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 정회원 가입,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었다”
“ICH 정회원 가입,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이선희 의약품 심사부장 인터뷰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6.11.2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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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글로벌 의약품 기준을 선도하는 ‘국제의약품 규제조화 위원회’(ICH)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쾌거를 거뒀다. 10년 가까이 ICH 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며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다. 식약처의 많은 직원이 물심양면 애를 썼지만, 그중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이선희 의약품심사부장은 ICH 정회원 가입의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이 부장은 현재 ICH 내에서도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사로 꼽힌다.

헬스코리아뉴스는 21일 이선희 부장과 만나 ICH 정회원 가입과 관련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이선희 의약품심사부장

-. ICH 가입 의의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우리나라는 브라질과 함께 6번째 ICH 정회원 가입국이 됐다. 기존 정회원인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 스위스와 같은 국제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크게 세 가지 의미가 있는데 우선 우리나라 의약품에 대한 국제적인 수준의 위상을 정립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허가받는 의약품을 외국에 수출할 때 (해당 국가에서) 중복해서 심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허가 자료를 일부 면제해주고,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는 입찰할 때 등급을 매기는데 ICH 정회원은 입찰할 때 지분을 많이 준다.

세 번째로, ICH 가입으로 WHO가 인정하는 참조 국가(Reference 국가)에 등재됐다. 이에 따라 중동, 대만 등에서는 임상시험이나 자료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짧아져 허가 기간이 단축된다. 최소 1년 많게는 3년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사계열의 다른 제품보다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 국산 의약품 시장이 훨씬 넓어지게 된다. 의약품 분야에서 OECD 이상의 자격 요건을 받은 것이며, G6에 들어간 셈이다. 내부적으로는 P6(Pharmaceutical 6)라고도 부른다.

ICH는 GMP, 임상, 안전성·유효성, 독성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기준을 만든다. 모든 규정은 ICH에서 다 나온다. 예전에는 신약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나오다 지금은 제네릭 의약품 가이드라인도 만든다. 또 시판하기 전 단계에 대한 규정만 만들다가 이제는 시판 후 부작용 모니터링, 품질관리 등까지 포함한다. 모든 의약품 종류에 대한 전주기적인 규제 기준을 만드는 곳이 된 것이다.

국민에게는 세계 수준의 양질의 의약품이 제공된다. 글로벌 인구에게도 마찬가지다. 외교적인 입장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다른 국가의 규제 당국과 대등한 위치를 확보해 제약업계에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수출 기업들이 해외 정부 기관을 뚫고 MOU를 맺는 등 힘든 점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정부기관의 완전한 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제약업계는 이를 등에 업고 물건을 가지고 글로벌로 진출하면 된다.”

-. ICH 가입을 위한 준비와 노고가 많았다고 들었다. 어떤 작업을 했는가?

“일단, ICH 가이드라인은 총 79개인데 이 중 90%인 72개를 받아들여 반영했다. 아직 도입하지 않은 것은 최근에 나온 것들이다. 72개나 되는 가이드라인을 2년에 걸쳐 전부 번역했다. 홈페이지에 수출지원정보방을 만들어 ICH 활동 내용과 함께 가이드라인 원문과 번역본을 제공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중 우선순위에 따라 법에 규정하거나 가이드라인 또는 해설서에 반영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사항인지, 권고사항인지 등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했다. 최근에 나온 가이드라인도 반영할 계획이다.”

-. ICH 가입 조건은 무엇인가?

“먼저 2년 연속 3회 이상 ICH 규제당국자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이는 회의에 얼마만큼 기여했는가를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소 2개 이상 전문가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 전문가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위원회다.

여태까지 공통기준이 없었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므로, 그 나라의 전문성을 보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ICH 가이드라인 중 Q1(안정성), Q7(원료의약품 GMP), E6(GCP) 등 3개 가이드라인을 이행하고 있어야 하고, 가입 후에는 E2A, E2B, E2D(안전성정보관리), M4(CTD) 및 M1(MedDRA) 등 5개 가이드라인을 5년 안에 시행해야 한다.

ICH는 공통 규정을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단체다. 가이드라인을 이행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규제수준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규제 수준이 국제적으로 정한 규제를 따르고 있느냐를 본 것이다.

우리는 기본 조건을 충분히 넘치게 이행했다. 그래서 ICH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이선희 의약품심사부장

-. 식약처는 언제부터 ICH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 시작했나?

“ICH 가이드라인은 매년 만들어지고 더해지므로, 처음 도입한 시기가 언제라고 답변하기 어렵다. ICH가 처음 만들어진 게 1990년도다. 그 전에는 ICH 가이드라인이 없었고, FDA나 일본, 유럽의 규정을 참고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큰 글로벌 회사가 의약품을 개발해서 우리나라에 허가를 신청했을 때 우리가 다른 기준으로 보고 있으면 들어올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외국의 규정을 참조해 만들었다.

그런데 1980년대 지식재산권이 나오면서 의약품 개발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우리나라 규정이 국제적인 규정으로 돼 있으면, 우리나라에서만 허가를 받아도 외국에 나가서도 그대로 허가를 받을 수 있어, 정부기관 입장에서는 ICH 규정을 도입해야겠다는 정책 방향이 있었다.

