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식 보건의료 정책, 10점 만점에 7~8점”
“두테르테식 보건의료 정책, 10점 만점에 7~8점”
두테르테 정부, 거침없는 의료 개선 행보 … 현지 의료계 “아쉬움 있지만 지지” 호평
  • 김은지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03.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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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김은지 기자]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즉결 사형을 허용하는 수준의 ‘마약과의 전쟁’ 등 거침없는 행보로 국제 사회에서는 비난을 사고 있으나, 자국 내에서는 높은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같은 평가의 뒤에는 단순히 잔혹한 통치 방식 뿐 아니라 높은 보건의료 개혁 방안 등 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 정책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 눈길을 끈다.

이에 헬스코리아뉴스에서는 필리핀 현지 보건정책 담당자 및 의료인들의 도움을 얻어 두테르테식 보건의료정책을 살펴보았다.

올해 역대 최고 보건의료 예산 책정 … 의료보험 강화 ‘눈길’

필리핀 보건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두테르테 정부는 보건 관련 예산을 매년 늘려가고 있으며, 특히 의료보험 예산을 늘려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필리핀 예산관리부가 공개한 주요 부처별 예산에 따르면 올해 보건부 예산은 909억 페소(한화 약 2조69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1226억, 한화 2조7916억원)보다 27% 줄어든 금액이지만, 실질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보건부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것이 현지 정부의 주장이다.

오마르 카스타냐르(Omar Castañar) 재무부장관은 “지난해에는 의료보험 예산(428억 페소)이 보건부 예산에 합산된 반면, 올해는 501억 페소에 이르는 의료보험 예산이 필헬스(PhilHealth, 필리핀 국민건강보험 기관)로 할애됐다”며 “의료보험 예산을 합치면 보건·의료 분야에 쓰이는 올해 예산은 1410억 페소로, 지난해보다 15%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건의료 분야 예산 증액은 필리핀의 올애 예산 규모 증액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필리핀의 올해 예산 규모는 전년도 예산 대비 11.6% 증가한 약 3조 3500억 페소(한화 약 78조5000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같은 보건의료 예산 증액은 소위 ‘검은 돈’을 정부 예산으로 돌렸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현지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후 “과거 고위 정치인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던 파코(PAGCOR, 카지노와 복권 등을 관장하는 정부기관)의 수입금을 취임 후 전액 의료지원과 교육에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보건부는 All for Health, Health for All(모든 것은 모두의 건강을 위해)라는 표어를 세웠다.

▲ 두테르테 정부, 보건부 표어 All for Health, Health for All (출처: 필리핀 복지부)

“의료보험 범위 확산 … 모두에게 적용 돼”

정부가 의료 시스템 개선안으로 내놓은 방책은 ▲의료보험 범위 확산 ▲의료인 수 증가 ▲에이즈 및 보건 의료 강화 ▲병원 증축 ▲의료 서비스 제공 네트워크 개선 ▲흡연 금지법 등이 있다.

‘의료보험 범위 확산’은 두테르테 정부의 가장 성공적인 성과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필헬스 조사에 따르면 의료보험에 가입된 환자는 90%에 육박했다. 이는 2010년 62%보다 많이 상승한 수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올해 의료보험 예산을 더 늘려 모든 필리핀인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빈곤층의 의료비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실질적인 환자들의 부담도 줄여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필헬스는 최근 당뇨와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해 늘어나고 있는 신장 질환 환자들을 위해 연간 투석 횟수를 기존 45번에서 90번으로 늘렸다. 가격은 1회당 4000페소(한화 약 9만2000원)에서 2500페소(한화 약 5만8000원)로 줄였다.

필헬스 파딜랴 회장은 “지금까지 기록을 보면 투석은 회당 4000페소로 충분하고도 남았다”며 “가격을 낮추고 횟수를 늘려 보다 많은 환자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필헬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서민들을 위해 의료 혜택과 서비스를 개선할 전망이다.

“마을당 한 명의 의료인 목표”

‘의료인 수 증가’는 두테르테 정부에 있어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13만명의 의사 중 단 7만 여명이 현직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50%에 가까운 의사들이 낮은 임금으로 인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의사 대 환자 비율은 1:33000으로 의료인 수가 현저히 모자란 상황이다. 특히 시골은 더 심각하다. 태어나서 평생 의사를 못 보는 사람들도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매년 1만5000여 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약 2600명의 의사가 졸업하고 그중 30~40%만이 의사 고시를 통과하는 상황이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새로운 정부가 내놓은 목표는 1개 바랑가이(도시와 자치체를 구성하는 최소의 지방 자치 단위)당 1명의 의료인이다. 현재 시골에서는 1명의 의사가 20~30개의 바랑가이를 맡고 있다.

정부는 의사들을 국내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월급을 기존 약 3만페소(한화 약 70만원)에서 5만 7000페소(한화 약 130만원)로 두 배 가까이 올렸다.

“무료 콘돔 배포? … 교육부는 반대”

‘에이즈 및 보건 의료 강화’ 정책은 다소 난항을 겪고 있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1984~2016년까지 총 에이즈 감염자 수는 약 3만8000명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 두테르테 정부는 에이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필리핀 전역 학교에 무료 콘돔 배포를 제안하기도 했다가 미성년자들의 성생활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모들의 반발을 이유로 교육부가 해당 안건을 기각했다.

군인을 위한 병원 및 필리핀 내 최고 규모 병원 증축

‘병원 증축’은 갈 길은 멀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두테르테 정부는 5억페소(한화 약 114억6800만원)를 들여 군인들을 위한 병원을 증축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기존에 있던 병원은 군인들이 입원하기에 더는 적합하지 않다”며 “검사 기기와 수술실 등을 강화한 건물을 증축할 것”을 약속했고 지난해 12월 완공시켰다.

이어 지난해 다바오시에는 총 1700여명이 수요 가능한, 필리핀에서 가장 큰 병원이 세워졌다.

▲ 지난해 다바오시에 세워진 최대규모 병원, 서던필리핀 메디컬센터 (출처: 서던필리핀 메디컬센터 웹사이트)

의료 서비스 제공 네트워크 개선 및 흡연 금지법

‘의료 서비스 제공 네트워크 개선’안과 관련 두테르테 정부는 연중무휴 가능한 911 응급시스템, 원격진료 및 병원과 병원 사이 ‘리퍼럴’ 제도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에게 더욱 높은 수준의 의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흡연 금지법’ 추진은 높은 강도의 관련법 제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안이 통과될 경우 모든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가 되는 흡연 관련 질환도 줄어들 전망이다.

2009년 세계보건기구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은 흡연인구는 약 30%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7위로 많은 수준이다.

필리핀 의료계 “두테르테 정책은 ‘10점 만점에 7~8점’”

현지 종합병원에서 내과의사로 재직하고 있는 J씨에 따르면 “두테르테 정부에 대한 내 평가는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평가한 뒤 “실제로 병원에서 투석환자들이 (이번 개선안으로)보다 많은 혜택을 누려 삶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J씨는 “다만 인력과 교육 등의 부족으로 건강 프로그램의 시행이 지연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현지 성형외과 의사인 C씨는 “굳이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7점”이라며 “두테르테 정권은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행보가 필리핀의 보건 의료 시스템에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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