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제 현장을 가다
기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제 현장을 가다
[창간 기획-‘보호자·간병인’ 없다는 것은 ①] 간호사 대 환자 1:15 → 1:6 … “진정한 간호의 시작”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02.2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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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누군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다. 보호자와 간병인이 필요 없다고 한다. 반신반의하며 병을 앓고 있는 사랑하는 이를 두고 집으로 직장으로 돌아간다.

중·소병원에서 시작했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어느덧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아직은 한정적으로 일부 병동에서 저울질 되고 있지만, 훗날 전국 전 병원 전 병동으로 퍼지면 환자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간호사들은 전인간호의 실현을, 보호자와 가족들은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병동을 찾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현장을 둘러보고 간호사, 환자,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뒤, 중소병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소병원 간호사회 김영애 회장까지 만나보았다.

① [탐방기] 기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실제 현장을 가다
② [인터뷰] 김현미 수간호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전인간호를 위한 첫발”
③ [인터뷰] 소아과 출신 강소라 간호사 “예전 상황 상상 안돼 … 1:5 유지해야”
④ [인터뷰] 중소병원간호사회 김영애 회장 인터뷰 “중소병원, 하고 싶어도 못한다”
⑤ “제도 성공, 간호사 가치 상승에 달렸다”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나이트(야간)과 데이(오전) 근무자의 인계가 끝나고 병실 순회가 시작되는 오전 8시, 건국대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발을 내디뎠다.

뜻밖에 병동 분위기는 조용하다. 기자가 알고 있는 기존 종합병원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보호자와 간병인들의 생활용품이 쌓여있고, 간호사들의 처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환자, 보호자, 간병인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가 만들어내는 ‘도깨비 시장’ 같은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달라진 점은 보호자와 간병인이 없다는 것과 간호사가 증원됐다는 점이다.

간호사 21명 늘어 … 간호사 대 환자 1:15 → 1:6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에는 연평균 1일 입원 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를 추산하면 간호사 1명당 환자 13명이다. 다만 이 비율을 제대로 지키는 병원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일본·호주의 간호사 대 환자 수는 1:5~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건국대학교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소화기내과) 스테이션 전경

기자가 방문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 중인 112병동의 간호인력 배치수준은 상급종합병원에 해당, 간호사 당 환자 수 1:6 이하 간호조무사당 환자 수 1:40을 유지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전 이 병동의 간호사 당 환자 수는 1:15 수준으로 52병상에 간호사 20명, 보조원 2명, 개인간병인 10~15명이었지만, 현재는 간호사 21명, 간호조무사 8명이 새로 추가돼 50병상에 간호사 41명, 간호조무사 8명, 보조원 2명으로 구성됐다.

112병동은 소화기내과 병동으로 주로 암과 간질환 환자가 입원해 있다. 평균 간호사 당 환자 수는 1:6이지만,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간호사 당 환자 수가 1:5~9로 나눠어 있다.

보호자와 간병인이 없어서인지 병동 분위기는 차분했다. 간호인력이 늘어난 덕분인지 시간에 쫓겨 뛰어다니는 간호사들을 볼 수 없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간호사 당 환자 수가 줄어든 것뿐만이 아니라 시설과 장비를 활용해 환자의 안전과 간호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있었다.

▲ 서브스테이션 4개가 병동 모퉁이에 설치됐다.

병동 중앙에 자리 잡은 기존 간호사 스테이션 이외 병동의 모퉁이에 4개의 서브스테이션을 설치, 간호사를 한 명씩 배치해 바로 옆 병실을 전담하게 했다. 서브스테이션에는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및 간단한 의료장비들이 갖춰져 있었다.

▲ 간호사가 무전기를 착용한 모습.

수간호사는 “서브스테이션을 설치해 병실까지의 동선을 줄여 환자를 자주 관찰하고 낙상 및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기존 병동과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귀에 꽂고 다니는 이어폰과 무전기였다.

수간호사는 “무전기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 사이에 간호업무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돼 업무 효율성을 높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간호사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 동료를 찾아 헤매지 않고 무전기를 통해 활발히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병실에는 환자를 방문한 몇몇 보호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환자만 있었다. 환자 대부분은 낙상 위험에 항상 노출된 70세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112병동은 낙상 감지 장비를 갖추고 있었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은 30분마다 병실을 순회하며 낙상 및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 낙상방지 메트(오른쪽)와 전광판 및 손목시계형 알람(왼쪽). 환자가 침상에서 이탈하면 알람이 울린다.

‘긴가민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 뚜껑 열어보니 ‘일거양득’

환자와 보호자들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환자와 보호자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경험하기 전 이 낯선 서비스를 경계했지만, 전문 간호서비스를 받고 의료비 부담에서 한결 가벼워지니 호평 일색이었다.

▲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체위를 변경하고 있는 모습.

암과 관련된 만성질환 때문에 입원 중인 아내를 둔 70대 권모씨는 “간병비 부담을 덜어 좋다. 일반 병동의 간병비는 8만원으로 장기입원을 생각하면 큰돈이었다. 일반 병동에 있을 때는 아내를 간호하느라 내 허리에 무리가 갔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으로 옮긴 이후 시간 여유도 생겨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복잡하지 않은 환경에 있으니 조용하고 마음이 안정된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좋은 서비스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지방 간호사의 서울 쏠림 현상이 문제라는데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지방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잘 운영될지 걱정된다”며 최근 문제가 되는 간호사의 탈 지방 현상에 대해 우려했다.

60대 암 환자 김모씨는 “항암 치료를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매일 공동간병인 병실에서 5만원을 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본인부담금(암 환자) 5%만 내기 때문에 병원비가 만원도 안 된다. 게다가 전문 의료인의 서비스를 직접 받기 때문에 안전하고 신뢰가 간다. ‘일거양득’이다. 전국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간호 느껴”

정오가 넘은 12시 20분 병동 환자들의 식사가 시작됐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이 와병 환자들의 식사 보조에 나섰다.

▲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병동 이효정 간호사가 환자의 식사를 돕고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병동 환경에서 식사 보조가 전체 업무 흐름에 지장을 주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이효정 간호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에는 식사 보조할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보호자의 요구가 많아 업무가 지체되기도 했다. 지금은 계획한 대로 업무가 순조롭게 돌아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식사 보조는 I/O체크(섭취량/배설량)를 더 정확하게 할 수 있고 환자와 유대감을 형성하며 치료적 의사소통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계 내용도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인계시간도 환자의 질병과 관련된 검사 위주의 보고에서 벗어나 환자의 정서적인 부분에 더 비중을 둘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환자의 질병 진행 상태나 심리적인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효정 간호사는 실례로 파킨슨환자의 걸음걸이를 세밀히 관찰할 정도로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질병의 진행 상황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다른 의료진과의 협업에 큰 도움이 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전반적으로 환자와 접촉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간호간병 서비스 시행 전에는 보호자들이 환자 정보를 알려준 것을 이제는 간호사가 알려주고 있다. 진정한 간호를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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