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문화 ‘매칭그랜트’에 대한 ‘유감’
기부금 문화 ‘매칭그랜트’에 대한 ‘유감’
회사 돈은 반, 생색은 독차지 … 이왕하는 것, 멋진 모습 보여줬으면
  • 현정석 기자
  • 승인 2016.12.12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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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현정석 기자]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곳곳에서 기부금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제약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감’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사례가 종종 보여 씁쓸하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매칭그랜트’다. 매칭그랜트란 임직원이 내는 기부금만큼 기업에서도 동일한 금액을 1:1로 매칭시켜 내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기부 문화를 장려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행위이지만, 뒤집어 보면 회사는 돈을 반만 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임직원들이 자발적 기부금에 회사가 해당 금액의 150%를 추가로 기부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엽적인 문제는 별도로 어려운 이웃들과 정을 나눌수 있는 경험을 회사와임직원들이 공유한다는 점에서 매칭그랜트 자체를 비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기부금 문화는 자발적으로 개인의 의사에 맡겨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매칭그랜트를 통한 기부금 조성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이뤄지냐는 것이다. 대부분 월급의 일정 퍼센트나 1000원 미만 혹은 1만원 미만의 금액을 모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모금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행위로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종종 나온다.

특히 영업조직이 강하거나 토종회사의 경우 상부에서 할당량 식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거부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개인이 봤을 때는 큰 돈이 아니기 때문에 웬만하면 낸다고 한다.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부금의 용처를 회사가 마음대로 정하는 경우에 대한 비판도 종종 나온다. 즉, 평소 안면이 있는 의료계, 혹은 제약계 단체들과 친분을 다지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거나, 회사의 이미지 제고나 관련 기관에 회사가 마음대로 기부금을 정해서 낸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H사나 I사, M사 같은 경우다.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H사는 인간문화재들에게 종합건강검진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I사는 모 단체가 진행하는 행사에 1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M사는 환우단체에 기부를 유도하며 매칭그랜트로 지원을 해오고 있다.

회사는 전체 기부금의 반을 내지만 공시 자료 등에 발표되는 것을 보면 전체 금액으로 회사는 세금 경감 등의 이익을 얻는다는 점도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직원들도 기부금을 연말정산시 신고하면 어느정도 절세 효과가 있는데, 이를 회사가 독점한다고도 볼 수 있어서다.

물론 이렇게 해도 제약사들의 기부금은 많지 않다보니 공개적으로 매칭그랜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14년 기준으로 보면 10억원 이상을 내는 회사는 7개에 불과하다. 매출액 대비로 보면 제약회사들의 기부금이 1%를 넘는 곳은 50개사 중 3개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재단 등을 설립한 회사들이 업계의 체면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진 부족한 점이 많다.

모든 회사들이 위에서 지적된 문제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닐 것으로 믿고 싶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매칭그랜트를 운영하고, 직원들과 의논해서 기부 용처를 정하고, 직원들은 기부한 금액만큼 나중에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챙겨주는 제약사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일부라도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직원들을 동원한다는 이야기가 제약업계에서 나온다면 자칫 안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이왕 하는 기부, 정말 깨끗하고 통큰 면모를 보이는 회사들이 많아진다면 보다 따뜻한 연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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