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되 간섭받지 않는 삶에 대한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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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 …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다르다
  • 하주원 원장
  • admin@hkn24.com
  • 승인 2017.01.15 0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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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판사가 소설을 썼다길래 궁금했다. ‘미스 함무라비’를 구입하면서 문유석 판사의 예전 책을 함께 샀는데 이걸 먼저 읽게 되었다. 왜? 책 껍질에 있는 손석희 사장님의 추천글(사진) 때문에.

바로 ‘개인주의자 선언’(저자 : 문유석 / 출판 : 문학동네 / 발매 : 2015년 9월23일)이다.

▲ “나는 문유석 판사 생각의 대부분과 그의 성향의 상당 부분이 나와 겹친다는 데에 경이로운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러면 훗날 내게 기회가 오더라도 이런 책은 쓸 필요가 없게 된다. 이 책이 그냥 그런 많은 책들 속에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 손석희(JTBC 뉴스룸) 앵커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개인주의자 선언 중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더 할 말이 없다. 이보다 이 책의 주제를 잘 나타낸 말은 없다.

제목부터 끌렸고(요즘처럼 국가주의가 넘치는 시대에 개인주의라니…), 첫 문장부터 끌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구절에 와서는 완전히 감정이입까지 되고 말았다.

나는 문유석 판사 생각의 대부분과 그의 성향의 상당 부분이 나와 겹친다는 데에 경이로움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다.

아주 독특하거나 새로운 내용이 있다기보다는 너무나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반부가 훨씬 재미있다.

그리고 나의 일을 하는데 있어 참고자료가 되길 기대하기도 했는데 그런 쪽의 책은 아니다.

표현하는 용어는 다르지만 우리가 비슷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성공을 시기하고, 때로는 남의 눈치를 보는 그 습관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한국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송호근 저, 2006년)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은 지 꽤 되었지만 그것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개인주의자라고 하면 마치 타인의 삶에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비춰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식을 즐기고 여러 사람이 하는 일을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타인에게 공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집회에 나가지 않아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조용히 기부하는 사람도 많고, 페이스북에 정치적인 글을 올리지 않아도 정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정치적 무관심과 개인주의는 절대 다르고, 단지 약간 내향적인 성향을 지니고 혼자만의 시간, 협소한 인간관계가 더 편한 사람들일 뿐.

사실 나도 학회에서 열심히 일하고, 대학병원에서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던 시절보다 지금 개원해 있는 상태가 훨씬 편하다. 사람이 싫은 건 아니고 누구든 단 둘이 대화하는 것은 너무 좋기 때문에…

마치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도 똑같이 편안해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나는 셋만 되어도 ‘나’와 ‘너’가 아닌 ‘우리’로 묶어지는, 그런 주제들이 나오면서 불편해지기 시작, 더 많아지면 더 불편했다. 내 특성을 스스로 알지 못했기에 오해도 있었다.

특정한 누군가가 싫은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 너무 많은 술자리가 싫었고 90분 정도가 지나면 끝없는 피곤이 몰려왔다.

논문이나 잡일이 싫은 게 아니라 그런 피곤함을 무릅쓰고 강남까지(어째서 모임은 당연히 강남인건가?) 멀리 가서 참석해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었고.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이 회식이고 행사다. 어렸을 때부터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이 제일 싫었다...(중략) -개인주의자 선언 중

이유는 모르지만 살아가면서 분명히 내 일이 아닌데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들이 있다. 피가 거꾸로 솟는 순간들이 있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데도 지하주차장에서 일하며 힘겹게 공부하는 젊은이가 부잣집 사모님 앞에 잘못 없이 무릎 꿇고 고개 숙이는 꼴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아 앞이 아득해진다.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기보다는 이런 성향에 대해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잘 정리한 책이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부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하지 않기를. 그리고 개인주의와 사회불안을 오해하지 않기를.

그리고 이런 바쁜 직업을 가지신 분이 소설까지 쓰셨다는 건 희망적이다. 오늘 읽을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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