지나 전체 요양급여비용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에 과징금 처분이 내려진 33개 품목의 지난해 처방액은 약 1836억원이다. 만약 6개월 급여정지가 됐을 경우, 회사 측은 약 918억원의 손해를 입게 된다. 급여정지가 풀리더라도 처방액이 곧바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므로 손해액은 1000억원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복지부가 내린 과징금은 지난해 매출액의 30%인 551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글리벡의 처방액(506억원)보다 조금 많은 정도다.

복지부는 “실효적인 제재를 위해 과징금의 상한을 현행 40%에서 최대 60%까지 인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추진 의향을 밝히지 않아 실제 상한액이 올라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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