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김다정 기자] 민간의료기관의 공공·공익적 의료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2년 정부는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성을 강화해 공공의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민간의료기관도 공공보건의료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그러나 그동안 의료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집중돼 이를 수행하는 조직의 공익성에 대해서는 합의가 없다는 지적이 의료계 및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의료기관들 “공익성? 수익 적고, 어쩔수 없이 하는 것”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일부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성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의료기관은 공공성을 ‘수익성과 대립되는 가치’와 ‘정부의 통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책무활동, 의료서비스제공의 공공성, 조직운영의 민주·개방성 등도 제한된 수준이었다.
서울대학교 유명순 교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민간의료기관은 주로 조직의 생존과 사회적 순응을 위해 공익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며 “이런 결과는 아직까지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성의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인식·추구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와 같은 감염병 대응체계에서도 잘 나타났다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민간 병원의 경우에도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음압·격리 병동 등의 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았지만,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고가 의료장비는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를 늘려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민간의료기관의 역할이 수요에 따른 도구적 측면에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며 “각 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공공성을 인식하고 공익적 활동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 책무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기관의 노력만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
그러나 이런 노력을 개별 민간의료기관만의 과제로 맡기는 것은 비현실적이므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유명순 교수의 주장이다.
유 교수는 “공공의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민간 비영리병원에 대한 사회적 역할·지원을 제도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한국보다 앞서 민간의료기관의 공익적 역할 강화를 추진한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는 공공의료 계획수립에 민간의료기관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공공의료기관과 동일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민간의료기관에 정부의 혜택을 받는 대신 응급·벽지 의료 등 공익성 높은 의료를 담당하도록 했다.
유명순 교수는 “민간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이들은 공공성 평가 이전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정책 고안자는 이런 현실을 인지한 상황에서 정책을 설계·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