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 아예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
출산율 저하? 아예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
[남산의 공씨의 진료실 萬談 ②] 현 수가구조로는 인프라 유지 힘들어 … 한번 무너지면 재구현 어렵다
  • 공건영
  • 승인 2017.02.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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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하도 들어서 이제는 익숙한 말이 되었다. 출산률을 올리기 위해 고민들을 하고 새로운 제도와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어왔다.

그런데 출산율이 오르기는커녕, 이제는 출산 인프라 마저 붕괴되기 시작했다. 국내 지차체의 43%가 분만 취약지역이라는 기사도 발표됐다. 분만시설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이 43%라는 것이다. 잘못하다간 길바닥에서 아이를 낳을 판이다.

출산을 위한 인프라가 단단해도 출산율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텐데 인프라마저 흔들거리는 상황이니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태다.

▲ 출산 인프라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국내 지차체의 43%가 분만 취약지역이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그런데 출산인프라 붕괴에 대한 현재까지의 정부의 정책은 취약지역에 대한 재정지원이 전부다. 취약지역 병원에 대한 산부인과와 분만시설의 설치와 운용을 위한 재정지원 및 취약지역의 분만수가 인상, 취약지역의 산모에 대한 재정재원이 전부다. 쉽게 말해 돈 더 쥐어 주는 것이다.

분만 지원 인력, 쉽게 생각하면 안돼

그런데 취약지역에만 돈을 더 뿌리면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을 수 있나? 그리고 언제까지 세금으로 지원만 할 것인가? 그러지 말고 아예 직접 국립분만병원을 운영하면 안되나?

예전엔 산모가 분만을 하기 위해서는 방 한 칸과 동네의 산파만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산모가 분만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설과 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 예전엔 산모가 분만을 하기 위해서는 방 한 칸과 동네의 산파만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산모가 분만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설과 인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산모 한명과 신생아 한명의 안전한 분만이 이루어지려면, 언제나 대기하는 산부인과 의사, 산과전문 간호사, 신생아담담 간호사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또한 주변에 신생아를 바로 살펴줄 수 있는 소아과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분만실 이외의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수술장이 있어야 하며 응급수술을 도와줄 인력과 마취전문의가 필요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바로 접근 가능한, 중증산모를 담당할 수 있는 3차의료기관과 그곳에 대기 중인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며, 신생아중환자실이 갖추어진 소아과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신생아 전문 소아과 의사가 대기 가능해야 한다.

왜 이런 많은 시설과 인력이 필요할까? 당연히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수준의 시설 및 인력이 갖추어져야 어떠한 상황에서도 산모와 아이의 생명을 구해볼 수 있다. 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유지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산모 또는 신생아의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현재 수가 구조로는 신생아중환자실 유지 못해

최근에 경북 유일의 신생아중환자실이 문을 닫았다. 인력과 자금난으로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어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중환자실을 닫을 만큼 자금난과 인력난이 발생했을까?

▲ 신생아 중환자실의 인큐베이터 하나를 유지하는데도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3교대 가능한 전문간호사 인력과 항상 환아들 옆을 지켜야하는 신생아학 소아과 분과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생아 중환자실의 인큐베이터 하나를 유지하는데도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3교대 가능한 전문간호사 인력과 항상 환아들 옆을 지켜야하는 신생아학 소아과 분과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에 대한 보상이 턱없이 부족한데 누가 그런 열악한 곳에서 힘든 일을 하려 할까? 인력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다. 까다로운 중환자실의 기준을 만족시키고 최소 수준의 기자재를 설치하고 인력을 확충한 뒤 유지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현재의 수가 구조로는 유지하는 자체가 그냥 엄청난 적자다. 다른 과에서 발생한 수익을 끌어다 신생아중환자실의 적자를 메우기도 모자라는 판이다. 경영의 측면에서는 문을 닫는 것이 정답인거다.

소아과에 해당하는 문제라 분만과 관련이 없을까? 이미 상기한 연결 사슬이 끊겨 버렸다. 분만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의 사슬이 끊겨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생명을 살리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의사에게 돌아온다.

결국 주변 분만병원의 분만환경은 불안정해졌다. 조금이라도 조산의 위험이 있거나 분만시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산모는 가능한 빨리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먼 지역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신생아중환자실의 기능정지가 그 지역을 다시 분만취약지역으로 만들어 버렸다.

현재 확인되고 있는 분만취약지역들이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계속 분만취약지역이었을까? 아니다. 취약지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지역에도 분만병원들이 모두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없어진 것이다.

왜 없어졌을까? 젊은 층의 인구가 지역에서 줄어들면서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인건비 및 비용은 상승하고, 그나마 존재하는 산모들의 병원에 대한 기대수준은 엄청 높아졌다.

그러나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로는 요구되는 기대수준과 그에 맞는 인력유지는 커녕, 기본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상태가 되어버렸으니, 기존의 병원은 말 그대로 문을 닫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 것이다.

그러한 열악한 지역에 민간자본을 투자해 병원을 개업한다는 것은 망하기로 작정한 것일 뿐이니 신규 개원 또한 전무한 상태다. 개인자본의 병원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의사, 간호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가 무너졌다

▲ 의사, 간호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가 무너졌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분만취약지역의 병원에 단지 산부인과와 분만실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재정을 지원하고 취약지역의 분만수가를 약간 올려주면서, 그 지역 산모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면 분만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인력난이 심하니 공공의료종사자를 위한 의대를 설립하고 졸업한 학생들을 의무적으로 취약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인력난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다.

의사가 없어서, 간호사가 없어서 분만인프라가 무너지는 것이라 생각하는가? 의사, 간호사의 절대수가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보상이 너무 적어서 그 일을 회피하여 생기는 인력부족 현상이다.

공공의료를 위한 의과대학을 설립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느 기사의 제목이 정확하게 짚었다. ‘복지부만 빼고 다 안다. 분만인프라 붕괴를 멈추기엔 너무 늦었다’.

환자가 아닌 일반국민과 의료보험공단의 입장에서는 최저의 수가와 최저의 보험적용으로 만들어지는 낮은 의료비용이 최선의 목표일 것이지만, 그 의료비용이라는 것이 의료계에서는 매출과 이익이 되며 이것은 재투자의 원천이 되고 의료수준의 유지비용이 되는 것이다.

인프라,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구축은 어렵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정도로 턱없이 낮게 책정되고 오랜 기간 유지된 저수가의 병태가 이제 산부인과부터 그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세금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비용대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분과에서도 문제들이 터져 나올 것이고, 결국 대한민국 의료 인프라의 전반적인 불안정과 붕괴가 시작될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정부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 출산율을 상승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출산을 위한 인프라가 무너지면 출산율을 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프라가 무너지는건 한순간이지만 다시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명제는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다 아는 이야기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의료시스템을 바라보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말처럼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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