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수술을 앞둔 환자의 스트레스는 마취 직전 최고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명희 교수 연구팀은 2013년 당시 간암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던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환자의 우울감이 심박변이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측정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아침 첫 수술을 받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며, 수술하기 전날(T1)과 수술실에서 마취하기 직전(T2), 마취 후 10~15분이 지났을 때(T3) 등 세 차례에 걸쳐 심박변이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마취 직전 환자들의 심박 수와 혈압 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승세를 나타냈으며, 이 시기 환자의 심박변이도는 수술 전날에 비해 고주파 성분은 하락하고, 저주파 성분은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환자들의 스트레스가 가장 극심한 순간이 수술을 받기 바로 직전, 즉 마취를 기다리는 순간이며, 이 시기에 환자들의 스트레스 등 심리적 불안이 가중된다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심박변이도는 신체활동이나 외부자극에 등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 몸의 반응 중 하나로,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변화 정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심박변이도는 변화폭이 크고 불규칙한 게 정상이다.
김명희 교수는 “환자의 불안감과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저주파 성분과 관련 깊은 교감신경은 활성화된 반면, 부교감신경이 억제되며 고주파 성분의 수치가 저하된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마취 이후 진정세를 보이며 마취 전날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우울감 심한 환자, 심장 대처능력 떨어져
연구팀이 수술 전 환자들의 우울감을 검사(Self-Rating Depression Scale)한 결과, 우울감이 높았던 환자들은 수술 전 날과 마취 직전, 마취 이후 측정한 심박변이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우울감이 높은 환자의 경우 수술과 같이 극단적 상황에서 심장의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심한 경우 수술 중 합병증 발생률이나 사망률을 높이는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명희 교수의 설명이다. .
김명희 교수는 “큰 수술을 앞둔 환자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우울감이 심한 경우 자율신경계 기능부전으로 심장의 대처능력 마저 저하될 수 있다”며 “의료진들이 수술 전 환자의 마음건강까지 살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마취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Anesthesia’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