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불운 투성이인 요즘, 청량감 있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다. 운이 없고 나쁜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상황을 불행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운과 불행은 다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닥치는 일과 내가 만들어가는 일의 차이이다. 물론 내 앞에 닥치는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해도, 아무튼 나는 지금 이 상황을 불운이라고 받아들이기로 작정했다.
불운 속에서도 행복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더 감사할 일이 떠오르고, 또 생기기도 한다.
닥쳐 온 불운을 행복으로 바꾸는 이야기, 그리고 좀 더 다르게 만들어가는 미래. 어떠면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을 극대화한 이야기였고 나는 ‘라라랜드’보다도 훨씬 재미있었다. (음악은 라라랜드가 훨씬 좋지만)
아름다운 영상으로 풀어낸 꿈이 ‘너의 이름은’ 속에서 흘렀다.
남자와 여자의 몸이 바뀐다는 어디서 본 듯한 설정, 시간이 뒤틀린 장소로 가서 과거를 바꾸는 것, 자연재해로 인한 비극에 대한 ‘혹시 그때 그랬더라면’ 싶은 가정, ‘800’과 같은 일본 청춘소설 에서도 본듯 하고 ‘H2’처럼 상큼한 고등학생의 사랑….
어떻게 보면 이곳 저곳에서 들어본 요소이지만 그걸 아우르는 영상이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미야자키 하야오만큼의 거장 느낌은 없지만, 오래 살면서 앞으로 아름답고 스토리는 좀 더 정교한 애니를 많이 만들어주길 감독에게 원해본다.
일본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사실 중국도 못가보고 못가본 나라 많다). 십대에 ‘설국’을 읽고 훗카이도에 한번 가보고 싶었고, 이십대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다시 한 번 일본이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은 대만이라고 해서 다시 안가고 싶어졌다. 그리고 많은 일본 만화나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해도 도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이 영화를 보니 도쿄에 가보고 싶어졌다.
누군가 “꼭 봐야해?” 라고 물어본다면 꼭 그래야만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다. ‘너의 이름은’에도 나오듯 겪지 않은 다른 갈래의 미래는 어차피 가정조차 불가능하다.
‘놓치면 후회할 영화’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놓치면 후회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적어도 중간에 보다 나왔거나, 영화를 보면서 잠이 들어버렸거나 했을 때, 즉 소년의 손바닥에 쓴 것과 같은 희미한 기억의 자국이라도 있어야 후회가 가능하고 되돌리기 위한 안간힘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세월호가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했다면 우리는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대로 있으라는 말에 나도 눈물이 났고, 일본인들도 관동대지진이 떠올라 눈물이 났을 것이다.
어두운 미래를 바꿀 힘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잊지 않기 위해, 그래서 바꾸기 위해 애써야 한다. 지나간 미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