다만, 환경이 아직 안 돼서 우리나라 기업이 따라오지 못하는 규정은 천천히 도입하기로 하고, 준비가 됐거나 안전에 관련된 규정은 빨리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안전을 지키기 위한 품질 기준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회사별로 품질에 관한 노하우는 공개 안 하는 것이 대세였으나, 이제는 내 품목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품질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후 정부기관은 품질에 대한 기준을 받아들이기 쉽게 됐다. 품질 기준을 선제적으로 알려주면 회사가 시행착오를 줄여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 ICH 정회원 가입 절차는 어떻게 되는가?

“가입 조건에 관한 사항을 총회 개최일로부터 2~3개월 전에 제출해야 한다. 총회가 11월 초에 있어 식약처는 7월 말에 냈다. 그러면 ICH 사무국이 기본조건을 만족했는지 확인하고, 운영위원회 산하 소분과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리뷰를 한 후 운영위원회가 통과 여부를 결정해 통지한다. 우리나라는 10월 말에 통지를 받았다. 식약처는 총회에서 상정되면 가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갔다.

통지를 받았다고 반드시 총회에서 가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총회에서는 정회원 가입이 적절한지를 다시 한 번 논의해 최종 결정한다. 요식행위가 아니다.”

-. 정회원 가입 이전에는 ICH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가?

“두 가지 측면으로 활동했다. 하나는 8개 ICH 비회원국과 6개 지역대표를 초청해서 글로벌 코오퍼레이션 그룹(Global Cooperation Group)이라는 규제당국자 회의를 열고, 8년 동안 참여해 우리나라의 활동을 알렸다. 또 다른 파트에서는 ICH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전문가위원회에 주제별로 들어가서 활동을 했다.

맨 처음에는 2007년도에 APEC 지역대표로서 참석했다. 그 다음에는 2008년도에 규제당국자 대표로 글로벌 코오퍼레이션(협업) 그룹에 참석했다.

저는 2009년부터 참석을 했는데, 가서 보니 전문가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려는데 회원국만 참여할 수 있었다. 그래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비회원국도 참여하게 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했다. 결국 1년 뒤인 2011년 비회원국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

이후 전문가위원회에 꾸준히 참석하던 중 2013년부터 ICH가 조직개편을 검토하면서 신규 회원을 늘리기로 했다. 그런데 신규 회원은 준회원으로 들어오라고 하더라. 회원은 하나지 무슨 소리냐고 했다. 의결권, 투표권을 총회의 모든 회원에게 달라고 강력하게 1년간 얘기했다. 이게 받아들여졌다. 이후 같이 들어가서 회원 정관을 만들었다.

1년에 두 번씩 오래 나가다 보니 목소리가 커지고, 말하는 게 먹히더라. 같은 사람이 8년을 나오니까 시니어가 된 후에는 의장단하고 밥을 먹는 그룹에 속하게 됐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이선희 의약품심사부장

-. ICH 정회원 가입 당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끝나고 난 다음에 축하를 정말 많이 받았다. 우리가 일을 잘하니까 엄청나게 반겼다. IPRF(International Pharmaceutical Regulatory Forum)에서 우리가 바이오시밀러 의장국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성과가 너무 좋아 칭찬을 많이 받았다.

신약 안전성·유효성 전문 공개, 특히 수출하는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에 대해서는 영문으로도 공개한다고 하니 크게 반겼다. APEC규제조화센터(AHC)가 ICH와 공동개발한 ‘ICH가이드라인 온라인 교육프로그램’도 세계 46개국이 참여해 호평을 받았다.”

-. 제약업계에서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가?

“ICH 회원국이 되면서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안정성·GMP·GCP 등 3개 규정인데, 이미 다 돼 있는 부분이다. 사실 더 일찍 했어야 하는 사항이다. 너무 늦은 것이다. ICH 가입으로 너무 타이트해진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사항이다. 앞으로 도입해야 하는 E2A, E2B, E2D, M4(CTD), M1(MedDRA) 등 5개 규정도 안전성과 관련된 부분이어서 제약업계가 큰 걱정을 안 해도 된다.

E2A, E2B, E2D는 부작용 보고 기준을 전 세계적으로 똑같이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부작용이 1건만 나타났지만, 외국에서 100건이 나타났다면, 외국의 부작용 보고를 통해 국내에서 발생한 부작용이 약물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똑같은 양식으로 보고해야 비교를 할 수 있지 다른 양식이면 알 수가 없다. 보고하는 용어(M1)도 마찬가지다. M4(CTD)는 허가 문서를 똑같은 양식으로 내자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적용했다.

총회에 가기 전에 제약사 CEO 40여명을 모아서 간담회를 열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설명하니 납득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물론 중소제약사가 잘 모를 수도 있으니 정책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또 의무사항 이행을 위해 ICH 산·관 협력단을 구성하고, 이를 전담조직이 맡을 수 있도록 예산도 딸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ICH 정회원 가입의 주역으로서 소감을 부탁드린다.

“우리나라가 2020년 안에 7대 제약 강국에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제품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7번째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적인 수준은 벌써 글로벌 6에 도달했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확실하게 제약 7대 강국이 되기를 정말 바란다.

제가 역사의 한 부분에 기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행복하다. 의약품 허가·심사를 담당하면서 이 역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다. 아무도 1년 전, 2년 전 이 시간에는 ICH 정회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각자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활동한 것이 모여서 성과를 이룬 것으로 생각한다. 여태까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만큼 했는데, 앞으로 후배들은 얼마나 더 잘해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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