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질병관리본부·시도보건환경연구원 등의 기관이 감염병 진단검사 등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박기호 교수는 1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바람직한 감염병 국가표준실험실 체계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문가 설문조사·인터뷰 결과를 발표했다.
의사·감염병 검사 책임전문의 등 전문가 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감염병의 진단 검사를 위해 위탁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0%(6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한 이유에 대해서는 ‘법정감염병이 의심 또는 진단돼 신고하려고’라고 응답한 사람(복수응답 가능)이 6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원인불명 감염병 진단·치료를 위해’ (65%), ‘의뢰기관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내성확인검사·병원성검사를 위해’ (37%) 등의 순이었다.
진단검사를 위탁한 기관은 질병관리본부가 8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뒤를 시도보건환경연구원(65%), 전문수탁검사기관(61%) 등이 이었다.
“질본 등 위탁기관 역할 제대로 못 해 … 신속성 떨어져”
그러나 이 같은 감염병 진단검사 위탁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75명 중 현재 국가적 감염병 진단 시스템이 적절치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49명으로, 전체 6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국가 진단 시스템의 한계로 ▲신속하지 않은 결과보고(12명) ▲의뢰시스템 불편(10명) ▲신뢰성(4명) 등을 꼽았다.
박기호 교수는 “의료한 진단검사 결과가 통보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환자를 진료하는 입장에서 검체 접수·진단 과정이 매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조사에 따르면, 질본은 시도보건연구원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어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시도보건연구원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해 검사 이해도가 낮은 상황이다.
민간의료기관은 수가 영향 및 BL2 수준의 시설만 갖고 있어 긴급 상황에서 초기 대응이 불가능하고, 기준 및 체계가 정립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확인검사 담당하는 국가표준실험실 구축해야”
설문조사 대상자의 74%는 감염병 국가표준실험실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가표준실험실 구축을 통해 고위험 병원체 생물학적 안전수준의 실험실을 제공하고, 감염병 확인검사를 담당하며, 감염병 표준진단 지침 정립 및 배포, 위기사항 대응위한 실험 준비 및 기획 등의 역할을 기대했다.
박기호 교수는 “감염병 국가표준실험실의 최고 가치는 신속함과 공고함(견고함)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 기능이 효율적으로 되지 않는다면 진단법 개발·연구 및 교육 기능 등을 배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백신 및 치료제 연구는 난이도 있는 업무이므로, 질본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치료제 개발 역할은 보조 기능일 수 있으나, 주 기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