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 논란에 골치 아픈 정부부처
보툴리눔 균주 논란에 골치 아픈 정부부처
산자부, 국가핵심기술에 보툴리눔 균주 포함 … 질본 “실사 나가야 하나” … 식약처, 허가 특혜 논란에 난처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12.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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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정부부처가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논란에 골치를 썩고 있다. 제약사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이지만, 자칫 불똥이 관련 부처로 튈 수 있어 전전긍긍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는 메디톡스·대웅제약·휴젤 사이의 다툼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들 회사의 민원과 기자들의 취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호 대표 “보툴리눔 톡신 발견돼도 서류 한장으로 ‘땡’”

   
▲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

휴젤과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밝히라고 주장하는 메디톡스의 정현호 대표는 1일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마련, 정부부처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다수 쏟아냈다.

이날 정 대표는 “식약처에는 임상적 결과와 안전성에 의거해 약품 허가를 받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질본에 신고되는 서류 자체가 너무 심플하다”고 말했다.

또 “누가 어디서 찾았다는 내용이 단 한 장의 테이블에 기록하게 돼 있고, 그 기록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의원의 지적”이라고 덧붙였다.

기동민 의원실의 자료를 빌어 사실상 질병관리본부의 허술한 균주 관리를 꼬집은 것이다.

정 대표는 이어 “보툴리눔 톡신은 생화학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다. 그런 위험한 균체가 나왔다고 하는데 한 장의 페이퍼로 등록하는 게 끝이다. 콜레라가 국내에서 나왔다면 역학조사를 하는데, 왜 그 위험한 균체가 한국에서 발견됐는데 한 장으로 끝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식약처조차 의약품 효능, 안전성 평가 등의 심사 및 허가에만 관여하고 균주 출처 불분명 의혹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라며 “만약 일부 업체가 보툴리눔 톡신 균체를 브로커나 다른 불법적 방법으로 취득, 식약처에 허가를 받는다면 상도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공문서위조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균주 기원에 대해 식약처가 허가 관련 사항을 제한하고 점검하지 않고 있어 업체가 직접 나서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질본뿐 아니라 식약처의 허가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제일 골머리 아픈 식약처 … 허가 특혜 논란에 난처

관련 정부부처 가운데 가장 입장이 곤란한 곳은 직접 의약품 허가를 내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다.

특히, 최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메디톡신’의 시판허가와 관련해 다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많은 언론이 보도했듯이 메디톡신은 임상1·2상 시험이 면제됐다. 당시에는 생물학적제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규정이 없어 의약품 규정이 적용됐고, 절차적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문제는 임상3상 시험이다.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신은 ‘본태성 안검경련’을 적응증으로 지난 2006년 시판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04년 언론과 수출전문컨설팅기업 등을 통해 ‘반측안면경련’ 환자 173명을 대상으로 임상3상 시험을 완료했으며, 식약처에 시판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시판허가를 받은 적응증과 임상3상 시험 디자인이 다른 것이다. 이를 두고 메디톡스와 식약처는 내부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메디톡스는 2005년 안검경련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이 임상3상을 시작했다. 참고로 이 임상시험은 메디톡신의 국내판권을 산 구 태평양제약(현 에스트라)이 진행했다. 문제는 등록 환자가 6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마저 실제 임상시험에서는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8명이 제외됐다.

실제 시판허가를 받은 적응증과 관련된 임상시험은 임상 1·2상이 면제됐음에도 불과 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앞서 메디톡스가 임상시험을 진행한 반측안면경련과 안검경련은 어느 정도 유사한 면이 있다.

안면경련은 12개의 뇌신경 중 7번째 신경인 안면신경이 분포하는 안면의 전 근육(특히 눈 주위와 입 주위)에 불수의적, 간헐적, 발작적으로 경련이 오는 질환이다. 안검경련은 안면의 근육 중 안륜근에 불수의적인 경련이 오는 질환으로 안면경련의 국소적인 형태다.

식약처가 적응증이 엄연히 다른 두 개 임상시험을 연결지어 허가를 내준 것이라면 행정절차 및 다른 업체들과 형평성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당 임상시험은 1차 주요결과변수(primary outcome) 데이터를 획득한 날짜(primary completion date)가 2006년 2월이다. 임상시험이 왼전히 끝난 것은 2006년 8월이다.

그런데 메디톡신이 식약처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날짜는 2006년 3월16일이다. 1차 주요결과변수 데이터로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불과 한 달여 만에 허가가 난 셈이다.

식약처는 제품 허가 당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지난 1999년 즈음부터 식약처와 메디톡신의 임상시험 및 시판허가와 관련해 식약처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2000년 8월부터 2002년 3월까지 메디톡신 균주를 들여왔다는 양규환 교수가 3대 식약청장으로 있었다. 특혜 의혹이 안 나오겠는가”라고 말했다.

산자부, 국가핵심기술에 보툴리눔 균주 포함

산자부는 지난 28일 국가핵심기술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포함시켰다.

국가핵심기술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말한다.

수출과 유출 등에 대한 관리가 엄격하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보호구역의 설정, 출입관리, 통신시설과 통신수단에 대한 보안 등 기술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만약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될 경우, 기업과 유출한 당사자 모두 상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동안 보툴리눔 톡신제제는 생산 기술만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했으나, 기술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균주까지 포함했다는 것이 산자부의 설명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에서 생명공학분야 위원들이 기존의 국가핵심기술에 대해 검토를 하면서 보툴리눔 독소 균주를 포함하기로 했다”며 “보툴리눔 독소는 만들어 내는 기술도 핵심기술이지만, 독소를 만들어 내는 균주 자체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벌어진 균주 논란이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 확대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보툴리눔 균주는 질본의 ‘감염병예방법’뿐 아니라 산자부의 소관법률인 ‘생화학무기법’의 규제도 받기 때문이다.

산자부는 위원회가 지난 6월 열렸으므로 이번 논란과는 무관하게 국가핵심기술에 보툴리눔 균주가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산자부도 그동안 벌어진 보툴리눔 균주 논란을 잘 알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질본과 얘기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질본 “실사라도 나가야 하나...”

보툴리눔 균주 신고를 받는 질병관리본부도 관리 부실이라는 비난의 화실이 언제 날아올지 몰라 입장이 난처하기는 매한가지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는 양규환 교수가 미국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체에 치명적인 보툴리눔 균주를 입국 첫 관문인 공항에서 사전에 탐지하기는커녕 사후에 파악조차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양 교수는 과거 KBS의 기업열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균주를 이삿짐 싸듯 가방에 그냥 넣어서 국내로 들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메디톡스가 출처 의혹을 제기하는 대웅제약과 휴젤의 균주도 질본이 이미 신고를 받고 적법하게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상황이어서, 향후 이와 다른 결과가 나오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다.

정부부처 공무원인 A씨는 “질본 측에서는 ‘우리가 (균주) 신고를 받았으니 그래도 (업체에) 실사는 나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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