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필러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안면부에만 한정됐던 투여 부위가 이제는 ‘바디’(BODY)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에스테틱 제약사 멀츠의 칼슘 필러인 ‘래디어스’(Radiesse)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손등의 볼륨 회복’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이번 승인으로 래디어스는 안면부 주름 개선 목적 외에 손등의 피부 볼륨 감소로 인해 힘줄과 혈관이 두드러져 보이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시판되는 필러 제품들 가운데 손등 볼륨 회복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받은 것은 래디어스가 처음이다.
그동안 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필러 제품의 적응증은 안면부 주름 개선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일부 제품이 ‘음경왜소증 환자의 한시적 귀두확대’를 적응증으로 가지고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안면부’는 레드오션 …‘바디’는 블루오션
현재 국내 필러 시장에서는 메디톡스, 휴젤, 휴메딕스, LG화학, JW중외제약, 대웅제약, 대화제약 등 다수 국내 제약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동제약까지 이 시장에 가세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저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데다 유일한 적응증인 안면부 주름 개선의 경우, 투약량이 많지 않아 필러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관련 시장에서는 필러 제품이 다른 미용·성형 시술이나 수술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 상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제약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안면부가 아닌 다른 신체 부위에 필러를 사용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대표적인 부위는 손등, 가슴, 엉덩이 등이다. 이들 부위는 안면부보다 필러 사용량이 많아 수익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일부 병·의원에서는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안면부 주름 개선이 아닌 가슴이나 엉덩이 부위의 볼륨 확대를 위해 ‘오프라벨’(off-label, 허가범위 외 사용) 형태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많은 제약사가 안면부가 아닌 ‘바디’ 쪽으로 (적응증) 범위를 넓히는 데 관심을 보여 왔다”며 “손등의 경우, 중년 여성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이고, 가슴이나 엉덩이의 경우, 대용량을 사용할 수 있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가슴 부위는 필러를 일정 용량 여러 차례 나눠 투여한다. 보형물을 넣는 것과 달리 급작스러운 신체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지금도 연예인 등의 수요가 있다”며 “앞으로 필러 트렌드는 ‘바디’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적응증 확대, 안전성 확보가 관건 … 국내사 눈치싸움
관건은 안전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다. 안면부와 달리 대용량이 사용되는 만큼 안전성 확보가 적응증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임상시험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제약사들은 적잖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번에 적응증을 손등까지 확대한 래디어스도 미국 FDA 승인 당시 근거로 사용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기반으로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적응증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다른 제약사의 움직임을 살피는 눈치싸움을 벌여왔다. 적응증 확대 ‘최초’ 타이틀을 다국적 제약사에 뺏긴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적응증이 확대된 제품은 칼슘 필러인데, 국내 시장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제품은 대부분 히알루론산 필러”라며 “히알루론산 필러는 칼슘 필러보다 생체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바디 쪽으로 적응증 확대를 시도하는 국내 제약사도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