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쓰기장애, 오른손 기준 문자 발달 탓
왼손잡이 쓰기장애, 오른손 기준 문자 발달 탓
[난독증은 왜? ②] 왼손잡이의 잘못이 아니다
  • 이성훈
  • 승인 2016.12.07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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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이나 지능에 이상이 없지만 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질환을 ‘난독증’이라고 한다. 난독증은, 학업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학부모와 학생들 입장에서는 여느 신체적 장애 못지않은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그 원인이 불분명하고 또한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자기만의 치료법을 주장하며 고액의 치료비를 요구하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에 ‘왼쪽 혹은 오른쪽’ 저자인 이성훈씨가 소개하는 난독증의 원인과 해법을 본 연작 기고를 통해 알아본다.

다만 이 칼럼에서 제시되는 이론은 정론으로 인정받은 바가 없으므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전편보기]
① 왼손잡이는 왜 글씨를 이상하게 쓸까

현재 세계의 표기체계는 좌횡서와 우횡서로 나누어지는데, 좌횡서 체계에서는 가로획을 오른쪽으로 긋는다.

그래서 좌횡서로 표기하는 지역의 왼손잡이는 글자를 쓸 때 불편함을 느낀다. 글자의 가로획을 식지. 중지로 밀어 그으므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왼손잡이가 나타내는 일련의 쓰기장애는 ‘식지. 중지로 밀어 그을 때 느끼는 불편함’ (이하 ‘X불편함’)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반대로 쓰기’의 경우를 보자.

▲ 반대로 쓰기

글자를 반대로 쓰면, 가로획을 왼쪽으로 그으므로 X불편함을 회피할 수 있는 것이다.

‘식지를 과도하게 구부리는 자세’의 경우를 보자.

▲ 식지를 과도하게 구부리는 자세

식지. 중지로 밀어 가로획을 그을 때, 식지가 ‘밀기에 좋지 않은 부위’인 장측면으로 민다. 식지가 ‘밀기에 좋지 않은 부위’로 미는 것은, X불편함을 느끼는 원인 중의 하나다.

이 자세를 취하면, 식지가 ‘밀기에 좋은 부위’인 지첨면 혹은 장중면으로 밀게 되므로, 획을 긋는 힘이 어느 정도 세진 것처럼 느낀다. 즉 X불편함을 어느 정도 회피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약지 위에 필기구를 얹은 자세’의 경우를 보자.

▲ 약지 위에 필기구를 얹은 자세

식지, 중지로 밀어 가로획을 그을 때, 중지가 ‘밀기에 좋지 않은 부위’인 배측면으로 민다. 이 자세를 취하면, 중지가 ‘밀기에 좋은 부위’인 지첨면 혹은 장중면으로 밀게 되므로, 획을 긋는 힘이 어느 정도 세진 것처럼 느낀다.

‘손을 안쪽으로 튼 자세’의 경우를 보자.

▲ 손을 안쪽으로 튼 자세

쓰기장애 중에는 가로획 긋기를 회피함으로서 X불편함을 회피하는 행태가 있다. 이 자세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자세를 취하면, 정상적인 위치에서 손이 비스듬히 틀어진다. 손이 비스듬히 틀어지면, 가로획을 ‘사획(斜劃)을 긋는 동작’으로 긋게 되는 것이다.

‘종이를 틀어서 쓰기’의 경우를 보자.

   
▲ 종이를 90도 틀어서 쓰는 필기행태
   
▲ 종이를 비스듬히 틀어서 쓰는 필기행태

종이를 90° 틀어서 쓰면, 가로획을 ‘세로획을 긋는 동작’으로 긋게 되는 것이다. 종이를 90° 미만으로 틀어서 쓰면, 가로획을 ‘사획을 긋는 동작’으로 긋게 되는 것이다.

둥근 글씨체. 기울어진 글씨체와 같은 비정상적 글씨체도 마찬가지다. 가로획을 둥근 글씨체에서는 곡획(曲劃)으로, 기울어진 글씨체에서는 사획으로 긋게 된다. 가로획 긋기 및 X불편함을 회피하는 것이다.

▲ 동근 글씨체(위)와 기울어진 글씨체

왼손잡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일련의 쓰기장애는, ‘식지. 중지로 밀어 그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회피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에 불과하다. 왼손잡이가 남다르거나 유별난 것이 아니라 문자가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하여 만들어져 가로획 긋기가 불편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우횡서 체계에서는 구조적으로 가로획을 왼쪽으로 긋는다.

그렇다면 우횡서로 표기하는 중동 지역에서는 오른손잡이가 쓰기장애를 나타내야 하는데, 실재에 있어 그런 일은 없다. 이는 문자의 정자체 혹은 필기체에 가로획이 없기 때문이다.

▲ 아랍 문자의 정자체. 구성에 가로획이 없는 특징이 있다.

정자체 혹은 필기체에 가로획이 없어 실질적으로 가로획을 긋지 않으므로, 쓰기장애를 나타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하여 문자를 발달시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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